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인터뷰] 이용찬이 강윤구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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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7일 07시 00분


건강보조제 많이 챙기던데 요즘은 어떤 걸 애용하니?

“복분자즙-장어즙 닥치는대로 먹어요”

넥센 강윤구는 장충고 2년 선배인 이용찬(두산)의 날카로운(?) 질문에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답했다. 고교 시절
모자에 적어놨던 ‘계약금 13억원’은 현실로 이루지 못했지만, 그는 명실상부한 팀의 에이스로 성장하는 날을 꿈꾸며 강진에서 재활
중이다.스포츠동아DB
넥센 강윤구는 장충고 2년 선배인 이용찬(두산)의 날카로운(?) 질문에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답했다. 고교 시절 모자에 적어놨던 ‘계약금 13억원’은 현실로 이루지 못했지만, 그는 명실상부한 팀의 에이스로 성장하는 날을 꿈꾸며 강진에서 재활 중이다.스포츠동아DB
이용찬이 강윤구에게=

윤구야, 요즘 네가 강진(2군)에 있어서 (릴레이인터뷰를)해도 되나 고민을했는데 네가 내 장충고 후배잖아(이용찬이 3학년 때강윤구는 1학년이었다).

누구한테 뭘 물어볼까 하다가 네 생각이 나더라.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하고.그나저나 우리 윤구, 요즘 많이 컸어, 하하.예전에는 내 눈도 못 쳐다보고 말도 못 붙였는데…. 이제는 프로 왔다고 “형∼”이러면서 농담도 툭툭 던지고 말이야. 하긴 예전부터 넌 독특한 아이였어. 모자챙에 ‘구속160km’ 적어놓고 ‘계약금 13억원’ 적어놓고 그랬잖아. 너 아직도 그러고 다니냐? ㅎㅎ.

예전에는 정말 못 말릴 정도로 많이 먹었는데 여전히 잘 먹고?(강윤구는 원래 체구가 작았는데 그나마 학창시절 많이 먹은덕분에 지금의 몸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한다). 프로 와서 공도 많이 좋아지고 한 팀의선발투수로서 자리매김도 하고 형이 뿌∼듯하다. 팔꿈치가 안 좋다고 얘기 들었는데먼저 아파본 경험자로서 충고할게. 마음은급하겠지만 천천히 완벽하게 몸을 만드는게 더 중요하다. 건강한 모습으로 그라운드에서 보자. (5월 30일 잠실구장)

강윤구가 이용찬에게=

형은 고등학교 때부터봐왔지만, 정말 폼이 좋은것 같아요. 사실 형이 큰체구(185cm·85kg)에 비해 힘이 좋은 편은 아닌 것 같은데…. 힘을 요령 있게 잘 써서 그런 것 같아 부러워요. 형이 아시안게임 예비 엔트리에도 뽑히고, 또 팀에서도 자리를 잡아서 고등학교 후배로서 기분좋고, 자랑스러워요. 프로 와서는 비록 적이 됐지만, 항상 잘 해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2일 강진에서) 한편 강윤구는 다음 번릴레이인터뷰 대상자로 넥센 정민태 투수코치를 지목했다.Q1. 윤구야, 강진서 재활은 어떻게 되어가니?

A1. 이제 롱토스 거뜬…통증도 거의 사라졌죠
Q2. 어리바리 한거야 어리바리한 척 하는거야?

A2. 일 하기 싫으면 잘 모르는 액션 발동…하하-지금 팔꿈치 상태는 어때? 몸은 어느 정도 나아진 건지.

“이제 롱토스 합니다. 80∼90m 정도에서 공을 던지고, 전력으로 공을 때릴 수 있어요. 통증은 거의 다 사라졌고요. 오늘(2일) 캐치볼을 했고, 내일모레부터 본격적으로 피칭 들어가려고 합니다. 투구 개수 좀 올리면 다음주나 다다음주 쯤에는 2군 경기 나가고, 6월말에는 1군 올라가는 게 목표에요.”

-빨리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클 텐데 어떤 마음으로 재활을 하고 있는지. 누가 옆에서 가장 힘이 돼주는지 궁금하다.

“(팔꿈치 통증 때문에) 2군 내려갔다가(4월19일) 1군 올라온 뒤(5월11일), 다시 아파서 내려갔잖아요(5월12일). 그 때 심적으로 많이 안 좋았어요. 사실 마음도 다급해지고. 그 때 재활군 조규제 코치님께서 큰 힘이 돼 주셨어요. ‘넌 나이도 어리니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몸을 만들라’고 조언해주셨죠. 형도 해봐서 알겠지만 재활이란 게 반복운동이고, 지루하잖아요. 그 때 조 코치님께서 그러시더라고요. ‘스타는 아무나 될 수 있지만, 슈퍼스타는 아무나 될 수 없다’고. 시련 속에서 더 단단해져야 한다는 말씀 같아요. 재활하면서 야구 외적으로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보다 투구밸런스가 몰라보게 좋아졌더라. 3학년 때 던지는 것보다 프로에 와서 던지는 게 말도 못 하게 좋아졌는데 넥센에서 어떻게 가르치길래 그렇게 좋아진 거냐.

“고등학교 때는 하체가 많이 죽었던 것 같아요. 중심축이 되는 왼발이 많이 구부러졌던 거예요. 정명원 코치님께서 ‘서서 던지는 느낌을 가져보라’고 하셨는데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하체이동이 좋아진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팔 스로잉이 뒤로 많이 빠지는 스타일이었잖아요. 정민태 코치님께서 ‘원을 둥그렇게 그리는 식으로 스로잉을 하라’고 가르쳐주셨거든요. 코치님 현역 시절 처럼요. 그런 점들이 도움이 많이 됐죠. 프로에 와서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면서 힘이 좋아진 것도 좋은 공을 던지는 요인이 된 것 같습니다.”

-예전에 고등학교 다닐 때는 모자에 ‘계약금 13억원’ 적어놓고 다녔잖아. 이 형이 다 기억한다. 그런데 막상 프로의 문은 또 다르잖아. 그때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부끄러워하며) 별걸 다 기억하시네요. 그 때는 어려서 멋모르고 그렇게 적고 다닌 것 같아요. 실제로 계약금은 1억2000만원인데…. 10분의 1도 안되네요. 하하. 형 말처럼 역시 프로의 벽은 높더라고요. 이게 현실인가보다 했지요. 지금은 그냥 현실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강진 생활은 어떠냐. 살기 좋냐? 주변에 식당이 하나밖에 없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만. ㅋㅋ.

“식당이요? 아예 하나도 없는데…. 이곳은 정말 야구 밖에 할 게 없어요. 시내까지 나가려면 10km를 가야 하거든요. 그래서 쉬는 날이면 서울 올라가서 스트레스도 풀고 그래요. 사실 이곳은 정말 외로워요. 처음에는 솔직히 ‘여기서 내가 뭐하나’ 싶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점점 마음을 추스르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야구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도 건강 챙긴다고 보충제를 그∼렇게 먹었는데 지금도 그러냐? 요즘에는 어떤 걸 주로 먹고 있니?

“(깜짝 놀라며) 형이 저를 그렇게 자세히 관찰했어요? 하하. 고등학교 때는 체격이 좀 작아서 키도 좀 크고 살도 좀 찌려고 그런 거였어요. 지금이야 작은 키는 아니지만 투수로서 큰 키도 아니잖아요. 팀 선배들이 요즘도 키 컸다고 그러는데 키가 큰 줄은 잘 모르겠네요. (현재 강윤구는 183cm·84kg) 지금도 이것저것 잘 챙겨먹어요. 복분자즙, 비타민에 장어즙까지…. 살이 좀 찌고 싶어서요. 확실히 효과는 있는 것 같아요.

-나 이거는 정말 꼭 물어보고 싶었어. 어리바리한 거야? 아니면 어리바리한 척을 하는 거야? 내가 보기에는 어리바리한 척을 하는 건데.

“하하. 이런 얘기까지…. 이건 비밀인데…. 원래 어리바리한 애들한테는 선배들도 뭘 잘 안 시키잖아요. 그날따라 일을 하기 싫으면, 그냥 (시키는 일들에 대해) 잘 모르는 척을 하죠. 그럼 선배들이 일을 덜 시켜요. 일부러 어리바리한 척을 할 때도 있지만 실제로 좀 어리바리한 면이 있기도 하고…. 둘 다인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은 내가 널 만나면 늘 하는 거다. 누님은 잘 사시냐?(이용찬은 만날 때마다 장난스럽게 강윤구 누나의 안부를 묻는다고 한다)

“형이랑 우리 누나랑 동갑이잖아요. 형이 만날 ‘네 누나 좀 소개 시켜 달라!’고 해서 장난인 줄 알고 웃어넘겼는데 진짜 마음이 있는 거예요? 제가 형에게 도리어 묻고 싶습니다. ‘형, 정말 소개받을 생각이 있어요?’ 진지하게 얘기해 주세요.”

※ ‘릴레이 인터뷰’는 매주 월요일자에 연재됩니다.

정리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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