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뮤직/집중분석]한류가수의 꿈 오리콘차트, 사재기 조작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20일 17시 07분


지난주 오리콘 싱글 주간 차트. 1위에 오른 AAA의 새 음반 판매량이 4만5710장, 2위인 이키모노가카리의 새 음반 판매량이 4만4642장으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일본에선 AAA의 소속사 avex가 '음반 사재기'를 통해 오리콘 차트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오리콘차트 캡처화면)
지난주 오리콘 싱글 주간 차트. 1위에 오른 AAA의 새 음반 판매량이 4만5710장, 2위인 이키모노가카리의 새 음반 판매량이 4만4642장으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다. 일본에선 AAA의 소속사 avex가 '음반 사재기'를 통해 오리콘 차트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오리콘차트 캡처화면)

일본에 진출한 한국 가수들이 현지에서 거둔 성과를 국내 언론과 팬들을 대상으로 홍보할 때 가장 흔히 활용되는 차트가 있다. 바로 오리콘 차트에서 집계된 판매량과 순위다.

일간, 주간, 월간, 연간을 기준으로 음반 판매량 추정치와 이를 토대로 한 순위를 발표하는 오리콘 차트는 일본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차트로 평가받는다. 음반 차트의 경우 싱글과 앨범으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주로 오리콘 싱글 및 앨범 주간 차트가 가수의 인기 척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쓰인다. 주간 차트 1위는 한류 가수뿐만 아니라 일본 가수들도 꿈꾸는 목표다. 1위에 오르면 여러 매체에서 기사가 쏟아지며 인기와 관심이 더 상승하는 효과도 있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선 한 유명 기획사가 사원들에게 소속 가수의 새 음반을 대량으로 구입하도록 지시해 오리콘 차트 판매량과 순위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국내 가요계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사재기 조작' 의혹이 일본에서도 불거진 것이다.

▶ 트위터에서 제기된 '사재기 조작' 의혹

논란의 발단은 트위터였다.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지난주 오리콘 싱글 주간 차트 2위에 오른 3인조 인기 혼성그룹 이키모노가카리(いきものがかり)의 소속사 큐브의 키타마키 히로유키 사장이다.

이 주에 이키모노가카리를 제치고 주간 차트 1위에 오른 그룹은 일본의 대형 음반사 및 기획사 avex 소속 혼성그룹 AAA였다. 키타마키 사장은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다른 랭킹에서는 베스트 10위 안에도 들지 못한 것(AAA의 새 싱글)을 사원들에게 무리해서 구입하도록 시켜 1위를 한 것으로, 사원들도 한심스런 기억으로 가득하지 않겠나."

결과적으로 avex가 AAA를 주간 차트 1위에 올리고 언론과 음악팬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사재기 조작'을 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같은 내용이 트위터를 통해 확산되면서 오리콘 차트의 신빙성을 놓고 일본 음악팬들 사이에선 논란이 커졌다.

avex는 아무로 나미에, 하마사키 아유미, EXILE, 코다 쿠미 등 톱스타가 대거 소속돼 있거나 음반을 내는 일본 대중음악계의 대표적인 업체다. SM엔터테인먼트의 BoA와 동방신기가 avex를 통해 일본에 진출해서 오리콘 차트 1위에 오르는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이처럼 규모가 큰 회사에서 홍보와 마케팅 전략으로 '음반 사재기'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 avex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오리콘 차트의 신뢰도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이 아니라면 키타마키 사장의 트위터 폭로는 명예훼손 소송감이다.

▶ 일본 누리꾼이 지적하는 의혹의 증거

키타마키 사장의 글을 두고 일본 인터넷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누리꾼들은 '의혹의 증거'라는 자료를 제시하면서 avex의 오리콘 차트 조작설이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avex의 마츠우라 마사토 사장이 7일 트위터에 '나의 바람…코무로 테츠야의 부활을 오리콘 1위로 해주고 싶다'고 남긴 글이 문제가 됐다.

코무로 테츠야는 avex에서 1990년대 아무로 나미에, 카하라 토모미, trf 등 톱가수들의 프로듀서이자 작사 및 작곡가로 활동했다. 또 당시 최고의 인기 혼성그룹 globe의 멤버로 활동했다. avex는 코무로 테츠야의 활약 덕택에 대형 기획사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후 여성편력, 잇따른 이혼과 재혼으로 이미지가 나빠진 가운데 사치스런 생활로 재산마저 탕진한 뒤 사기 행각을 벌여 물의를 빚었다. 그는 지난해 법원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뒤 음악가로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복귀작이 지난주 발매된 AAA의 새 싱글이다. 코무로 테츠야는 사기 행각으로 물의를 빚은 뒤 이 음반의 작곡을 맡아 음악 활동을 재개했다. 마츠우라 사장은 이 곡을 오리콘 차트 1위에 올려놓음으로써 코무로 테츠야가 화려하게 복귀하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실제로 이 싱글이 1위에 오르자 일본 언론에선 '코무로 부활' '코무로 복귀작 1위' 등의 기사가 쏟아졌다. 이를 두고 avex 사장의 트위터 글이 개인적 기대가 아닌 음반 사재기를 해서라도 '코무로 부활 성공'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을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AAA의 오리콘 차트 판매량과 순위 추이 역시 의혹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보통 음반이 발매된 이후엔 판매량이 갈수록 줄어드는데 AAA의 새 싱글은 일일 판매량이 8일 3000장대에 머물다가 9일 8000장대로 급증해 사재기 결과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이키모노가카리가 발매 3주째에도 5위권 안에 꾸준히 머무는 반면, AAA는 주간 차트 1위를 거둔 이후 순위가 급격히 떨어진 것도 누리꾼들의 의심을 부추기고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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