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특집]현장에서/“앓는 소리만 하지 말고 살길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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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30일 03시 00분


요즘 건설사나 주택·건설 관련 협회들이 주최하는 기자간담회 횟수가 부쩍 늘었다. 어디든 참석을 해보면 “우리 업계가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니 정부가 나서서 좀 도와 달라”며 한목소리를 낸다. 일선에 있는 부동산 담당 기자들은 이들의 건의사항을 하도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온지라, 이제는 옆에서 누가 물어보면 자동적으로 서너 가지는 너끈히 읊을 정도가 됐다.

물론 업계에서 이렇게 매일같이 ‘죽는소리’를 해대는 것을 정부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무턱대고 그것을 들어줄 수만은 없다는 게 문제다. 23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나온 ‘주택거래 활성화와 미분양 감소 대책’을 보면 ‘가만히 있을 수도, 전면에 나설 수도 없는’ 정책 당국자의 고민들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날 대책을 꼼꼼히 뜯어보면 그간에 나왔던 지원책들을 연장하거나 그 폭을 확대하는 것 말고는 딱히 새로울 게 없었다. 건설업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해 온 금융규제 완화 등 핵심내용은 빠졌다. 이날의 대책에선 오히려 건설사에 대한 ‘당근’보다는 정부가 이들에게 보내는 ‘채찍’의 메시지가 더 눈에 들어왔다.

이날 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건설업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강도 높게 질타했다. 비록 어려운 서민경제를 생각해 몇 가지 정책 지원은 하겠지만 그동안 사업성도 내다보지 않고 무분별한 투자를 해온 건설업체에 대한 책임도 반드시 묻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정부는 건설사에 대한 각종 금융지원, 미분양 아파트 매입 등의 정책을 발표하면서 한편으로는 “부실 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의 고삐를 다시 죄겠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했다.

건설업계는 이런 정부의 스탠스에 벌써부터 발을 맞추는 분위기다. 우선 건설사들의 신규 분양 동향을 보면 과거와는 달리 신중한 모습이 눈에 띄고 있다. 워낙 분량 물량 자체가 줄어들기도 했지만, 한 지역에서 대량 판촉을 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에너지 사용료 등 관리비를 아낄 수 있는 친환경 기술 집약형 아파트도 대세 중의 하나다. 또 일부는 악성 미분양이 많은 대형평형을 줄이는 대신 비록 마진은 덜 남지만 상대적으로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중소형 아파트의 비율을 늘리고 있다.

어떤 산업이든 경기는 항상 돌게 마련이다. 이 아픈 시기를 거치면 비록 쓰러질 곳은 쓰러지더라도 견실한 기업들이 살아남아 다시 한국의 건설업을 발전시킬 것이다. 건설사들이 이 점을 명심하고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길 기원해 본다.

유재동 경제부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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