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빛낼 대한민국 100인]릴레이 인터뷰<1>김빛내리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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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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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뒤엔 새 분야 개척해 선두에 서겠다”
퀴리부인을 동경하던 소녀 이름처럼 세상 빛낼 과학자로
10번 실험에 9번 실패 당연… 실패서 배우고 더 집중해야
10년후 한국과학은 세계5위… 그때 이공계 인력공백 대비를


《세상을 빛내는 사람이 되라며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 빛내리. 마리 퀴리를 동경했던 딸은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에 걸맞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과학자로 자랐다. ‘2020년 한국을 빛낼 100인’에 선정된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중견석좌교수(41)다. “좋은 기획에 포함해 주셔서 너무 고맙고 어떻게 보답해야 하나 걱정”이라고 밝힌 그에게 10년 후의 모습을 물었다.》“독창적인 분야를 개척해 그곳에서 선두가 되고 싶어요. 지금까지 했던 연구도 의의가 있었지만 그동안 발견되지 않은 생명현상을 찾아내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아 과학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고 싶어요.”

김 교수는 성장과 노화 등 생명 현상을 조절하는 유전물질인 마이크로RNA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 세포 안에서 마이크로RNA를 만드는 효소를 찾아내는 등 독창적인 연구 성과를 거듭 발표해 지난해 세계 최고의 생명과학 학술지인 ‘셀’의 편집위원이 됐다. 지난달 말에는 가장 젊은 나이로 국내 최고 영예인 ‘국가과학자’에 선정됐다.

소녀를 과학의 길로 이끈 책이 있었다. 과학사를 읽으면서 인간의 지식이 자연의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는 한국인 최초의 노벨 과학상 수상이 기대되는 신진 학자로 주목받지만 “자연을 이해하는 일이 참 어렵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소녀를 과학의 길로 이끈 책이 있었다. 과학사를 읽으면서 인간의 지식이 자연의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김빛내리 서울대 교수는 한국인 최초의 노벨 과학상 수상이 기대되는 신진 학자로 주목받지만 “자연을 이해하는 일이 참 어렵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왜 과학자가 됐을까. 김 교수는 지금은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과학책 한 권을 떠올렸다. “과학사 책이었는데 인간의 지식이 발전하면서 자연의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어요. 이런 일을 평생 즐겁게 하면서 돈도 벌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과학자가 되었죠.” 지금도 가장 두근거리고 흥분되는 순간을 묻는 질문에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보고 고민하다가 새로운 가설이 떠오를 때,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가장 즐겁다. 학교에 올 때는 늘 즐겁다”며 웃었다.

긍정적인 성격이지만 견디기 힘든 시절이 있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 큰아이(딸)를 낳으면서 1년 넘게 집에서 쉬었다. 과연 연구를 계속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서 과학자의 길을 포기하려고 했다. 그때 남편과 시댁 식구의 격려와 도움으로 미국으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다녀오면서 마음을 잡았다. 부드러운 인상의 남편은 이후에도 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서울대에 신임 교수로 부임했을 때도 막막했지만 같은 과 교수들이 연구비를 보태주고 기계를 빌려주면서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이때를 떠올리며 “신진 연구자들에 대한 배려가 국가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에게 한국 과학계의 숙원인 노벨상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젊고 국제적인 지명도를 얻은 데다 지금과 같은 연구 속도와 창의성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준다면 설마 거절하겠어요?”라며 크게 웃었다.

“그런 말 들을 때마다 정말 부담스러워요. 꿈이든 진지하든 과학자로서 노벨상 꿈꿔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계획한다고 받는 상이 아니잖아요. 상을 위해서 과학을 할 수는 없어요.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건 호기심이나 열정 때문이었고 그걸 유지하는 게 가장 행복합니다.”

김 교수는 최근 지하철 안에서 ‘배는 뜨기 위해서 자기 속을 비운다’는 글귀를 보고 가슴에 와 닿았다고 털어놨다. 자연을 이해하는 일이 참 어려우니 자연 앞에서 욕심을 버리고 더 겸허해지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2020년에는 한국 과학이 얼마나 발전했을까. 김 교수는 “현재 한국 과학 수준이 세계 12∼14위인데 10년 뒤에는 5위 정도로 올라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투자액과 우수한 연구 인력을 볼 때 저력은 충분하다는 말.

문제는 이공계 인력이 너무 줄어든다는 점. 최근 KAIST나 서울대, 포스텍의 생명과학 전공자 중 대다수가 의학전문대학원이나 약대로 빠져나가려 한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김 교수는 “10년 뒤면 인력 공백이 심각할 것이다. 장기적인 과학발전은 앞으로 길러낼 이공계 인력에 달려 있다”면서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먼저 집중하세요. 좋은 과학자가 되고 싶으면 연구에 매진해야 해요. 긍정적인 사고도 중요해요. 10번 실험해서 9번 실패하고 1번 성공하면 굉장히 잘하는 거예요. 실패에서 배우고 다음 단계로 가려면 긍정적인 생각이 꼭 필요합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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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영상 = 백완종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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