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비 탓에 예정된 경기가 취소된 18일 문학구장. 원정팀 넥센 선수단은 굳이 야구장에 올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김시진 감독(사진) 이하 전 선수단이 다 나왔다. 인천 호텔에 숙박하고 있기에 “방에 있느니 훈련이나 하자”고 나왔다.
굳이 인천에 숙소를 잡은 이유는 스케줄 탓. 넥센은 문학 원정 3연전을 필두로 광주에 갔다가 다시 대전에 들르는 원정 9연전을 갖는다. 체력고갈을 염려해 아예 첫 3연전부터 호텔에 머문 것. 앞서 넥센은 4월말∼5월초에도 원정 9연전(사직∼잠실∼문학)을 경험했다. 김시진 감독은 일정표를 보여주며 “5월에 홈 3연전이 3번밖에 없다”고 어이없는 듯 웃었다.
넥센이 집밖을 맴도는 건 목동구장을 아마야구와 같이 쓰기 때문. 대학야구와 고교야구 일정이 겹치면서 이 기간 바깥살림을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김 감독은 “차라리 여름이면 호텔에서 시원하기라도 한데 지금은 힘들기만 하다”고 했다. 김 감독 말처럼 일본 한신과 같은 처지다. 한신은 홈구장 고시엔에서 전국고교야구가 열리면 원정 연전에 들어간다. 극심한 체력소모를 이기지 못해 이때 한신 성적이 곤두박질친 적이 많았다. 그래도 넥센은 이상하게 원정승률이 좋아 위안이다. 그러나 정작 김 감독은 홈 승률이 나빠 불만이다. 지나가던 황재균한테 사유를 물으니 대답이 걸작이다. “저는 강진에 쭉 있어서 모르겠고요. 제가 있었을 땐 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