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임태훈(사진)은 선발로 보직변경 후 9일 사직 롯데전에서 1승을 올렸지만 “아직 선발로 확실한 믿음을 심어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기긴 했지만 단 한 경기에 출전했을 뿐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게다가 프로 데뷔 후 첫 선발출장이었던 2007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홈런 2방으로 통한의 패배를 당했던 SK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14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임태훈은 애써 의식하지 않는 듯 “SK라서 더 신경 쓰이고 그런 건 없다. 어느 팀이나 똑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을 지키듯 SK와의 천적 관계를 5이닝 2실점의 호투로 청산했다. 더불어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 때문에 생긴 로테이션 구멍을 메워줄 새 선발투수로서 김경문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김 감독은 “(임)태훈이가 어려운 팀을 상대로 자기 역할을 충분히 다 해줬다. 계속 선발로 쓸 생각”이라고 흡족함을 드러냈다.
임태훈은 주무기인 최고 시속 147km의 빠른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로 SK 타선을 단 5안타로 꽁꽁 묶었다. 중간계투로 던질 때보다는 직구 스피드가 3∼4km 줄긴 했지만 타자를 혼란시키는 완급조절 능력이 돋보였다. 스트라이크(55)와 볼(29)의 비율도 2:1로 수준급. 두산 타선도 무려 6개의 홈런을 쳐내며 임태훈의 승리를 도왔다. 시즌 선발 2승을 챙긴 임태훈은 경기 후 “전체적으로 볼은 사직 때보다 좋았는데 오늘 포크볼이 안 좋아서 포크볼을 버리고 볼 배합을 바꾼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앞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준비기간 동안 몸을 잘 만들어서 긴 이닝을 던지겠다. 선발투수로서 점수가 난 다음에 실점하지 않고, 투 아웃 후에 집중력이 흐트러져 점수를 안 주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있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문학|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