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 53회 국수전…마지막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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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일 03시 00분


○ 홍기표 4단 ● 이창호 9단
결승 5번기 2국 7보(103∼125) 덤 6집 반 각 3시간

흑은 대참화를 입었다. 흑의 웅장한 세력이 있었던 우상에서 흑의 기둥말이 송두리째 백의 수중에 떨어졌다. 심하게 말하면 손쓸 틈도 없이 백에게 농락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상 10점은 참고도처럼 두면 살릴 수 있다. 하지만 백 4까지 우상 흑보다 더 큰 중앙 흑 돌이 잡힌다. 이건 흑이 당장 돌을 던져야 한다.

따라서 흑 11로 끊어가는 것이 최선인데 지금 상황에서 ‘최선’으론 백을 따라갈 수 없다는 점이 괴롭다. 좀처럼 표정이 없는 이창호 9단도 이 대목에선 괴로운 듯 몸을 뒤척였다. 그래도 한 수 아래로 꼽혔던 후배 기사한테 힘 한 번 못 쓰고 철저하게 밀릴 줄은 미처 몰랐다.

이 9단은 힘겹긴 하지만 조금 더 바둑을 끌고 가보기로 한다. 우상에서 망했지만 다른 곳에선 예기치 않은 바람이 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흑 13이 그럴듯하다. 이 9단은 불리하지만 묵묵히 최선을 찾아간다. 뒤처진 상대가 너무 침착하게 나오자 홍기표 4단도 살짝 움츠러든다. 백 14가 너무 안정만 추구한 수. 20의 자리에 둬서 중앙 흑 집이 나는 걸 방지해야 했다. 흑 23까지 흑 집이 통통하게 불어나 우상의 피해를 상당히 만회했다.

홍 4단은 더 이상 양보는 없다며 백 24로 젖혀 간다. 좌변 흑 두 점을 자연사시키겠다는 뜻. 이 9단도 참았던 기를 모아 흑 25로 끊어 마지막 승부수를 터뜨린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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