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자정만으론 한계” 수십년 잘못된 관행 단호대처 검경 자체방안과 투트랙 진행 어떤 방안 논의할까 상설특검-시민심사위-공수처 경중 안따지고 모두 테이블에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검찰과 경찰 개혁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한 데는 이른바 ‘스폰서 검사’ 파문을 검경 개혁의 전기로 삼아 권력기관의 환부를 도려내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TF 구성은 검찰과 경찰 자체의 개혁만으론 국민 불신을 해소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날 “(교육비리 토착비리 권력형비리 등) 3대 비리 척결에 나설 검찰과 경찰을 국민이 불신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인식을 단적으로 반영한다.
개혁의 칼날은 특히 검찰을 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올 초부터 여러 차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3대 비리를 척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그러려면 비리 척결의 선봉에 설 검찰부터 깨끗해야 하는데 ‘스폰서 검사’ 사건이 터지면서 검찰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고 검찰 자체의 개혁만으론 이런 국민 불신을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자체 진상조사라는 선제적 대응을 통해 검찰에 대한 개혁 요구를 피해 보려 했지만 이 대통령은 더욱 깊이 있는 고민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이 대통령의 생각은 일시적 일회적 처방이 아니다”고 전했다. ‘스폰서 검사’ 사건의 사실관계 확인 및 문책, 단순한 제도적 보완책 제시가 아니라 수십 년간 지속돼 온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꿀 처방을 고민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스폰서 검사 사건에서 폭로된 행태들이 주로 전 정권에서 발생했고 오랫동안 관행적으로 누적돼온 문제라는 점에서 차제에 단호히 대처하는 게 과거와의 단절 및 선명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집권 후반기에 불거질 수 있는 각종 비리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개혁의 방향은 궁극적으로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깨는 데 있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기소독점이 문제다. 견제와 균형이 맞물려야 하는데 검찰은 순혈주의에 빠져 있고 수사지휘 및 기소에 전권을 쥐고 있다. 이를 통제하고 견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특별검사제 상설화, 시민심사위원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경중을 따지지 않고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을 방침이다. 다만 공수처 설치에 대해선 청와대 내에서도 옥상옥 기구가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공수처 설치엔 특히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상설 특검과 시민들이 공소 제기를 요구하는 시민심사위원회 정도가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검찰은 상설 특검보다는 시민심사위 도입에 비중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정도론 국민 불신을 불식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청와대는 어느 한쪽으로 서둘러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검경 개혁 의제를 공론화해놓고 여론 추이를 지켜보면서 논의 구조를 열어놓을 방침이다. 경찰 개혁과 관련해서는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감찰 기구 신설, 외부 전문기관의 조직 컨설팅 도입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TF가 검경 개혁 논의에 착수하더라도 검찰과 경찰이 현재 추진하는 자체 개혁 논의는 그대로 진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 자체의 개혁 방안이 있고, TF의 개혁 논의가 있는 만큼 ‘투 트랙’으로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면서 “나중에 범정부적으로 하나의 견해로 모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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