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트위터가 뭐냐?” 3월 말 삼성그룹 인트라넷에는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 선언이 삼성의 공식 트위터(@samsungin)를 통해 발표된 직후였다. “지난해 말만 해도 트위터 관련 내용을 보고해도 관심도 안 가졌던 임원들이 이제는 달라졌다”는 게 삼성 관계자의 설명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으로 대표되는 소셜 미디어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뜨겁다. 글로벌 홍보기업인 버슨마스텔러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100대 기업의 소셜 미디어 활용률은 79%에 이른다. 펩시는 23년 동안 지속했던 슈퍼볼 TV광고를 올해 처음 중단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광고를 집행했을 정도다.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국내 기업들도 최근 소셜 미디어에 눈을 뜨고 있다.》 긍정적 효과 스타벅스 등 세계적 브랜드 트위터서 수백만 ‘팬’ 확보 잘할땐 응원, 못할땐
믿음줘 부정적 효과 1명뒤엔 수많은 ‘팔로어’ 실수 잘못대응땐 ‘안티’ 확산 일방적 홍보는 반감
불러
‘@androidt 안드로보이님은 내 의견과 질문을 잘 무시한다. 쓴소리가 듣기 싫으면 기업 트위터를 하지 마시죠?’
‘@ollehkt 답변감사! 어서어서 가족 모두 모두 KT로 옮기게 해야지.’
한 고등학생이 최근 SK텔레콤 안드로이드 공식 트위터와 KT 공식 트위터에 남긴 140자 평이다. 통신기기에 대한 정보가 궁금한 이 학생은 SK텔레콤과 KT에 각각 질문을 올렸다가 한 곳의 팬이 되고, 다른 한 곳의 안티팬이 됐다.
‘기업의 적인가, 친구인가.’ 최근 강력한 비즈니스 수단으로 떠오른 소셜 미디어에 대한 업계의 화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코카콜라, 스타벅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이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수백만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듯이 기업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소비자와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적이 되기도 쉬워 기업들의 고민이 깊다.
○ 쌍방향 소통으로 ‘친구’ 확보
소셜 미디어에 관심 있는 국내 기업들이 벤치마킹 대상 1호로 꼽는 KT는 이미 소셜 네트워크 내에서 두꺼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트위터 활동으로 KT를 옹호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것. KT 서비스에 불만을 호소하는 의견이 올라오면 회사 대신 고객이 직접 나서 답변을 해주고, 고객들 역시 다른 고객의 의견에 높은 신뢰를 보이며 선순환 구조가 구축됐다. 조주환 KT 소셜미디어팀 매니저는 “보통 기업에는 불만과 항의가 따라다니기 마련인데 예상치 못한 팬들의 등장에 내부에서도 놀라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7월 기업 트위터(@ollehkt)를 개설한 KT는 올 초부터 15명으로 꾸려진 전담부서까지 두고 있다. KT 측은 “기업에서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모시고 싶은 체험단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이는 셈”이라며 “트위터에서 이슈가 된 내용과 아이디어를 이석채 회장에게 매일 보고할 정도”라고 전했다. 소셜 미디어를 단순히 홍보 채널이 아닌 경영 도구로 활용한다는 설명이다.
LG전자도 소셜 미디어를 통한 팬층 형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영기 LG전자 부사장은 지난해 직원들에게 “잘나갈 때 응원해 주지만 잘못했을 때도 믿어주는 게 팬이다. 많은 비판을 받았던 황우석 박사에게도 그를 믿는 소수의 팬이 있다. 기업도 그런 팬이 필요하다”며 ‘팬’ 확보를 강조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지난해 기업 블로그를 시작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기업 트위터를 개설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팬 확보는 기업의 실적과도 직결된다. 컴퓨터 제조업체 델은 ‘델 아웃렛(@DellOutlet)’ 계정을 통해 특별할인, 재고 정리, 쿠폰 등의 판촉을 벌여 트위터에서만 연간 300만 달러(약 34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아디다스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270만여 명의 팬을 확보하고 있는데, 그 가치를 2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 약점에 침묵하면 안티팬 형성
소셜 미디어는 안티팬을 만들기도 한다. 과거에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기업의 잘못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올 2월 뚱뚱하다는 이유로 승객의 탑승을 거부한 사실이 트위터를 통해 알려지면서 파문의 주인공이 됐다. 당시 탑승이 거부된 승객은 160만여 명의 팔로어(follower)를 가진 ‘파워 트위터’였다. 1명의 불만이 160만 명의 불만으로 확산되는 트위터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쌍방향 채널이라는 특성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홍보 채널로 활용하는 것도 오히려 반감을 사기 쉽다. 어설픈 통제도 용납되지 않는다. 미국에선 HP의 마케팅 담당자가 블로그에 올라온 고객의 쓴소리를 삭제했다가 HP에 대한 안티 여론까지 형성된 적이 있다.
SK텔레콤의 소셜 미디어 담당자는 “고객센터를 통해 문제를 이미 해결한 고객이 기업 트위터나 블로그에 또다시 항의하는 경우가 있는데, 본사 차원에서 고객의 불편을 알아달라는 취지일 때가 많다”며 “대체로 고객들은 기업이 들어주는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전했다.
미스터피자의 트위터(@mrpizzalove)에도 최근 “○○점 매장은 고객이 말하는데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네요. 교육을 안 시키나 보죠?”라는 질책성 글이 올라왔다. 회사 측은 그 즉시 “기분이 많이 상하셨겠어요”라며 사과를 했다. 그러자 해당 고객은 바로 “그렇게 사과하시니까 제가 더 죄송하네요. 바쁘면 그럴 수 있죠”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문제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위기관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 노점상-카페 등 소상공인도 트위터 활용해요 ▼ 에피소드 얘기하다 단골로 문닫을 위기서 성공하기도
소셜 미디어가 대기업의 전유물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한인 교포가 운영하는 한국식 바비큐 타코 트럭 ‘고기 비비큐(Kogi BBQ)’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차별화된 메뉴에 트위터로 이동 트럭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 주는 전략이 주효해 6만2000여 명의 단골을 확보했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소셜 미디어를 홍보 도구로 활용하는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다.
서울 홍익대 인근에서 바를 운영하는 이승열 씨(28)는 우연히 소셜 미디어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 최근 잃어버린 고양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미투데이에 올린 글 덕분에 찾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고양이를 궁금해 하던 사람들이 이 씨의 바에 몰려들면서 문 닫을 위기였던 이 씨의 바는 요즘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붐빈다.
인터넷 의류 쇼핑몰 ‘빈치’를 운영하는 이창오 씨(24)도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매출을 늘린 경우다. 이 씨는 “미투데이를 통해 직접적인 홍보보다는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주로 알리는데, 이렇게 알게 된 사람들이 적극적 고객이 되면서 쇼핑몰 운영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이 씨 쇼핑몰 고객의 20%는 미투데이를 통해 유입됐다. 이 씨는 “일반 고객보다 ‘친구’ 관계를 맺은 고객이 더 오래 쇼핑몰 사이트에 머물고 더 자주 방문한다”고 말했다.
서울 이화여대 앞에서 ‘샬롬미용실’을 운영하는 이선묵 씨(40)는 지난해 7월 가게를 열면서 트위터 담당 직원을 따로 채용했다. 이 씨는 “트위터를 직접적인 홍보 도구로 활용하지 않고 고객과 만나며 즐기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며 “재미가 있어야 고객도 관심을 갖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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