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호 이후 313일만에 대포 가동 역대 5번째…포수로는 최초 쾌거 “최근 타격감 좋아 한방 예감했다”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로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덕아웃으로 귀환한 그와 가장 먼저 하이파이브를 나눈 사람은 SK 이만수 수석코치. ‘전설’과 ‘현재’가 하나로 연결되는 듯한 순간이었다. 동시에 현재가 또 다른 전설의 길로 입성한 것을 축복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SK 최고포수 박경완(38)이 30일 LG와 홈경기에서 개인통산 300호 홈런을 터뜨렸다. 2009년 6월21일 문학 두산전 더블헤더 2차전에서 299홈런이 나온 이후, 예상외로 길었던 313일의 기다림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왼쪽다리 아킬레스건 수술과 재활, 오른쪽다리 아킬레스건 염증 등 제대로 뛰지도 못하는 만신창이 몸으로 300번째 그라운드를 돌았다.
SK가 4-2로 앞서던 5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 볼 카운트 2-1에서 LG 선발 박명환의 5구째 슬라이더(시속 130km)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살짝 넘겼다. 박경완 특유의 노림 스윙이 적중한 순간이었다.
이 홈런으로 박경완은 프로야구 역대 5번째이자 포수 최초로 300홈런을 달성했다. 전주고를 졸업한 뒤 쌍방울에 연습생으로 입단한 박경완은 데뷔 20시즌 만에 300홈런의 금자탑을 쌓았다. 1994년∼2007년 14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현대 시절인 2000년엔 4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2000년·2004년 홈런왕을 차지했고 2006년 4월9일 문학 현대전에서 통산 253호 홈런으로 이만수의 포수 최다홈런 기록(252홈런)을 뛰어넘었다.
박경완은 SK가 5-4로 이겨서 13연승을 확정한 직후, “뜻 깊다. 생각지도 못했던 작년 부상 이후 300홈런까지 오래 걸리겠다 싶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단 빨리 나왔다. 100호나 200호 홈런 때는 의식 많이 했었는데. 지난 29일 광주 KIA전부터 감이 괜찮아져서 ‘나오겠다’고 예감했는데 홈런이 나왔다. 기록은 세워졌고 나는 계속 꾸준히 야구를 할 뿐이다. 송은범의 승리를 못 챙겨 아쉽다”고 했다. 역시 팀이 먼저였다. 이만수 코치는 “자랑스럽고 300홈런은 같은 포수 출신이 보기에 대단한 기록이다. 박경완이 아픈 여건에서도 팀을 훌륭하게 끌어가고 있고, 그 덕분에 연승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프지 말고 작년에 이루지 못했던 우승을 쟁취하길 바란다”고 축하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