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李대통령 긴급 NSC 주재… 정부 대응 전략은北 유엔-정전협정 위반 강조다음주초 대통령 담화때제재 수위 윤곽 드러날듯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 원인 조사결과가 발표된 다음 날인 21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대북 대응 조치를 논의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국민의례로 시작해 천안함 희생자에 대한 묵념, 이 대통령의 모두발언, 참석자 보고, 토론 등의 순서로 이뤄졌다. 무겁고 결연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북한의 천안함 공격이 유엔헌장과 정전협정, 남북기본합의서를 위반한 행위라고 적시했다. 전날까지는 미국 일본 호주 등 각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소행이 명백하다고까지만 밝혔으나 이날은 북한이 다자간 혹은 양자간 합의 내용을 위반했음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는 대북제재와 관련해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갔음을 시사한다. 유엔헌장 위반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필요성을 강조하고,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측면에서 군사정전위원회 차원의 조사 결과를 북한이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제기한 것이다.
이날 참석자들은 분야별 대북 경계태세 현황과 제재 조치 방안 등을 내놓았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국제공조 대책,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향후 남북관계 대응 방안,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사이버 테러 등 북한의 테러위협 대비책 및 여론동향 등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참석자들은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추진하면서 한국 단독으로 가능한 대북 제재부터 우선 시행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북한 선박이 이용하는 우리 측 해역의 남북 해상항로대(航路帶)를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항로대가 폐쇄되면 북한 선박은 제주해협을 통과할 수 없다. 군 당국도 해상항로대가 폐쇄될 경우를 상정해 북한 선박을 우리 측 해상에서 밀어내거나 차단하는 작전 등을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 군사분계선(MDL)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등도 우리가 우선 취할 수 있는 제재 수단으로 꼽힌다.
대북 조치의 내용과 강도는 다음 주초로 예정된 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통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도 담화에 어떤 내용을, 어떤 수위로 담을 것인지가 논의됐다고 한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직접 책임을 묻을지, 중국의 역할론을 제기할지 등을 놓고 의견을 조율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참모는 “담화문 내용은 지금 이 시간에도 진화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2일과 23일에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고 담화문 초안을 독회하는 등 ‘숙고 모드’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담화문은 대통령 연설을 담당하는 메시지기획관실 대신 철저하게 외교·안보라인 중심으로 작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는 NSC 상시 멤버뿐 아니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진식 대통령정책실장, 박형준 정무수석,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최중경 경제수석, 이동관 홍보수석비서관, 이상의 합참의장과 함께 최근 임명된 이희원 안보특별보좌관 등이 참석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 동영상 = 北어뢰 파편 공개…천안함 침몰 결정적 증거
▲ 동영상 = 처참한 천안함 절단면…北 중어뢰 공격으로 침몰
○ 유엔헌장 ‘모든 회원국은 국제관계에 있어서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 및 유엔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간다.’(제2조 4항)
○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정전협정) ‘적대 쌍방 사령관들은 육해공군의 모든 부대와 인원을 포함한 그들의 통제 하에 있는 모든 군사력이 한국에 있어서의 일체 적대행위를 완전히 정지할 것을 명령하고 또 이를 보장한다.(제2조 12항) ‘본 정전협정은 적대 중의 일체 해상 군사력에 적용된다.’(제2조 15항)
○ 남북기본합의서 ‘남과 북은 평화상태가 이룩될 때까지 현 군사정전협정을 준수한다.’(제1장 4조)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하여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상대방을 무력으로 침략하지 아니한다.’(제2장 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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