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방송사고? 걱정없어요”…라디오 복귀한 ‘슈주’ 김희철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5월 6일 15시 00분


SBS 라디오 봄 개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희철. 사진제공 SBS
SBS 라디오 봄 개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희철. 사진제공 SBS

"천상천하 희철독존. 김기복. 그리고 자화자찬이라는 사자성어가 가장 어울리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가수인지 연기자인지 방송인인지, 아이돌인지 중견가순지 볼 때마다 달라지는 사람. 정체불명의 사나이.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치명적인 매력에 빠지는 그 남자. 자, 김희철입니다."

SBS 파워FM '김희철의 영스트리트'(연출 허금욱·이하 영스)으로 3월 29일 4년만에 돌아온 '슈퍼주니어' 김희철은 시작부터 딱 그다웠다. 방송 한달이 지나자 청취자들도 ''2시탈출 컬투쇼'가 8시로 옮겨온 느낌' '아슬아슬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는 멘트가 최고' '역시 김희철'이라며 그에게 '중독'되기 시작했다. "정말 간절히 원해서 DJ로 돌아왔다"는 김희철을 4월 26일 생방송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 "주변에선 사고만 치지 말라지만 전 걱정하지 않아요."

- 4년만의 DJ복귀에요. 다시 라디오를 진행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4년 전 '김희철 박희본의 영스트리트'를 진행했을 때는 슈퍼주니어 데뷔하고 예능 출연하면서 시트콤까지 찍었어요. 정신없고 바쁜 시절이라 라디오의 매력을 느낄 틈이 없었죠. 생방송도 일주일에 하루밖에 못했고요. 그런데 방송을 하다보니 라디오가 그립고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하고 싶었어요."

- 주변 동료들이 '제발 사고치지 마라'는 조언을 많이 하던데…

"제가 옛날부터 사고는 안쳤어요. (억울한 듯) 아시죠? 제가 말하는 게 직설적이긴 해도 문제가 될 만한 발언은 하지 않아요. 자유롭게는 행동하지만 지킬 것은 확실히 지킨다는 게 제 자부심이에요."

그의 DJ 복귀 첫날 'FT아일랜드' 이홍기는 제발 대본 좀 확인하며 방송하라는 의미에서 필통을, '에픽하이' 미쓰라는 매일매일 그날 방송을 반성하라는 의미에서 그림일기장을 선물했다.

- 4년 전 라디오 진행할 때는 감정 기복이 심해 '김기복'으로 유명했는데 조절하는 노하우가 생겼나요?

"닥치면 뭐라도 하게 된다고 하잖아요. 기운이 없을 때도 있지만 이젠 티내지 않으려고 해요. 물론 노래 나갈 땐 기운 없이 쳐져 있지만요. 어쨌든 지금은 라디오만 하고 있으니 정말 좋아요. 사실 라디오 진행하기로 결정했을 무렵 영화 시나리오도 같이 들어와 있었거든요.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영화 주인공은 꼭 해보고 싶었던 건데 그래도 영화는 다음에 더 좋은 작품 찍자 마음먹고 라디오를 선택했죠."

- 어떤 방송으로 만들고 싶어요?


"처음엔 4년만의 복귀니 차분하고 조용조용하게 감동주면서 진행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굳이 8~10시 시간대에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았어요. 퇴근길에 차에서 듣는 분들이 많으시잖아요. 퇴근 후라 지치고 차도 밀릴 시간이니 제가 청취자라고 생각했을 때 활력소같은 방송을 원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정신없다는 얘기를 듣더라도 웃음드리는 방송을 만들려고요."

- 본인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코너도 있나요?

"'허세천하 유아독존'이요. 말 그대로 허세부리는 코너죠. 첫 게스트가 '소녀시대' 써니와 슈프림팀이었는데 한 회하고 막 내렸어요. 후속코너 '사랑의 이진법'도 제 의견이 들어가 있어요. 이번엔 미쓰라와 윤아가 도와주러 나오는데 이 프로마저 없어지면 안되요."

- '허세천하'는 왜 한 주만에…


"'허세천하' 코너 자체가 굉장히 '센세이셔널'해요. 방송에서 누구하나 잘난 척 하는 것 없잖아요. 제 성격 담아내서 청취자도 그 코너에 만큼은 '제가 너무 잘 생겨서요' '인기가 많아서요 짜증나요' 잘난 척 하면서 사연을 보내는 거에요. 그러면 게스트들도 '지금 제 앞에서 외모 자랑을 하십니까' 흉보면서 이어가고… 잘난 척을 잘 해야 하는데 게스트들이 그런 성향이 없는 친구들이었어요. 저 혼자만 잘난척하려니 그것도 어색하고… 언젠가 부활할 것 같아요. 게스트를 잘 짜야죠. 아, 누굴 부르지?"

김희철 특유의 거들먹거리는 말투 탓인지 옆에 있던 매니저가 큭큭 웃는다. 김희철이 "형 왜 웃어요"라고 하자 "아냐. 잘하고 있어. 계속해"라며 웃음을 참았다.

김희철이 4년만에 \'영스트리트\' DJ로 돌아오자 그를 반기는 화환과 선물이 스튜디오를 가득메웠다. 사진제공 SBS
김희철이 4년만에 \'영스트리트\' DJ로 돌아오자 그를 반기는 화환과 선물이 스튜디오를 가득메웠다. 사진제공 SBS

▶ "우리 상미… 명민이 형… 완이… '희라인' 끝없어요."

- 최근 트위터를 시작했던데요.

"트위터 시작한지 얼마 안됐는데 너무 어려워요. 제가 유행엔 뒤쳐지거든요. 숙소 TV도 제대로 안나오고 터치폰은 못 쓰겠고, 아파트에 큰 창이 있는데 검정 커튼으로 막아서 바깥 날씨도 몰라요. 컴퓨터는 게임용인데 세상 돌아가는 것은 알아야 유머든 욕이든 할 수 있는 것 같아서 뉴스는 가끔 봐요."

- 본인 기사도 챙겨보지 않나요?

"찾아서 보지는 않아요. 기사 같은 기사가 있나요 요즘? 처음 데뷔했을 때는 챙겨보곤 했는데 악플에 부모님까지 욕하니 안보는게 편하더라고요. 연예계 돌아가는 소식 몰라도 사는데 지장 있는 것도 아니고…"

기자를 앞에 두고도 '기사 같은 기사가 없다'고 말하고 '연예계 돌아가는 소식 몰라도 사는데 지장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연예인은 김희철이 유일하지 않을까.

- 라디오 게스트로 장근석 김정은 제이 제시카 설리 동해 이홍기 미쓰라 등 '희라인'이 총동원됐어요. 앞으로 대기중인 '희라인'은?

"우리 (남)상미도 한 번 나오면 좋고. 근데 상미가 지금 드라마 촬영 중이라… 그리고 (김)명민이 형이 한 번 나와주면 좋은데. (이)완이도 나올 꺼고요. (강)지환이 형은 드라마 촬영하느라 좀 바쁘니 언젠가…"

- '쪼코볼' 멤버들은 라디오에 안보이네요.

"아, 쪼코볼이요. 그 모임 한 번 만나고 해체됐어요. 이유요? 제가 원래 그래요.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만나기 싫으면 안 만나요."

'쪼코볼'은 '조금 사이코 같지만 볼수록 매력적인 사람들'의 모임으로 AB형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멤버는 가수 조성모, FT아일랜드 이홍기, 에픽하이 미쓰라, 샤이니 종현, 낯선, 김희철 등 6명.

- '희라인'에 유독 여자 연예인들이 없네요.

"그러게요. 그게 아쉬워요. 모이다보니 AB형이 많아서 AB형끼리 뭔가를 하고 싶은데 AB형 여자 연예인이 없더라고요. 너무 속상해요. 홍기 생일에도 남자들만 모였어요. 정말 우울했죠. 혹시 '원더걸스' 소희가 AB형 아닐까요?"

김희철이 소희의 팬인 것은 유명한 사실. "직접 만날 기회도 있었지만 수줍은 성격 탓에 한 마디도 나눠보지 못했다"고.

▶ "김희철만 할 수 있는 '영스'로 만들거에요."

- 슈퍼주니어가 곧 컴백하면 스케줄 병행이 쉽지 않을텐데…
"8시 음악프로 생방송이 있는 금요일이 제일 문제에요. 매니저 형에게는 음악프로 서다가 시간되면 라디오 생방송하면 되겠다고 농담 삼아 얘기하곤 했어요. 소속사하고 상의중인데 저는 음악방송을 사전녹화 하더라도 라디오 생방송을 고집하고 싶어요. 음악프로도 소중하지만 라디오도 소중하니까요. 게다가 라디오는 제 이름을 걸고 하는 프로그램이잖아요."

- 슈퍼주니어 2집 발매 후 '엘프(슈퍼주니어 팬클럽)'에게 앨범을 구매하고 '김희철 나이스'외치기, 3집 발매 후에는 네발로 기어다니며 '야옹' 울기 등 지령을 내려 화제가 됐었는데. 4집은 어떤 지령을?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더라고요. 팬들이 진짜로 지령을 실행하고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올려요. 보면서 말조심해야겠다고 느꼈어요. 하하하. 4집 지령은 아직 고민 중이에요."

- 희철 씨는 '영스트리트' 이특 은혁 씨는 '키스더라디오' 신동 씨는 '심심타파'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야말로 슈퍼주니어의 라디오 전성시대인데 서로 조언도 해주나요?

"아뇨. 게스트 얘기는 많이 해요. 우리 프로그램에 아이유, 애프터스쿨 나왔다 그러면 예쁘냐고 묻고… 우리나이 또래 남자들이 하는 얘기들 있잖아요. 일에 대해서는 서로 간섭하지 않아요. '넌 그게 아닌 것 같아' '잘하는 것 같아' 그런 얘기는 전혀 없죠. 그냥 '쏘 쿨'하게 웃고 즐겨요."

- 어떤 DJ가 되고 싶나요?

"김희철만 할 수 있는 라디오로 만들고 싶어요. 전 머리를 하든 옷을 입든 예능을 하든 무대에 서든 저만의 색을 보이려고 애써요. 내가 누구를 존경하고 누구처럼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열심히 해서 다른 사람들이 저를 보고 저렇게 하고 싶다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더 노력해야하고 조심해야겠죠. 자유로워 보이면서도 지킬 건 지키고 틀린 말 하지 않으려고도 해요."

허금욱 PD는 "김희철이 전형적인 호감가고 세련된 DJ형은 아니다"며 "세련된 DJ는 많으니 김희철이 자신만의 4차원스러운 매력을 발휘해 청소년들도 좋아하고 어른들에게도 귀엽게 보일 수 있는 캐릭터로 자리잡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천상천하 희철독존? 천상천하 영스독존!

생방송 10분 전 인터뷰가 끝나자 스튜디오로 자리를 옮긴 김희철은 작가들 사이로 파고들어 일주일간의 라디오 일정표를 살폈다.

"어? '허세천하' 살아났네요.(김희철)"
"우리 회의 완전 열심히 했잖아. '허세천하' 살릴 수 있을지 일주일전에 대본을 미리 써보려고. 이런 작가 봤어? 하하하(전진실 작가)"
"내가 허세천하 게스트를 생각해봤는데 좀 끼가 있고 허세 부려도 안 밉고 그런 게스트여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애프터스쿨'의 나나나 '포미닛'…(김희철)"
"오빠가 해요 오빠가(조현정 작가)"
"희철아 너 방송전에 원래 대본 다 읽어 보잖아. 오늘따라 왜 이러니.(허금욱 PD)."
"미리 보면 라디오의 매력이 없어져요.(김희철)"
"그래서 더듬어? (허금욱 PD)"

제작진과 회의같은 수다를 떤 김희철이 생방송 3분여를 남겨두고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부스 안에서도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제작진과의 수다는 이어졌다. 8시 '온에어' 불이 들어온 뒤에야 수다는 멈췄다.

이날의 게스트는 배우 이해인이었다. 고정게스트인 가수 아이유가 동시간대 프로그램인 '친한친구'의 임시DJ로 투입되면서 이해인이 임시게스트로 초대된 것. 김희철과 이해인은 초면이었다. 김희철이 낯을 심하게 가리는 편인데 설상가상으로 이해인이 방송시간에 늦었다.

다급해진 제작진. 김희철에게 게스트가 도착하지 않았음을 알리자 김희철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 비가 굉장히 많이 오는데요. 그래서 이해인 씨께서 조금 늦는다고 하시네요. 이해인 씨 늦어도 되니까 안전운전 하셔서 천천히 오세요. 끝나기 전에만 오시면 됩니다~."

잠시 후 스튜디오에 들어선 이해인이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눈 후 부스로 들어갔다. 처음 만나는 두 사람 사이엔 역시나 어색한 기운이 흘렀다. 김희철은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부끄러워했다. 그래도 프로는 프로. '온에어'에 불이 들어오자 어색함은 사라졌다. 직설적인 이해인에게 "되게 매력있으세요. 저 거친 사람 좋아해요"라며 넉살도 부린다. 그러다 노래가 나오면 두 사람 모두 얼음. 대본에 고개를 묻고 한 마디도 오가지 않았다.

프로그램을 잘 이끌다가도 노래만 나오면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이해인(왼쪽)과 김희철.
프로그램을 잘 이끌다가도 노래만 나오면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이해인(왼쪽)과 김희철.

보다못한 허금욱 PD가 "행사요원 섭외해서 노래 나오는 사이에 넣어줘야 해"라며 웃는다. 작가들도 "오늘따라 희철이 기가 죽었네" "소개팅 분위기"라며 놀렸다. 김희철도 스스로 의식한 듯 "오늘 뭔가 계속 말리는 기분이에요. 처음부터 그랬어"라며 멋쩍어했다.

이해인과는 다소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선물을 소개할 시간이 되자 '원조 예능돌' 김희철로 돌아왔다. 조성모 김건모 김장훈 윤아 등의 성대모사로 선물을 소개하더니 티아라의 '보핍보핍'이 나오자 고양이귀와 꼬리가 달린 의상을 입고 온 것이 아깝지 않게 자리에서 일어나 안무까지 선보였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김희철. 엔딩멘트 '천상천하 영스독존 영스대박'와 함께 이날 방송을 마무리 했다.

방송은 끝났지만 김희철은 아직 할 일이 남은 듯 했다. 부스를 나오자마자 제작진과 이날 방송의 리뷰를 시작. "너 오늘 게스트한테 밀린 것 같아" "아니에요 좋았어요" "이렇게 막 대한 여자가 처음이라 좋은거 아니고?" "하하하" 20분간 이야기를 나눈 뒤에야 진짜 방송이 끝났다.

김아연 기자 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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