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단일화 어뢰 맞았다” 한나라 “실패한 친노의 위장개업”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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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 민주-참여 경기지사 단일후보… MB vs 노무현 대결구도

패닉에 빠진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못낸 초유상황
“기초선거 어떻게 하나” 당혹

단일화 영향력은
‘이변’ 연출로 표 결집 기대
손학규 전력지원 할지 미지수


손잡고 13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단일 후보로 결정된 참여당 유시민 후보(오른쪽)가 김진표 후보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수원=이종승 기자
손잡고 13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열린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단일 후보로 결정된 참여당 유시민 후보(오른쪽)가 김진표 후보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수원=이종승 기자
국민참여당 소속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가 13일 민주당과 참여당의 경기도지사 단일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6·2지방선거의 ‘이명박 대 노무현’ 대결 구도는 더욱 선명해지게 됐다. 유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처하는 친노(친노무현) 세력의 핵심 인사이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유 후보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정세균 대표)이라면서도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를 뺏긴 데 대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참여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지 4개월 된 신생 정당이라는 점에서 충격파는 더했다. 한나라당은 “유 후보가 확정됨에 따라 지난 5년간 국정을 파탄 낸 친노 세력의 부활 시도가 본격화됐다”며 포문을 열었다. 정치권은 ‘유시민발’ 파장이 돌풍이 될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주목하고 있다.

○ 전국적 친노 벨트 구축

유 후보가 양당의 경기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것은 전국적 친노 벨트를 완성하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평가다.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해 이광재 강원도지사 후보, 안희정 충남도지사 후보, 무소속 김두관 경남도지사 후보는 대표적 친노 인사들이다. 유 후보를 포함해 야권의 광역단체장 후보로 확정된 친노 인사는 모두 9명이나 됐다.

유 후보는 이날 단일후보 수락연설에서 “전통 야당 지지층과 신진 야당 지지층을 통합하는 후보 단일화를 이뤘다”며 “이명박 정권의 무능과 폭정을 심판해 4대강 사업, 부자감세 등 나쁜 정책을 중단시키겠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이명박 정권을 겨냥한 심판론의 불씨를 지피겠다는 얘기다.

친노 진영은 유 후보의 단일화 바람이 수도권 선거 전체에 야당 돌풍을 불러일으키는 견인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23일 노 전 대통령의 1주기 행사에 맞춰 전국적으로 ‘노풍(노무현 바람)’이 재점화할 경우 선거 막판 판세를 뒤흔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노풍이 결국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친노 세력=국정 실패세력’이라는 메시지가 집중 부각될 경우 노풍의 거품이 걷힐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친노 진영이 공략하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견고하고 천안함 정국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도 그 같은 판단의 근거로 꼽힌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 측 최우영 대변인은 친노 세력을 겨냥해 “부패와 무능으로 부도난 회사 주주들이 단일화 쇼를 통해 경력을 세탁하고 간판만 바꿔 속속 위장 개업을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민주당 우상호 대변인은 “전 정권 심판은 이 대통령의 등장으로 다 끝난 사실이며 지금은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을 하는 선거”라면서 “야권 단일후보의 위력이 현 정권 심판의 불을 댕길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 정세균 대표 “몹시 서운”

참여당 유 후보는 민주당 김진표 후보를 상대로 0.96%포인트 차로 가까스로 이겼다. 민주당이 “절대 유리할 것”이라고 장담했던 선거인단 투표의 차는 고작 4.14%포인트였다. 제1야당의 조직력이 신생 정당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후보의 패배에 대해 “몹시 서운하다. 경기도 지역의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광역의원 후보들이 당황할 수도 있겠다”고 토로했다.

사안의 심각함을 의식한 민주당 경기도당은 이날 박기춘 도당위원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선 민주당 소속 경기도지사 후보가 공석이 됨에 따라 기호별로 기초단체장, 광역 및 기초의원까지 ‘줄투표(같은 번호를 찍는 투표)’하는 게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쏟아졌다고 한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어떤 유권자가 광역단체장은 8번(참여당)을 찍고, 나머지 선거는 2번(민주당)을 찍겠는가”라며 “어뢰를 맞은 것은 천안함이 아니라 민주당이다”라고 침통해했다.

○ 단일화 효과 얼마나

정치권에선 유 후보의 등장이 야권 지지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단일화 ‘드라마’가 펼쳐짐에 따라 선거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던 참여당과 민주당의 지지층이 하나로 결집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유 후보에 대한 민주당 내 정서적 거부감이 상당해 과연 당 지도부와 당원들이 유 후보 당선을 위해 전력 질주할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만만찮다. 그동안 유 후보는 민주당을 겨냥해 “호남 지역당”이라고 비난하며 마찰을 빚어왔다. 특히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경기도지사 선거를 “자기 선거처럼 뛰겠다”고 공언한 손학규 전 대표에 대해선 “보따리장수”(2007년 7월 참여정부평가포럼 강연회)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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