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타임오프로 일손 더 모자랄 것”

“하후상박 원칙으로 전임자 더 늘어날 판” 불만

경남 진해시에 있는 주물업체 B사 대표는 1일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가 확정한 ‘타임오프제’에 불만이 많다. 인력이 부족해 노조 전임자가 한 명이라도 줄어들기를 바랐는데, 근면위의 결정대로라면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 근면위가 기업규모별 타임오프 한도를 정하면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노조 전임자를 더 많이 배정하는 ‘하후상박’의 원칙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B사의 종업원은 193명으로 이 중 2명이 노조 전임자다. 자동차 경기 활황으로 주말특근까지 하고 있지만 주문량을 소화하기 힘들어 최근 우즈베키스탄인 근로자 15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B사는 조합원 수가 ‘100∼199명’ 구간으로 타임오프 한도가 3000시간(1.5명)까지 가능해 현재의 전임자 수를 거의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타임오프제로 노조 전임자가 1명으로 줄어들기를 기대했지만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전임자 인건비를 비롯해 사무실 유지비, 유류비 등을 합쳐 1년에 총 1억4000만 원을 노조 측에 지급하고 있다. B사 대표는 “타임오프제의 하후상박 원칙은 중소기업의 사정을 전혀 고려치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인력 부족비율은 대기업이 1.2%(3만245명), 중소기업이 3.1%(21만49명)로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현상이 훨씬 심각하다. 중소기업중앙회 이민경 과장(공인노무사)은 “이번 타임오프 확정안으로 노조 전임자를 한 명만 뒀던 중소기업 노조가 2명으로 늘려 달라는 요구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며 “인력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에는 별 문제가 안 되겠지만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노조가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의 도움을 받아 임단협에서 전임자 수를 늘려줄 것을 요구할 경우 노무인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중소기업은 충분히 대응하기가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노무 전담부서를 둔 중소기업은 전체의 6.9%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 한국산업기술대가 지식경제부에 제출한 용역보고서인 ‘노조전임자 급여지원 금지규정 시행 및 추진방안’은 이런 중소기업계의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중소기업 노조에 대한 (막연한) 배려가 기업에 더 많은 어려움을 초래하는 모순을 발생시킨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특별한 배려 없이 원칙적으로 동등하게 처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현행 노동법으로도 충분한 노조활동이 가능하다”며 “타임오프의 하후상박 원칙으로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증가하면 오히려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타임오프(Time-Off)제:
노조 업무만 전담하는 노조 전임자에 대해 회사 측의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대신 예외적으로 노사 공통의 이해가 걸린 활동에 종사하는 시간은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 이때 근무시간으로 인정되는 노조활동은 △근로자 고충처리 △산업안전보건 △단체교섭 준비 및 체결 관련 업무로 한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