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온 화제의 두 해외작가 인터뷰-주노 디아스, 레나 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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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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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학의 현재를 엿볼 수 있는 ‘세계작가축제’(10∼14일 서울, 전북 전주 등) ‘서울국제도서전’(12∼16일 서울 코엑스)이 잇따라 열린다. 이들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해외 작가들 가운데 유머와 우화적 상상력으로 현실 세계의 부조리를 풍자해 인기를 얻고 있는 미국의 소설가 주노 디아스 씨(42), 핀란드의 소설가 레나 크론 씨(63)를 만났다.》

▼“이민이 준 문화충격 작품활동엔 큰 도움”▼

■ 도미니카共 출신 美 주노 디아스 씨

가족 다양한 캐릭터
지 켜보기만 해도
문학적 영감 얻게 돼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미국 소설가 주노 디아스 씨(사진)는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으로 2008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30여 년 동안 독재자 트루히요의 통치 아래 놓여 있던 도미니카공화국의 부조리한 근대사를 한 가족의 내력을 통해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오스카 와오…’에 이어 최근 미국 이민사회의 현실을 다룬 데뷔작 ‘드라운’도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10일 오후 서울 중구 ‘문학의 집·서울’에서 만난 그는 “이민이란 건 세상을 완전히 새롭고 낯선 것으로 보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화를 자연스레 체득하는 게 아니라 의식적으로 생각하며 배워야 하고 언어에 대해서도 늘 생각해야 합니다. 하지만 세상을 전혀 다르게 본다는 점에서 작가에게는 도움이 됩니다.”

그는 주로 가족사를 통해 이민 사회의 실상과 부조리한 외부 환경을 비판한다. 그는 “자전적인 소설은 한 편도 없지만 내 문학세계에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가족”이라고 말했다.

“돈을 들고 도망가버리는 삼촌도 있고, 뜬금없이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공부벌레 사촌도 있고…. 그런 역동적인 대가족 틈에 있으면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캐릭터가 뭔지, 플롯과 스토리가 어떤 것인지 자연스레 습득하게 돼요.”

디아스 씨의 문학을 완성하는 것은 ‘유머’다. 생동하는 캐릭터, 허를 찌르는 연쇄적인 유머, 빛나는 입담. 그는 “유머야말로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그는 과작의 작가다. 1996년 데뷔작 ‘드라운’을 낸 뒤 퓰리처상을 수상한 ‘오스카 와오…’를 내기까지 11년이 걸렸다.

“어떤 책은 쉽게 써지고 어떤 책은 어렵게 써지는데 ‘오스카 와오…’는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책이었던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은 50년 뒤의 미국 사회를 디스토피아적으로 그린 재밌는 단편소설집이 될 겁니다.”

▼“판타지 뿌리는 진실 현실은 함께 꾸는 꿈”


■ ‘펠리칸맨’ 쓴 핀란드 레나 크론 씨


곤 충 등 주인공 삼아
동화적 상상력으로
인간의 본질 성찰


레나 크론 씨(사진)는 최근 들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한 핀란드의 중견 소설가다. 1970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뒤 소설뿐 아니라 그림책, 동화, 에세이로 영역을 넓혀 다양한 연령의 독자층을 갖고 있다. 국내에는 ‘펠리칸맨’이 번역 출간돼 있으며 주한 외국대사들이 자국 대표 작가의 단편을 단행본으로 엮어낸 ‘유럽, 소설에 빠지다’에도 작품이 수록돼 있다.

11일 서울 성북구 핀란드대사관저에서 만난 그는 먼저 상상력과 합리성에 대해 말을 꺼냈다.

“보통 사람들은 상상력과 합리성이 다르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상상이 없는 합리성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판타지의 뿌리는 결국 진실, 현실이고 사회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환상을 통해 현실을 돌이켜보게 하는 것이죠.”

‘펠리칸맨’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펠리컨에 관한 이야기다. 그는 “인류 문명에 대한 동경으로 인간 세계에 오게 된 펠리컨은 세상에 대해 알게 될수록 실망과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며 “펠리컨은 기온이 낮은 핀란드에 살지 않는 새지만 모성의 상징이기도 하고 신화적 의미도 있어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동화적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외부자의 시선을 통해 인간 삶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이에 대해 그는 “현실이란 사람들이 함께 꾸고 있는 꿈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크론 씨의 작품에는 곤충이 주인공인 것도 있고 세상의 종말을 다룬 것도 있다. 그는 “외양만 보면 판타지나 SF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의도하며 쓴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첫 한국 방문과 관련해 “거리에 핀 진달래꽃, 친절하고 지적인 한국 사람들, 감동적인 작품들을 쓰는 작가들을 보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핀란드에서 한국 작품을 거의 접할 수 없었지만 두 나라가 문학적으로 교류하는 데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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