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럼블피쉬의 대표곡들은 제목조차 특이했다. ‘으라차차’가 그랬고, 노래의 분위기는 정반대로 발랄했지만 ‘아이고’ 같은 노래 또한 큰 사랑을 받았다.
누구나 징크스가 있듯 럼블피쉬에게도 제목은 간결하면서도 명료한 뜻을 담은 감탄사여야 했던 걸까.
새 앨범이 나왔다. 그런데 그들이 아닌 그녀 혼자서다. 4인조 밴드였던 것이 그룹의 홍일점이자 보컬이이기도 했던 최진이 1인 체제로 재편됐다.
희망적인 가사의 경쾌한 록 음악이 주류였던 기존 색깔도 바뀌었다. 럼블피쉬가 곧 최진이가 된 지금, 럼블피쉬의 음악은 차분하고 애절하다.
달라진 럼블피쉬를 한글자로 요약해달라고 하자 최진이는 “주르륵”이라고 말했다. 타이틀곡의 제목은 ‘어쩌지.’ 어제까진 아무렇지도 않던 연인이 불현듯 ‘여기까지만’이라고 이별을 통보해왔을 때, 그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최진이는 “과거 (결별의) 경험을 들춰내 ‘어쩌지’란 단어를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으라차차’나 ‘아이고’를 부르던 시절엔 억지스럽게 슬픔을 숨기려 했고, 빨리 잊으라고 강요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슬픈 감정의 바닥까지 가보는 심정이랄까. 이번 앨범이 그래요.”
럼블피쉬란 이름으로 함께 했던 멤버들과의 이별은 어땠을까. 최진이는 새 노래의 제목을 빌려 “어쩌지”라고 명료하게 표현했다. 홀로서기라 쉽진 않은 일이다. 그녀는 “서운하고 안타까운 점이 없지 않았다”며 특히 원년 멤버였던 드러머 박천희 같은 경우엔 “친오빠처럼 지내왔던 터라 더욱 아쉬운 마음”이라고 했다. ‘원걸 밴드’가 된 럼블피쉬가 앞으로 어떤 음악을 팬들에게 들려줄지도 궁금한 부분이다. 최진이는 “대중을 향한 노래를 부르겠단 초심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스스로도 많은 이들이 어려워하는 음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노래 잘하는 여가수란 평가를 받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덧붙여 “흔히 ‘디바’로 불리는 여가수군에 나도 손꼽혔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쾌한 록음악에서 애절한 발라드로 급격한 변신을 꾀한 럼블피쉬. 그렇다면 댄스 음악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최진이는 “의외로 댄스 음악을 굉장히 많이 듣는다”며 “그룹 소녀시대와 티아라의 열성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나 음악을 즐기는 팬으로서만 만족할 생각이란다. 이유는 간단했다.
“생각과 달리 몸이 따라주질 않아서.(웃음)”
허민녕 기자 justin@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