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 1억명 시대’ 사회문화적 의미] 여성-가족팬 급증…국민 스포츠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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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1일 07시 00분


이틀연속 모든 구장 매진 한국 프로야구가 마침내 누적 관중 1억명을 돌파했다. 29일과 30일 전국 4개 구장에 모두 만원관중이 들어 1982년 출범 이후 최초로 이틀 연속 전 구장 매진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3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0프로야구 SK와 롯데의 경기. 휴일을 맞아 문학구장은 매진사례됐다. 문학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이틀연속 모든 구장 매진 한국 프로야구가 마침내 누적 관중 1억명을 돌파했다. 29일과 30일 전국 4개 구장에 모두 만원관중이 들어 1982년 출범 이후 최초로 이틀 연속 전 구장 매진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30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0프로야구 SK와 롯데의 경기. 휴일을 맞아 문학구장은 매진사례됐다. 문학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연인-가족들 새 데이트 장소로 자리매김
관중폭발은 야구 즐기는 문화의 세대교체”


‘1억의 벽’이란 재테크 서적이 있다. 1억이란 덩어리만 모으면 다음부턴 돈 불리기가 쉬운데 대개의 사람들이 거기까지 가질 못하고 포기하는 현실을 거론하며 종자돈 1억원을 만드는 비법을 설명하는 책이다.

비단 ‘1억’이란 숫자의 상징성은 재테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0년5월30일,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가 누적관중 1억 명을 찍었다. ‘1억’이란 숫자는 곧 ‘프로야구=국민스포츠’를 성립시키는 보증서라 할 만하다. 1억 시대에서 2억 시대로 가는 간격은 필시 29년보다 짧아질 것이다.

1억 관중시대의 의미에 관해 한체대 스포츠사회학과 이종영 교수는 “야구 관람문화가 국민들 속에 침투된 증거다. 축구처럼 내셔널리즘을 자극하는 국가대표 A매치가 아님에도 축구보다 먼저 1억 관중을 달성한 것은 놀랍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2006년 이래 야구팬이 급속도로 확대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원인을 여성, 가족팬의 증가에서 찾았다.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여성들도 ‘야구가 이렇게 스릴 있고 재미있을 수 있구나’라고 실감한 것 같다. 축구도 월드컵에서 경험했지만 관중 관람문화에서 프로야구가 선도를 했다”고 평했다.

이 교수는 부산의 응원문화를 연구한 논문을 빌려서 “축구가 열광적 서포터스 중심으로 움직이는 데 비해 야구는 가족이나 연인 단위로 와서 음식이나 맥주를 마시며 여유롭게 관람하는 휴식 공간의 기능도 갖는다. 여가문화로서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가 동시에 가능하기에 (대중적인)사람들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종목의 속성상, 야구가 강점을 지닌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지역연고제의 정착과 음주관행에서 탈피해 선진국형 여가문화로 변모하는 사회 트렌드가 맞아떨어졌다고 봤다. “개인을 파편화시키는 고독한 현대사회에서 함께 고함치고 외로움을 해소하는” 순기능도 적시했다.

동명정보대 전용배 교수는 “1억 관중엔 중복도 있고, 산 사람, 죽은 사람도 있지만, 그 세월은 문화의 축적을 의미한다. 야구인들이 고마워할 숫자이자 자축할 숫자”라고 총평했다.

이어 전 교수는 “한국 현대사의 굴곡과 야구가 절묘하게 겹쳤다. 1980년대 초반 한국 현대사에서 전라도 한풀이의 기능을 해줬고, 경상도 지역사랑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요즘 관중폭발은 선수의 세대교체이자 야구를 즐기는 문화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증거다.

2000년대 후반부터 승리가 절대명제가 아니게 됐고, 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도 야구장 가는 분위기가 됐다. 30년 전 거의 아저씨만 보던 야구장이 더 이상 아니다. 아직 시설이 못 따라오고 있지만 가족이 보는 스포츠로 변화했다”고 프로야구의 건전한 방향성에 주목했다.

정리|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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