玄통일 ‘김정일 방중’ 中대사에 유감 표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5일 03시 00분


정부, 외교파문 우려 “항의 뜻 아니다” 진화
韓, 연이틀 中대사에 항의… 中 “너무한다” 불만

외교부 “金 방중 언질없어”…中대사 이례적 항의성 초치
玄통일도 하루 뒤 또 만나 “中 책임있는 역할 기대”
천안함을 ‘천안문’으로 실언…中참사관 표정 굳어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둘러싸고 한국과 중국 양국 간에 외교적 갈등 조짐이 보이자 정부가 파문 확산을 우려해 뒤늦게 진화에 나섰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4일 신임 인사차 방문한 장신썬(張흠森)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정세가 매우 다이내믹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책임 있는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 장관은 이어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천안함 사태에 직면해 있고 북한은 금강산 관광에 대해 매우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중국의 ‘책임 있는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가운데 진행된 현 장관과 장 대사의 면담에서 현 장관이 다소 무거운 주제의 언급을 이어가자 장 대사의 표정도 굳어졌다. 첫 만남에서 어색한 기운이 흐르는 가운데 현 장관은 ‘천안함 사태’를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천안문 사태’로 잘못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 자리에 배석한 한국어 능통자인 싱하이밍(邢海明) 공사참사관은 “지금 (언론이) 녹음도 하는 것이냐. 이것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의 뜻을 표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신각수 외교통상부 1차관은 3일 장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본적인 인식을 전달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밝혔다. 신 차관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견해를 설명하고 북-중 협의 내용을 포함해 한국 정부의 몇 가지 질문 사항에 대해 답변해 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신 차관이 장 대사를 초치(招致·불러들임)했다”며 “장 대사는 한국 정부의 뜻을 본국에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외교적으로 항의의 뜻을 전달하거나 정부의 태도를 재강조할 필요가 있을 때 쓰는 ‘초치’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나 중국의 노동절 연휴로 휴무였던 장 대사를 긴급히 부른 것은 김 위원장의 방중을 둘러싼 양국 간 이상 기류를 보여준다.

정부는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지 불과 사흘 만에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뤄졌음에도 중국이 사전에 통보해주지 않은 데 대해 내심 매우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 왔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천안함 사태 와중에 중국이 김 위원장의 방문을 받아들이는 데 대해 실망이고 우려스럽다”고 중국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 이어 정부 주요 당국자들이 중국 측에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경을 전달하면서 한중 간의 갈등 기류로 비치자 정부는 뒤늦게 “중국에 대해 항의하거나 압박하는 게 아니다”며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부가 장 대사를 초치한 것은 한중 정상회담의 연장선상에서 실제 상황이 벌어진 뒤 보충적 설명을 하고 한국의 태도를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중국 정부에 대한 항의로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현 장관과 장 대사의 면담에 대해서도 “통일부 장관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청와대와 사전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자기 본인의 생각을 얘기한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신 차관이 장 대사를 부른 것은 한국 정부의 정확한 태도와 상황인식을 차분하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항의가 아니라 한반도 정세가 그만큼 중요한 길목에 있음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한중 관계와 향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천안함 문제를 다룰 때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의 감정적 접근은 현명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지금은 정부가 중국에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향후 상황 관리를 위해 필요한 조치가 어떤 것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할 시기”라며 “본격적인 외교전은 천안함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 공식적으로 추진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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