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사건의 후폭풍으로 남북한 정부 당국이 잇달아 상대방에 대한 대응조치를 내놓으면서 남북관계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4일 발표된 남측의 대북 조치와 25일 나온 북측의 대남 조치는 유사한 부분도 있지만 양측의 사정에 따라 차이가 있는 대목도 많다.
○ 남측은 경제, 북측은 정치 단절
양측은 모두 관계 단절을 천명했다. 다만 남측이 경제 사회 문화 분야의 교류협력 단절에 중점을 둔 반면 북한은 정치적 소통 단절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남한은 경제난에 처한 북한에 타격을 주기 위해 ‘돈줄’을 죄는 데 치중했고 북한은 남한이 요구하는 당국 간 대화의 창을 닫아버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남한은 지난해 기준으로 한 해 약 2억5000만∼3억 달러에 달하는 북한의 수입을 막음으로써 경제적으로 옥죄려 한 반면 북한은 이렇다 할 대남 보복 수단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당국 간 대화 단절 카드를 들고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대북 투자 알선 및 상담, 상호 연락, 방북인원 편의 제공 등을 위해 2005년 10월 당국 간 합의로 문을 연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경협사무소)를 26일 폐쇄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 3월 27일에도 당국자 13명을 추방하고 12월 1일 사무소를 폐쇄했다가 지난해 9월 7일 사무소를 다시 연 바 있다.
1971년 9월 남북 적십자회담 추진 과정에서 문을 연 판문점 남북 직통전화는 형식적으로는 적십자 채널이지만 실질적인 당국 간 채널로 사용돼 왔다. 2008년 11월 북한에 의해 일방적으로 단절됐다가 지난해 8월 복원됐으나 다시 단절되는 운명을 맞았다. 해사당국 간 통신망은 2005년 8월 남북해운합의 발효 이후 2개 회선이 사용돼 왔으나 이번에 단절됐다. 이에 따라 군사당국 간 채널 9회선(서해선 6회선, 동해선 3회선)이 유일한 당국 간 통신채널로 남게 됐지만 이 역시 언제 단절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 양측 군사조치에 따라 상황 악화될 듯
남북은 모두 각자의 영공과 영해에 대한 상대방 비행기와 선박의 통행을 금지했다. 한편으로 남북은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 군부는 남측이 군사분계선(DMZ) 일대에서 대형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 심리전을 재개할 경우 조준 격파사격은 물론이고 개성공단 통행을 차단하겠다고 26일 밝혀 개성공단의 운명도 위기에 처했다.
남측이 구체적인 대북 군사적 조치를 명시한 것에 비해 북한은 향후 남북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전시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포괄적인 언급만 내놓아 그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평시의 법체계를 뛰어넘어 전쟁 상황에 사용되는 내부적 규칙이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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