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병국 사무총장은 11일 현명관 제주도지사 후보의 공천 취소 결정에 대해 “강수를 뒀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썼다. 후보 동생이 금품을 건네려 한 혐의가 후보와 직접 관련이 없는데도 공천 취소와 무(無)공천이라는 카드를 꺼낸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한나라당의 ‘강수’는 돈 선거 논란에 안이하게 대처할 경우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6·2지방선거의 전체 판세에 역풍이 불어닥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하지만 야당은 “여당 금품선거의 꼬리가 드러났다”며 공세 수위를 높여갈 태세다.
○ 한나라당, 공천 취소 효과 있을까
정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 후보 동생의 사건이 터진 뒤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현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우근민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며 “이 사건과 무관하게 현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말했다. 그만큼 희생을 감수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발 빠르게 현 후보의 공천을 취소한 배경엔 이 문제가 확대돼 다른 지역 표심(票心)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클린 공천 이미지 훼손을 감수하면서 제주도지사 선거에 집착할 경우 자칫 수도권 등 큰 승부처를 놓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핵심당직자는 “현 후보 문제를 방치할 경우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의 여성층과 20, 30대가 등을 돌릴 것을 우려했다”며 “현 후보에 대한 공천 취소는 일종의 사석(捨石) 카드”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미 민종기 충남 당진군수와 권영택 경북 영양군수를 각각 이번 지방선거에서 재공천했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비리 혐의가 적발돼 공천을 취소한 바 있다. 더욱이 당진군수 후보는 공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가 뒤늦게 당원들의 반발을 이유로 다른 후보를 공천해 야당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당초 현 후보는 정 사무총장에게 불출마 의사를 밝혔으나 지지자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현 후보의 공천 철회만으로 이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라며 “한나라당의 다른 후보 가운데 비슷한 사건은 없는지 철저히 수사해 금품 선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재심 요청에 몸살 앓는 민주당
민주당 역시 후보자 경선과 관련한 재심 요청이 무려 700건에 이르는 등 공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11일 경선을 통해 확정된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부천시장 후보 공천을 뒤집고 김기석 전 국회의원과 재경선하도록 했다. 이는 김 전 의원이 당원 선거인단 명단 누락 등을 이유로 재심을 신청한 데 대해 공천재심위가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최고위가 재심위 결정을 번복한 전례가 없어 당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또 민주당은 서울 성동구청장 후보 경선을 무효화하고 3차례 성동구청장을 연임한 고재득 씨를 전략 공천했다. 이는 당선자 측이 대의원 명단 유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부정투표 의혹이 제기된 경기 안성시장 후보도 다시 선출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지도부가 각 지역마다 공천자를 염두에 두고 시민공천배심원제, 국민참여경선제, 당원 전수조사, 일반 여론조사 등 꿰맞추기 식 공천을 진행하다 보니 탈락한 후보들이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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