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없는 지방권력 15년]<上>방만한 인력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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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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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D-29]구청 실-국 만들어 공무원 늘리고… 감원은 서류상 시늉만

“사회복지 등 행정수요 늘어”
용인 5년새 공무원 수 50%↑… 인구감소 평창, 공무원 31%↑
인사-수당 비리는 개선안돼

##사례1

경기 용인시는 2004∼2008년 5년 동안 공무원 정원이 평균 50.77%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용인시의 인구는 평균 23.83% 늘었지만 공무원 증가율이 인구 증가율보다 2.13배 높았다.

##사례2

부산 북구의 일부가 1995년 사상구로 떨어져나가면서 북구 인구는 1985년 36만3100여 명에서 올해엔 31만4200여 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공무원은 1985년 514명에서 올해 624명으로 늘었다. 실·국을 신설하는 방향으로 구 단위 직제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부산 서구도 도심의 인구가 줄어드는 공동(空洞)화 현상으로 1985년 22만6800여 명의 인구가 올해엔 12만5700여 명으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공무원은 425명에서 541명으로 늘었다.

이들 지자체는 공무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용인시 관계자는 “수지, 죽전지역 개발로 인구가 급증하면서 기흥, 수지, 처인구가 신설돼 공무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들은 공무원 증가가 불가피했던 이유로 △사회복지 등 다양한 행정수요 증가 △여권 업무 등 국가사무 위임 △지방자치제에 따른 의회기구 신설 등을 거론했다. 하지만 군살을 빼기 위한 공직사회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 공무원 수 유지 위해 편법 동원도

국회 입법조사처가 3일 발간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인력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04∼2008년 공무원 평균 증가율이 20%를 넘는 지방자치단체가 25곳이나 됐다. 인천 서구(43.83%), 제주도(38.51%), 경기 화성시(36.52%), 강원 원주시(33.07%)의 공무원 증가율이 특히 높았다.

지자체별로 공무원 1인당 인구수가 들쭉날쭉한 것도 문제로 꼽혔다. 경북 울릉군의 공무원 1인당 인구수는 29명인 반면 인천 부평구는 650명이나 됐다.

일부 지자체는 중앙정부가 총액인건비 등의 제도를 통해 공무원 증원에 제동을 걸자 서류상 정원을 줄이거나 그대로 둔 채 실제 일하는 현원만 늘리는 편법도 쓰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27개 지자체는 올해 인건비 예산을 부족하게 편성한 뒤 부족분은 나중에 추경예산에 반영하는 편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사업 예산에 비해 인건비는 추경예산을 통해 재배정하기 쉽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입법조사처는 “추경편성 횟수를 연 1회로 제한하고 추경을 2회 이상 편성하면 다음 연도에 ‘페널티’를 주는 방식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인사 비리, 부당 복지 혜택 여전

지자체의 인사 관리가 민선 단체장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용인시 서모 시장은 일부 승진 대상 직원의 근무성적 평정 서열을 변경하도록 인사 담당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공무원들이 복지 혜택을 악용하는 사례도 여전하다. 전남도는 지난해 3월 감사원 감사에서 2004년 1월∼2008년 12월 5년간 공무원 732명에게 가족수당 4억2600만 원을 부당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가족수당을 부당 수령한 공무원은 전체 대상자 1724명 중 42.4%나 됐다.

전국 지자체가 ‘맞춤형 복지제도’로 운영하는 복지포인트 제도도 도마에 올랐다. 복지포인트 제도는 공무원에게 체크카드 같은 복지카드를 지급해 주어진 예산(포인트) 범위 내에서 본인에게 적합한 복지혜택을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입법조사처의 조사에 따르면 복지포인트 관련 기준을 자치법규에 규정한 지자체는 전체의 37.8%인 93곳밖에 되지 않았다. 또 일부 지자체는 운영규칙이나 지침에서 정한 복지포인트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일부 지자체가 멋대로 복지포인트를 큰 폭으로 올렸다가 행정안전부의 권고를 받고 다시 낮춘 일도 있다.

입법조사처는 복지포인트 등 지자체 공무원의 후생복지 관련 사항을 지자체 조례로 정하도록 지방자치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이 방향으로 개정되면 주민들은 공무원들의 복지혜택 수준을 항상 파악할 수 있고 지방의회의 동의가 없으면 지자체가 임의로 복지포인트를 높일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용인=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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