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한국정치학회 매니페스토연구회와 공동으로 6·2지방선거 16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유력 후보들의 주요 공약을 분석 평가한 결과를 지역·권역별로 게재한다. 본보는 각 후보의 공약을 공정하고 엄밀하게 분석하고 그 내용을 상세히 보도해 이번 지방선거를 ‘공약(空約)이 없는 정책선거’로 만들고,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도울 계획이다. 본보와 평가단은 첫 평가 대상으로 전남지사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김대식 후보와 민주당 박준영 후보, 평화민주당 김경재 후보의 3대 대표 공약을 13일 점검했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세 후보의 공약은 대체로 비전과 호응성에서는 점수가 높았으나 실현가능성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장기적인 지역의 비전으로 볼 때는 괜찮은 공약이지만 ‘4년 만에 가능하냐’는 측면에서 부족한 공약이 많았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농촌 관련 공약이 많았다. 이에 대해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다른 지역도 친환경이나 농촌 관련 공약이 있었으나 전남처럼 구체적이고 새로운 흐름을 반영하려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평가했다.》
○ 김대식
한나라당 김대식 후보는 지역 현안을 해결할 ‘힘 있는 여당 후보’를 강조한다. 김 후보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대통령직인수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맡았다. 그는 “여수세계박람회, 영암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려면 대통령과 통하는 힘 있는 여당 후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후보의 공약 중 ‘선진농업 우량모델 완성’ 공약이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를 위해 △병해충연구소 설치 △남도음식 등 비교우위가 있는 지역 농·특산물 브랜드화 등을 실현 방안으로 내세웠다. 비전과 호응성 등에서는 고르게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실현가능성과 효율성에서는 전남 지역과 외부 지역 평가단의 의견이 엇갈렸다. 타 지역 대학 A 교수는 “전남이 가진 강점을 활용해 차별화된 정책”(실현가능성 8, 효율성 9·이하 10점 척도 기준)이라고 평가한 반면 전남 지역 B 교수는 “이미 여러 차례 구상됐던 정책이며 재원 조달 방법이 명확하지 않다”(실현가능성 5, 효율성 5)고 평가했다. 우주항공산업 육성을 비롯해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지역과 섬을 연계한 해양 레포츠 메카 조성 등을 내세운 ‘관광 및 미래 성장산업의 집중 육성’도 비슷한 평가를 받았다.
‘제2포항공대 유치’에 대해선 실현가능성에 우려스러운 시각이 다소 많았다. 강인호 조선대 행정복지학부(지방행정) 교수는 “유치 후보지인 광양에 이미 순천대 공대가 들어오기로 되어 있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 박준영
민주당 박준영 후보는 두 차례 도지사를 지내며 무난하게 도정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가 있으나 전남의 해묵은 ‘동서갈등’을 심화시켰다는 지적도 받는다.
박 후보는 이미 유치에 성공한 2012년 여수엑스포와 2010년 영암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등을 원만히 마무리하기 위해선 자신의 연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후보의 공약 중 ‘친환경 3농(農) 정책’이 전 부문에서 고르게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 공약의 실현가능성(6.5)도 다른 후보들의 공약보다 높았다. 친환경 3농 정책은 △친환경 농산물 인증 45% 달성 △유기농 생태마을 조성 △양파 전복 매생이 등 친환경 농수축산품 수출기업 육성이었다. 이덕로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전남 지역이 농업 인구가 많은 만큼 미래를 생각할 때 친환경으로 가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하고 중앙정부의 정책과도 방향이 맞는 것 같다”며 “예산 편성도 구체적이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기업 2000개 유치, 일자리 창출’ 공약은 효율성에서 점수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상복 목포대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지방정치)는 “숫자보다 어떤 기업의 어떤 일자리가 들어오느냐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의심된다”며 “박 지사가 재임 중 치적으로 내세우는 기업·일자리 성과에 대해서도 지역에서는 체감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출산장려금과 친환경 무상급식 제공 등이 주요 내용인 ‘선진 교육 복지 공동체’ 공약은 호응성에서 점수가 높은 반면 효율성에선 낮았다. ○ 김경재
평화민주당 김경재 후보는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내 지명도는 높은 반면 신생 정당의 후보인 만큼 조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후보와 지지층이 많이 겹치는 김 후보는 “민주당은 무늬만 민주당일 뿐 속은 친노(친노무현)들이 장악한 열린우리당”이라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 후보는 3대 공약으로 ‘8만 명 노총각 장가보내기’ ‘65세 이상 노인에게 무료 효도폰 제공’ ‘통역고등학교 설립’ 등을 제시했다. 이 공약은 지역의 열악한 부분을 잘 짚었다는 평가도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점수가 낮았다. 임병인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의 어려운 사정을 반영했지만 장기적 비전이나 실현성 효율성이 낮아 포퓰리즘적인 요소가 많다”고 지적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여수 순천 광양 등 ‘동부권 소외론’ 공방
민주당 박준영 후보가 현직 도지사 프리미엄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김대식, 평화민주당 김경재 후보 측은 ‘전남 동부권의 소외감’을 지적하며 이들 지역의 표심(票心)을 자극하고 있다.
두 김 후보는 박 지사 재임 기간 중 △전남도청사의 목포 이전 △명량대첩 복원 사업에서 전라좌수영이 있던 여수시 제외 △F1 세계자동차경주대회의 영암 유치 등으로 여수-순천-광양 등 동부권 주민들의 소외감이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 측은 “목포 나주 등 전남 서부권은 중장년층을 비롯한 민주당의 고정표가 많아 공략이 어렵지만 공단과 산업단지가 많은 여수 광양 순천 등 동부권은 젊은층과 외지인 비율이 높아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지사 측은 “도청의 목포 이전으로 정서적인 소외감이 심화된 것은 인정하지만 여수세계박람회나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등 거대 사업을 추진해온만큼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정치논리”라고 반박했다.
강인호 조선대 행정복지학부 교수는 “2005년 전남도청을 목포로 옮기면서 동부권 사람들의 소외감이 심화된 것은 사실”이라며 “이와 함께 민주당 공천과정에서 벌어진 잡음도 전남 표심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매니페스토 평가 어떻게 했나 “후보 3대공약, 효율성 등 5대지표로 꼼꼼히 체크”
동아일보와 한국정치학회 매니페스토연구회는 각 후보가 제시한 3대 공약을 우선 평가 대상으로 정했다. 후보가 당선 후 추진할 정책의 우선순위를 알기 위해서였다. 이번 평가를 위해 자체적으로 개발한 ‘매니페스토 평가지표’는 공약의 △실현가능성(Feasibility) △효율성(Efficiency) △호응성(Res-ponsiveness) △장기적 비전(Vision) △합치성(Congruency) 등 다섯 가지 세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 지표는 공약 이행계획의 구체성을 주로 따지는 실현가능성에 주안점을 둔 기존의 평가지표들과 달리 지역주민의 요구를 잘 반영했는지(호응성), 투입비용 대비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효율성) 등도 함께 평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문가들은 세부 항목별로 각 공약을 10점 척도로 평가했다. 그러나 항목별 점수를 종합해 후보자 간 서열을 매기지는 않았다. 이는 후보자의 정책이나 공약을 비교 평가할 때 후보자별로 점수나 순위를 매겨 서열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에 따른 것이다.
지역별 평가에는 각 지역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도 참여했다. 후보들의 공약이 주민의 수요를 반영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또 지역경제, 교육, 지역개발, 지방자치 등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평가의 타당성을 높였다.
이현출 정치학박사(국회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 기고 △한국정치학회 매니페스토연구회
△전남지역평가단 (다른 지역 대학의 전문가들은 전남에 연고가 있거나 지방자치 지역경제 등을 전공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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