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천안함 폭침 사태를 계기로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구상하는 ‘팀스피릿 훈련에 버금가는 규모’의 기동 군사훈련에 북한군은 얼마나 부담을 느낄까.
한미 양국 군은 1976년부터 한미 연합 팀스피릿 훈련을 벌였다. 팀스피릿은 한때 미군 7만∼8만 명과 항공모함이 동원됐고, 한국군은 사단 병력 전체가 이동하는 방식의 대규모 실전훈련으로 진행됐다.
한미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이후 팀스피릿을 도상(圖上)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독수리훈련, 연합전시증원연습(RSOI)으로 전환했다. 도상훈련은 지휘부를 중심으로 모형을 놓고 작전을 펴기 때문에 실제 움직이는 군 병력은 제한적이고 대부분 ‘서류상 이행’으로 채워진다.
군 당국은 이번에 이들 도상훈련에 참가하는 미군의 규모를 늘리고 실제 상륙훈련 등의 횟수를 대폭 늘리는 방법을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대규모 훈련에 따른 남북의 움직임
과거 팀스피릿 때 미 7함대 소속 구축함이 서해에 배치되고 한국군 기계화사단이 이동하면 북한군은 군사대응 등급을 한두 단계 올리는 식으로 응수했다. 그러나 북한은 기름이 부족해 함정이나 전투기를 발진시키는 직접적인 대응기동은 제한적이었다고 한다.
그래도 북한군의 심리적 압박은 상당했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한 예비역 육군 장성은 “북한은 준(準)전시태세에 들어가 동굴 등 지하시설물로 병력과 무기를 넣는 지하화로 대응했다”고 말했다. 한 예비역 공군 대장은 “항공기도 평상시 1시간 내 출격 준비를 갖춘다면 팀스피릿 때는 30분, 15분 간격으로 출격 대기하는 등 북한에 큰 압력이 된다”고 평가했다.
예비역 장성들은 앞으로 한미 연합훈련을 위한 미 7함대의 한반도 해역 배치와 최신예 전투기 F-22(일명 랩터) 24대의 전진 배치가 북한군에 불러올 공포감도 매우 클 것으로 내다봤다. 미 공군은 뉴멕시코 주 홀러먼 기지와 버지니아 주 랭글리 기지의 F-22 대대(각 12대)를 각각 일본 오키나와와 괌에 배치할 예정이다.
○ 북한, 협상과정에서 “우리가 죽겠다”
팀스피릿 훈련의 중단 결정이 내려지기 전인 1990년대 초 남북 회담에서 북한은 줄기차게 팀스피릿 중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이 느끼는 압박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노태우 정부 시절의 한 인사는 “북측 대표단은 만찬 등 비공식 자리에서 ‘(한미 연합훈련 때문에) 생산시설을 지하화하는 데 드는 초기 설치비용과 조명 및 습도 조절을 위한 전력 소모가 너무 많다. 우리가 죽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북한군 수뇌부의 한미 기동훈련 공포증은 한미 연합전력에 대한 이중적 시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북한은 한국군의 전력을 비현실적으로 낮춰보면서도 미군의 공격역량에 대해선 지나치게 겁을 먹는 성향이 있다는 게 군 정보전문가의 설명이다. 한 예비역 장성은 “북한군 수뇌부가 한미 연합훈련 때마다 경기를 일으킨다는 첩보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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