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를 벗어난 지지율 격차가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지사 선거는 6·2지방선거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격전지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가 민주당과의 단일후보로 결정되면서 수도권의 야권 선거운동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와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의 단일후보인 유시민 후보를 28일 하루 종일 동행 취재했다.》
“때마다 간판 바뀌는 식당에 가서 음식 먹을 수 있나요. 도지사 후보 그 사람(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 나온 당은 번호가 7번인가요, 8번인가요? 생긴 지 6개월도 안 됐죠? 그런 데는 찍어주면 안 되겠죠.”
28일 오전 11시 40분 경기 하남시 GS슈퍼마켓 앞 도로변 유세차량에 오른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지사 후보는 ‘신용’이란 화두를 꺼냈다. 유 후보의 잦은 당적 변경과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야권의 이합집산을 겨냥한 것이었다. 김 후보는 국민참여당과 단일화를 한 민주당에 대해 “선거 때마다 간판 바뀌는 당”이라며 “한나라당은 선거 끝나면 보따리 싸들고 떠나는 뜨내기 정당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은 경기지역 유권자를 만나며 현지에서 숙박하는 ‘24박 25일 민심기행’의 ‘20박 21일째’날이었다. 이날부터 그는 투표를 독려하는 메시지 전달에 집중했다. 오전 10시 40분 남양주시 마석장 유세에선 “아무리 여론이 좋아도 투표장 가서 안 찍어주면 당선 안 되지요. 여러분, 꼭 투표해주셔야죠”라고 했고, 하남시에선 “여론조사 100번 이겨도 소용없지요. 투표장에 한 분도 빠짐없이 가 달라고 말씀드립니다”라고 했다. 선거캠프 대변인인 손숙미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다 판단하고 이제는 지지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할 시점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유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유세 지역에선 현안 문제로 표심을 공략했다. 이날도 남양주에선 신도시 개발과 자신이 추진해온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의 확장, 서강대 캠퍼스 유치 등을 강조했고 하남에선 그린벨트 해제 등 지역개발을 약속했다. 여주군에선 남한강정비사업과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여주 나들목 조기 개통 등을 통한 관광자원 개발, 하이닉스반도체 등 공장이 많은 이천시에선 ‘24시간 보육시설’ 확대와 영유아 무료 예방접종 등을 공약했다.
김 후보는 남양주와 하남 등의 유세에서 “(상대 후보가) 이것저것 하겠다고 하는데 말을 달콤하게 한다고 도시가 발전하는 게 아니죠. 대통령 도움도 좀 받고 도지사 지원도 받으려면 기호 1번을 찍어주셔야죠”라고 강조했다. 여주에선 논란이 된 4대강사업과 관련된 남한강 정비사업을 거론하며 정부 정책을 강력히 홍보했다. 김 후보가 “여주군민은 대다수가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데 반대 데모하면 여주에 와서 해요. 여주는 남한강정비사업 끝내고 나면 시로 승격될 것입니다”라고 하자 군중 속에서 “그 말이 맞지. 여주 사람은 다 찬성하지”라고 맞장구를 치는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현지인 신경하 씨(50)는 “4대강사업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요즘 하루 평균 자동차로 350km에 이르는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도 남양주를 시작으로 마지막 유세지인 의왕시까지 6곳을 찾았다. 김 후보는 장기간 ‘외박’이 이어지는 데다 많아야 하루 4, 5시간 수면을 취하는 탓에 이동 중 차안에서 ‘토막잠’을 자는 일도 잦지만 일정을 건너뛰는 일은 거의 없다. 막판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손원희 후보 수행실장은 “‘더 낮은 곳으로 더 뜨겁게’라는 슬로건처럼 끝까지 한 명의 유권자라도 더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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