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이명박 대통령은 시종 결연한 표정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호국영령 흉상 21개가 좌우에 놓인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호국전시실 복도를 혼자 뚜벅뚜벅 걸어 마이크가 준비된 단상에 나왔다. 붉은색 계열 넥타이에 감색 양복을 입은 이 대통령은 감정 변화를 별로 보이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침착하게 담화문을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북한 당국에 엄중히 촉구한다”는 대목에서는 양손을 한데 모아 깍지를 끼며 단호한 의지를 내비쳤다. “천안함 46용사의 이름도 이곳에 영원히 새겨졌다”고 말할 때는 목소리를 낮춰 비통한 심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담화문 발표 장소로는 당초 천안함이 있는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도 검토됐다고 한다. 그러나 전쟁기념관이 호국영령을 기린다는 의미와 함께 평화에 대한 의지도 담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가 6·25전쟁 60년을 맞는 해라는 점도 감안됐다. 이 대통령이 “(북한은) 우리 국민들이 하루 일을 끝내고 편안하게 휴식하고 있던 그 시간에, 한반도의 평화를 두 동강 내버렸다”고 지적한 것도 1950년 일요일 새벽에 발발한 6·25의 기억과 오버랩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아침까지도 담화문 수정을 거듭했다. 첫머리의 “한반도 정세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발언은 이 대통령이 직접 넣었다고 한다. “영·유아에 대한 지원은 유지할 것이다”라는 문장도 이 대통령이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간 교역과 교류를 중단하되 인도적 지원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는다는 결단을 이 대통령이 직접 내린 것이다.
이 대통령은 담화문 발표가 끝난 뒤 국군 전사자 명비(銘碑)를 둘러보다 유엔군 명비 위에 새겨진 문구를 가리키며 “문장이 참 좋다”고 두세 차례 언급했다. 문구 내용은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나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을 지키라는 부름에 응했던 그 아들, 딸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돼 있다. 미국 워싱턴의 한국전쟁 기념공원에도 같은 내용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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