[인턴으로 취업뚫기]롯데면세점 권순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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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9일 03시 00분


“어느 누구도 인턴에게 먼저 손 내밀진 않아… 뭐든지 해보려고 했었죠”

“모르는건 그때그때 묻고
매장안 한바퀴 더 돌고
주말이면 경쟁사도 체크”

“아무도 먼저 인턴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는다. 적극적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일은 직접 찾아서 해야 한다.” 권순영 씨가 후배 인턴에게 하는 첫 번째 조언이다. 사진 제공 롯데그룹
“아무도 먼저 인턴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는다. 적극적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일은 직접 찾아서 해야 한다.” 권순영 씨가 후배 인턴에게 하는 첫 번째 조언이다. 사진 제공 롯데그룹
롯데면세점 소공점 영업담당 권순영 씨(29)는 롯데그룹 인턴 중 면세점 인턴 1기 출신이다. 지난해 7∼8월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내 면세점에서 인턴을 했다. 인턴 후 면접을 거쳐 9월 정식 직원으로 최종 합격했다. 권순영 씨가 후배 인턴에게 해 주고 싶은 첫 번째 조언은 “지시를 받아서 하기보다는 자신이 일을 찾아서 하라”는 것이다.

○ 3일에 하나씩 매장 개선 아이디어

권 씨는 매장에서 샘플들을 자주 옮겼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매장에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스스로 알아서 한 것이었다. 한 번은 그가 무거운 샘플을 끙끙거리며 옮기는 것을 보고 면세점에서 일하는 한 상품매니저가 “물건 옮기는 것까진 하지 않아도 되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권 씨는 “그래도 남자인 제가 좀 더 힘이 세죠”라고 말했다. 인턴 과정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자세라고 평소 생각해 왔기 때문에 짐이 무거운 것은 별로 못 느꼈다고 한다.

권 씨는 후배 인턴들에게 ‘적극성’을 강조한다. 그는 “아무도 먼저 인턴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는다”며 “시키는 대로 하기보다는 먼저 나서서 하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턴 과정 동안 그는 하루하루 작은 것이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려고 했다. 권 씨는 “질문을 많이 하고 매장 안을 한 바퀴 더 돌고 주말에는 경쟁사 면세점을 찾아 장점과 단점을 체크했다”고 말했다.

권순영 씨 건의로 새롭게 만든 롯데면세점 입구 안내
문. 잘못된 영어 표현을 바로 잡고 중국어 안내도 추
가했다.사진 제공 롯데그룹
권순영 씨 건의로 새롭게 만든 롯데면세점 입구 안내 문. 잘못된 영어 표현을 바로 잡고 중국어 안내도 추 가했다.사진 제공 롯데그룹
그는 3일에 하나씩 매장 개선 아이디어를 내서 발전시켰다. 인턴 과정을 마치는 마지막 날, 면세점 매출을 올리기 위한 10가지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면세점 멤버십 카드를 좀 더 쉽게 발급받도록 하는 ‘자동 카드 발급기’나 지하철역에 면세점 안내판을 설치하는 등의 아이디어 등이 호평 받았다.

권 씨의 아이디어 중 실제 매장에서 적용된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엘리베이터 앞의 안내판 문구다. 영어로 안내문이 쓰여 있었지만 문법이 군데군데 잘못됐다. “백화점(전에는 식품매장이었음)으로 가려는 고객은 반대편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세요”라는 의미를 “If you want to go Food Market, please using the elevator which was opposite side”로 표기한 것.

그는 잘못된 문법을 바로잡고, 에스컬레이터도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어 “To visit the department store, please use the elevator or the escalator on the opposite side”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중국 관광객을 위해 중국어 문구도 넣도록 건의했다. 이 건의는 곧 받아들여졌다. 지금 롯데면세점 엘리베이터 앞의 안내판은 그가 제안한 대로 표기돼 있다.

○ 매일 매일이 평가기간

인턴 기간이 중요한 이유는 채용이 확정되기 전에 사실상 평가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권 씨는 “인턴 채용 면접과 정직원 채용 면접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인턴 기간에 매일매일 평가를 받고 결국 인턴 기간의 평가가 정직원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매일 평가를 받는다고 생각하며 일하다 보니 금요일이 되면 즐거웠다. 토요일에는 하루라도 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주중이 힘들고 싫어서가 아니라 하루 쉴 수 있는 날이 토요일이니까 행복했다”며 “휴식의 달콤함은 애써 일한 사람만 진정 알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언자(멘터)’에게서도 큰 도움을 받았다. 과장급인 ‘조언자’는 매일 일과가 끝난 뒤 인턴과 10∼15분간 각종 상담을 해준다. 권 씨는 “조언자의 피드백이 없었더라면 뭐가 맞는 건지 모르고 방향성을 잃은 채 헤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턴을 하면서 어떤 점이 어려웠느냐’고 물었더니 면세점이라는 특성상 매장에 여성이 많아서 고개를 들기 힘들 정도로 쑥스러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권 씨는 “면세점에서 일하는 700여 명의 여성 직원에게 인사를 하러 다니는데 그들이 모두 나를 쳐다본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웠다”며 “그래서 일부러 얼굴을 익히려고 적극적으로 인사를 하면서 다니자 일주일 지난 후 부끄러움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 인턴 통해 자신에게 맞는 일 찾아야

권 씨는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 데 인턴 기간을 최대한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인턴을 두 번 경험했다. 한 번은 외국계 증권사에서, 또 한 번은 롯데면세점에서다. 대개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금융권을 선호하지만 권 씨는 과감히 면세점을 택했다. 면세점에서 일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는 “사람 만나고 어울려 지내는 걸 좋아하는데 금융권은 주로 문서작업이 많아서 내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금융권에선 아무리 많은 월급을 준다고 하더라도 어려운 일을 당할 경우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면세점을 택했다”고 말했다.

“쇼핑과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제게는 면세점에서의 생활이 매일 재미있습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 채용 담당자가 말하는 인턴십 ▼

▽좋은 예-자신감과 패기가 중요하다

롯데마트 영업직을 지원한 A 씨는 신선식품 매대에서 수박 판매를 맡게 됐다. 영업 매니저에게 어떤 수박이 잘 익었는지 판별하는 방법을 배웠지만 살림에 노련한 주부를 대상으로 팔자니 자신이 없고 불안했다. 그래도 주부들 앞에서 직접 수박을 두들겨 보며 사전에 배웠던 대로 설명을 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주부들이 아무 말 없이 그 수박을 들고 가는 것이 아닌가. 자신감이 생긴 A 씨는 행사용 수박을 어려움 없이 팔 수 있었다.

▽나쁜 예-업무 파악 못해 어리바리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은 감점 요인이다. 인턴사원은 모두 회사생활에 초보다. 회사에서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창피한 일이 아니다. 묻는 것을 두려워하고, 회사의 앞뒤 정황을 잘 모르면서 임의대로 판단해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업무 부적응으로 인식될 수 있다.

▼ 롯데, 상반기 인턴 550명 선발… 작년 50% 이상 정직원 채용 ▼

롯데그룹은 올해 상반기 인턴 550명, 하반기 인턴 450명을 선발한다. 상반기 인턴은 5월 10∼20일에, 하반기 인턴은 10월 말∼11월 초에 롯데그룹 온라인 채용 홈페이지(job.lotte.co.kr)에서 신청을 받는다. 상반기 인턴은 7∼8월에, 하반기 인턴은 그 다음 해 1∼2월에 진행된다.

모집 분야는 유통관광, 식품음료, 중화학 건설기계, 금융무역, 전자정보통신, 연구지원 등 6개 부문이다. 인턴은 4년제 대학 졸업자나 내년 2월 졸업 예정자가 대상이다.

롯데그룹은 인턴 실습 기간에 인턴에게 일일 과제를 주고 평가하는 ‘조언자(멘터)’를 선정한다. 조언자는 과장급이 맡는 경우가 많다. 조언자는 인턴이 조직 생활에 빨리 적응하고 업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인턴 교육이 끝나면 정직원 채용을 위한 면접을 실시하고, 9월 중순경 정직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롯데그룹 측은 “지난해 인턴사원의 50% 이상을 정직원으로 채용했다”며 “인턴 인력의 자질과 역량이 뛰어나면 최대한 많은 인원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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