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中企 신제품 성적 ‘1승 9무 90패’… 성공 열쇠는 ‘신속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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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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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中企들이 개발에만 치중하다 낭패
성공 확률 낮은 아이디어 초기에 걸러내
프로젝트 일찍 중단할수록 비용 줄일 수 있어
조직내 소통과 실패 용인 분위기 조성해야

많은 중소기업이 제품 ‘개발’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성공적인 신제품 개발을 위해선 단순 개발 계획뿐 아니라 신제품 아이디어 
창출부터 최종 제품 출시에 이르는 ‘전체 프로세스’를 관리해야 한다. DBR 그래픽
많은 중소기업이 제품 ‘개발’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성공적인 신제품 개발을 위해선 단순 개발 계획뿐 아니라 신제품 아이디어 창출부터 최종 제품 출시에 이르는 ‘전체 프로세스’를 관리해야 한다. DBR 그래픽
흔히 중소기업의 신제품 개발 결과를 ‘1승 9무 90패’라고 표현한다. 100개의 신제품 중 소위 ‘대박’이 나는 신제품은 단 하나. 9개는 겨우 수익을 내고 나머지 90개는 실패한다는 뜻이다. 원래 신제품 개발의 실패 확률이 매우 높긴 하지만, 대기업에 비해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자원과 내부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엔 더더욱 힘든 도전이다.

실패 이유는 다양하다. 기술 개발 자금이 부족했을 수도 있고, 시장이 미성숙해 낭패를 봤을 수도 있다. 그러나 홍진환 옵티멈 경영컨설팅 대표는 “이런 지적들은 학부모들이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안 좋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실패 원인 분석이라기보다는 변명이나 넋두리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중소기업이 신상품 개발에 성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7호에 제시했다. 주요 내용을 간추린다.

마케팅 교과서에 정의된 일반적인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는 아이디어의 창출과 심사, 제품 개념 정립과 마케팅 전략 수립, 사업성 분석, 제품 개발, 테스트 마케팅, 상품화의 8단계를 거친다. 실제 투자가 많이 소요되는 개발 단계 이전에 아이디어나 시장에 대한 분석을 선행하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많은 중소기업들은 자사의 기술적 우수성에 대한 과도한 확신으로 목표 시장과 고객 니즈에 대한 철저한 분석 없이 무조건 신제품 개발에 착수할 때가 많다. 즉, 신제품 아이디어에 대해 별다른 선별(screening) 과정 없이 곧바로 개발에 착수하고, 시제품 완성 이후에야 비로소 양산 및 판매 계획을 세운다. 이런 현상은 특히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들이 이끄는 중소기업들에서 많이 나타난다. 이들은 종종 “기술 개발만 완료되면 대기업들이 먼저 찾아올 것이다”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환상에 불과하다. 결국 우수한 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판로를 찾지 못해 곤경에 처한다.

중소기업들도 단순 개발 계획뿐 아니라 신제품 아이디어 단계에서부터 출시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관리해야 한다.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단계를 정의하고, 단계별 통과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 심사 단계에서 기술적 완결 가능성과 상업화 가능성을 누가, 어떤 기준에 따라 평가할지 등을 미리 정해야 한다. 이런 작업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프로세스가 진척될수록 투자비용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프로세스 관리에서 특히 유념해야 할 사항은 자사의 제품 혹은 고객 특성에 맞춰 프로세스별 역량 배분을 효과적으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기업의 하청 생산을 하던 중소기업 가운데 최종 소비자 대상으로 직접 제품 판매에 나섰다가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그 이유는 대개 산업재(B2B) 개발에서 사용했던 프로세스를 소비재(B2C)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의뢰에 따라 개발하는 B2B 제품은 시제품 및 품질 테스트 단계가 특히 중요하다. 반면 B2C 제품은 소비자 니즈나 유통 채널 확보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B2C 제품을 B2B와 같은 개발 프로세스로 진행하다가는 소비자의 욕구 파악이나 유통 채널에 대한 분석 미비로 실패하기 쉽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아이디어는 초기에 걸러내야 한다. 물론 훌륭한 아이디어를 선택하지 못할 확률도 있다. 하지만 신제품 개발과정이 진행될수록 비용은 크게 늘어난다. 따라서 프로젝트를 일찍 중단할수록 비용도 절감된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혹은 실패를 인정할 수 없어서, 혹은 일단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자고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다. ‘신속한 실패(fast failure)’가 훨씬 성과에 도움을 준다. 경영 사상가 톰 피터슨은 “신속한 승리가 가장 좋지만, 신속한 실패는 신속한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명한 기업은 성공 가능성이 낮은 신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출시를 포기하기 때문에 신제품의 성공률이 높다.

‘신속한 실패’를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특히 개발 책임자나 개발팀의 성과지표(KPI)를 전사적 관점에서 재정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개발팀의 성과를 개발 성공이나 성공률로 측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에서의 성공이 아닌 제품 개발 성공에만 매달릴 공산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발팀에도 시장성과를 반영한다든지, 실패율보다 실패 금액을 관리하는 등의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마케팅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한 번에 여러 판매처를 찾기보다는, 일단 한 군데씩 차근차근 판매처를 늘려가는 방법을 활용하는 게 좋다. 납품처나 유통채널 한 곳이라도 교두보를 확보한 후, 여기에 마케팅 노력을 집중해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 납품 계약을 가능한 많이 체결할 요량으로, 어렵사리 개척한 판매처 관리는 소홀히 한 채 또 다른 판매처를 찾으러 다니다가는 기존 판매처까지 놓쳐버리기 쉽다. 단 한 곳의 납품처라도 만족도와 신뢰도를 높여 좋은 평판을 쌓아가야 한다.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중소기업인들은 총판이나 홈쇼핑 등 유통채널과의 수익 배분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털어놓는다. 실제 유명 홈쇼핑 회사들은 수수료나 반품 처리 등과 관련해 중소기업에 많은 짐을 지우기도 한다. 하지만 ‘댕기머리’ 샴푸나 ‘한경희 스팀청소기’ 등 홈쇼핑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성장한 중소기업들도 많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리한 조건을 두고 불평만 하기보다는 유통채널과의 협력을 통해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공 사례를 만들고, 차차 목소리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

언뜻 생각하면 소규모 인원이 가족같이 지내는 중소기업에서 부서 간 정보 공유와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 같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심각한 중소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우선 절대 인력이 부족해 다른 부서와의 업무 협조가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자신의 일만 하기도 벅찰 때가 많아서다. 대기업에 비해 체계적인 정보 관리도 미흡하다. 각 부서 내에서의 데이터 관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타 부서와 정보를 공유할 때 특히 문제가 발생한다. 최고경영자(CEO)가 조직 내 의사소통에 장애가 될 때도 의외로 많다. 중소기업 CEO는 대부분 최대 주주이면서, 기업의 창업자일 때가 많다. 엔지니어 출신 CEO들도 많다 보니 업무에 대한 전문성도 그 기업 내 누구보다 높을 때가 많다. 이러한 현실에선 직원들이 함부로 반대 의견을 내는 게 쉽지 않다.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려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부서 간 정기적 회의체를 운영하는 게 한 방법이다. 전기밥솥 시장의 최강자인 쿠쿠홈시스는 연중 두 차례씩 일주일간의 정기 시장 조사를 벌인다. 이때 영업, 마케팅뿐 아니라 연구개발이나 생산부서의 직원들까지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 니즈뿐 아니라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다양한 부서 인력이 동시에 참여하는 정기 시장 조사를 통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버튼을 누를 수 있게 하는 ‘톱 컨트롤(Top Control)’ 디자인, 쌀밥과 콩밥을 동시에 지을 수 있는 ‘나누미’ 등의 신제품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정책자금을 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정책자금 수혜의 단맛에 빠진 나머지, 정작 추구해야 할 시장 성공이라는 목표를 잊어버리곤 한다. 신제품 개발에 도움을 받고자 정책 자금을 받는 게 아니라 정책 자금을 받기 위해 개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식이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시장에서 팔리는 신제품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정책자금은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전략에 맞지 않는다면 정책자금을 받지 않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도 있어야 한다.



홍진환 옵티멈 경영컨설팅 대표 jinhongs@naver.com
정리=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57호(2010년 5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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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 가문의 양대철학은 유약겸하 - 여민동락

▼메디치 가문의 창조경영 리더십/몸을 낮춰 대중의 편에 서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명가(名家) 메디치 가문의 문장에는 방패처럼 보이는 패널에 여섯 개의 둥근 공이 박혀 있다. 이 공 문양의 정확한 의미는 아직까지 베일에 쌓여 있다. 후대 사람들은 이 공 문양을 메디치 가문의 알려지지 않은 초기 행적을 밝혀줄 실마리로 보고 있다. 공 모양의 문양은 환약(丸藥)을 뜻하며 메디치 가문의 조상들이 의약 관련 직종에 종사했다고 보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이는 환약이 아니라 동전을 상징하며 피렌체의 환전상들이 건물 간판에 사용한 동전 모양에서 유래됐다는 해석도 있다. 일부에서는 이 문양을 방패에 찍힌 여섯 개의 철퇴 자국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연세대 김상근 교수는 이 공 문양에 대한 해석을 볼 때 메디치 가문의 출발은 평민에 불과했던 약제상이나 환전상 아니면 용병으로 활약한 군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이 평범한 가문이 어떻게 세계 최고의 부를 축적하고, 교황과 프랑스 왕비를 각각 두 명씩이나 배출하는 위대한 가문으로 도약할 수 있었을까. 김 교수는 메디치 가문의 철학을 유약겸하(柔弱謙下)와 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는 두 개의 사자성어로 압축했다. 강자와의 경쟁을 피하고 몸을 낮추되 언제나 대중의 편에 섰던 메디치 가문의 정신을 소개한다.

21세기 조직, 재즈 즉흥 연주서 유연성 배워야

▼신동엽 교수의 경영거장 탐구/악보도 지휘자도 없지만…



클래식의 거장도 미국 흑인 음악에서 유래한 재즈의 즉흥 연주방식에 혀를 내두른다. 거슈윈, 케이지, 라벨, 쇼스타코비치, 사티, 글래스 등 현대 음악의 거장들은 재즈를 미래형 음악으로 극찬했다. 클래식 오케스트라는 악보를 그대로 연주하고, 지휘자가 전체 단원을 일사불란하게 리드한다. 개별 악기의 연주 부분은 명확하게 구분돼 있고, 단원들은 악기의 중요도와 서열에 따라 순서대로 앉는다. 단원들은 오케스트라의 리더인 지휘자만 올려다본다. 지휘자는 절대적 권한을 행사한다. 반면 재즈 즉흥 앙상블에서는 연주자 간 엄격한 위계질서는 없다. 어떤 연주자가 치고 나가면 다른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뒤로 물러나 뒤를 받친다. 반대로 누군가 약해지면 다른 구성원이 치고 나온다. 조직 이론분야의 거장인 칼 와익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예상하지 못한 급박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21세기 글로벌 초경쟁 환경에서 재즈 즉흥 앙상블과 같은 극도로 유연한 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찰나를 놓치지 않고, 적시에 믿음직한 대응을 하는 조직을 고신뢰조직이라고 불렀다. 신동엽 연세대 교수는 와익 교수의 통찰력을 빌려 21세기 한국에 고신뢰조직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입소문은 과학… 구매 의사결정 20~50% 좌우

▼Global Perspective/맥킨지 쿼털리



‘입소문’이라고 불리는 구전효과(Word of mouth)는 모든 구매 의사결정의 20∼50%를 좌우한다. 디지털 혁명으로 입소문의 확산은 더 빨라졌고, 일대일의 관계에서 여러 사람과 소통하는 일대다의 관계로 진화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회자되는 사용 후기 및 소비자 의견 등이 대표적인 예다. 휴대전화 시장에서 기타 요소들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주요 메시지의 전달률이 시장 점유율에 미치는 영향을 2년여간 관찰한 결과 긍정적 메시지는 약 10%의 증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부정적 메시지는 20%의 감소 영향이 있었다. 입소문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관리해야만 하는 이유다. 문제는 입소문 효과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의 컨설턴트들이 마케터의 고민을 덜어주는 대안을 소개한다. 입소문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로 ‘구전활동자산’ 개념이다. 한 브랜드가 소비자의 구매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메시지를 얼마나 창출할 수 있는지를 계량화한 지수를 통해 최적의 상황에서 최적의 내용으로 최적의 대상을 공략하는 입소문 전략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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