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원희 1번 뽑고 환호
호남선 김영수 장만채 행운
경기 유력후보 모두 뒷순위
강원, 진보진영 후보가 1번
6·2지방선거 후보등록 마감일인 14일 오후. 전국 16개 시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한 편의 드라마가 연출됐다. 시도교육감 후보자들의 투표용지 게재 순위를 결정하는 추첨이 일제히 실시되면서 후보들 사이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 추천을 받지 않기 때문에 기호가 없다. 그래서 투표용지에 표기되는 순서를 추첨으로 뽑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별로 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할 경우 교육감 후보들도 순서에 따라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원하는 순서를 뽑으면 곧 ‘로또’ 당첨으로 인식된다.
○ 수도권
“1번입니다! 한판승입니다!” 이원희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번쩍 든 손에는 ‘일’이라고 적힌 주사위가 들려 있었다. 이 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기도를 하며 추첨 순서를 기다리던 다른 후보들은 입술을 질끈 물거나 주먹을 꼭 쥐었다. 이 후보는 14일 오후 종로구 서울선관위에서 열린 투표용지 성명기입 순서 추첨 결과 투표용지 맨 위 칸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 후보에 이어 두 번째로 이름을 올리게 된 후보는 남승희 후보. 남 후보가 2번을 뽑자 캠프 관계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반면 투표용지 아래쪽에 이름을 올리게 된 후보들은 어두운 표정이었다. 4번을 뽑은 김영숙 후보는 추첨식이 끝난 뒤 금세 자리를 떠났다.
인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날 추첨식에서 1번을 배정받은 최진성 인천시교육감 후보 지지자들은 “기적이 일어났다”며 환호했다. 최 후보는 7명이 나선 교육감 선거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후순위로 처져 그동안 인천지역 방송토론에도 초청받지 못한 설움을 받은 터였다.
경기지역에서는 1, 2등으로 추첨에 나선 정진곤 후보와 김상곤 후보의 대리인들이 정작 게재 순위는 역순으로 맨 마지막 4번째(정 후보)와 3번째(김 후보)를 뽑았다. 각각 보수와 진보후보를 자처하는 두 후보 측 모두 선호하는 앞 순위를 뽑지 못해 ‘동병상련’의 아쉬움을 나타냈다.
○ 나머지 지역
부산에서는 임혜경 후보가 1번으로 당첨되자 “만세” “와” “1번, 1번, 1번, 1번”이라며 서로 끌어안았다. 임 후보도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지지자도 있었다. 반면 다른 후보들도 번호 선택에 스스로 위안을 했다. 7번을 뽑은 김진성 후보는 “솔직히 1번 아니면 의미가 없지만 러키 세븐이라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5번을 뽑은 현영희 후보는 “9명의 후보 중 가운데 자리라서 유권자들이 번호로만 선택한다면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했다. 9번을 뽑은 정형명 후보도 “1번이 아니면 마지막 번호가 괜찮다”고 말했다.
광주전남지역에서는 민주당의 기호 2번(칸)과 같은 2번째 순서를 뽑는 것이 로또로 인정받는다. 행운의 2번째 순서는 김영수 광주시교육감 후보와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후보자에게 돌아갔다. 두 후보와 지지자들은 마치 당선이나 된 듯이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강원도교육감 후보 1번의 행운(?)은 아이러니하게도 유일한 진보진영 후보인 민병희 도교육위원이 차지했다. 강원도는 한나라당 초강세 지역. 현재 강원도지사와 18개 시군 가운데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은 모두 18명. 한나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무소속 황종국 고성군수가 유일한 비(非)한나라당 단체장이다. 이 때문에 강원도에서 1번은 일종의 ‘프리미엄’으로 인식돼 왔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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