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상선 무단침범 도발
北, 이듬해 통과 허용 이끌어내
제재조치 반발 ‘시위’ 가능성
이명박 대통령이 24일 대국민담화에서 가장 먼저 언급한 대북제재는 북한 선박의 남한 해역 통과 불허 조치였다. 이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통과 금지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5년 8월 남북해운합의서가 발효된 뒤 지금까지 4년 9개월간 북한 선박이 853차례(편도 기준)의 제주해협을 통과했다. 북한 선박은 제주해협을 이용하면 약 53마일(85km)의 운항거리와 4시간 이상(12노트 기준)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 1만 t급 선박으로 치면 3500달러의 유류비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은 우리 영해를 통과하면서 해양 정보와 연안 지형을 정탐했던 것으로 군은 추정하고 있다. 이런 경제적 군사적 이점 때문에 북한은 2001년 6월 여러 척의 상선이 제주해협을 무단으로 침범해 지나가도록 한 뒤 이를 빌미로 2002년 12월엔 북측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남북해운합의서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제주해협은 앞으로 북한이 대북제재에 반발해 추가 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점쳐지고 있다. 즉 훈련된 선원이 탄 민간 상선을 북한이 또다시 제주해협으로 통과시켜 의도적으로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2001년 제주해협을 무단 침범해 통과한 대홍단호 선장에게 3년 뒤 노력영웅 칭호를 수여하면서 “결사의 각오와 희생정신으로 망망대해에서 맞닥뜨린 적 함선들과 당당하게 맞서 싸워 장군님의 전사들이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 줬다”고 소개했다. 이는 북한이 제주해협 통과를 ‘적과의 기 싸움’을 벌이는 카드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은 앞으로 국제해사기구(IMO)에 등록된 선박이 제주해협을 통과하는 데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구실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북한 상선이 제주해협 통과를 고집하면 군함과 헬기를 파견해 차단기동 등으로 강제 퇴거작전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북한의 민간 상선과 남한 군함의 대치 상황을 이용해 피해자 이미지를 만들어 대내외 선전에 악용할 소지가 있다. 최악의 경우 북한이 자국 선박의 나포나 침몰을 유도하고 이를 구실로 북한 해역 인근으로 지나가는 남측 선박을 나포한 뒤 인질로 삼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해운합의서 체결 이후 북한 선박이 남한 영해를 통과한 횟수는 제주해협을 포함해서 모두 2066회에 이른다. 발효 첫해에는 45회뿐이었으나 지난해 717회로 늘었다. 올해는 현재까지 416회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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