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당선자 인터뷰]<3>김문수 경기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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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7일 03시 00분


“GTX-4대강사업 꼭 필요… 여권, 민심읽는 시스템 고쳐야”

“4000억 들여 50개 고교에 기숙사
‘무한돌봄’ 18만 가정으로 확대
24시간 보육시설 3000개로 늘려
몸 낮춰 도의회 설득해 공약 이행
대권도전은 아직깵 임기 채울것”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3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당선증을 받기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중 짬을 내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수원=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3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당선증을 받기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중 짬을 내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수원=변영욱 기자 cut@donga.com
《6·2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문수 경기지사는 현충일인 6일에도 평택 이천 여주 등 경기도내 7개 시군을 돌며 당선인사에 여념이 없었다. 유세차량에 올라탄 그는 까맣게 그을린 얼굴로 “부족한 저 김문수를 찍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깨끗한 도정을 펴겠습니다. 여러분을 겸손하게 섬기겠습니다”라고 외치고 또 외쳤다. 경기도가 워낙 넓다 보니 당선인사를 하는 데에만 이날까지 나흘이 걸렸다. 한나라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상황에서 야권 단일후보인 유시민 후보를 꺾어 당내에서 그의 입지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수도권의 중요한 파트너인 인천시장이 야당인 민주당의 송영길 당선자로 바뀌고 경기도의회 역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면서 쉽지 않은 두 번째 임기를 맞게 됐다. 3일과 6일 두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갖고 김 지사의 도정 계획과 정치적 포부 등에 대해 들어봤다.》―과거 견고했던 수도권 연대의 틀이 흔들리게 생겼다. 수도권 연대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은….

“서울시와는 오세훈 시장이 당선돼서 잘될 것 같다. 문제는 인천이다. 경기도는 인천시와 관련된 분야가 그리 많지 않지만 부천시와 김포시, 시흥시 등 서부지역이 인천 쪽과 관련이 많다. 특히 광역급행철도(GTX)의 경우 어느 노선으로 할지, 우선순위나 재정분담 등에 있어서 논란이 일 것 같다. 송영길 당선자와 충실하게 협의해 나가겠다.”

―경기도의회도 한나라당 27석, 민주당 등 야당 79석으로 여소야대가 돼 어려울 것 같다.

“사실 걱정이다. 이제 뭐 하나 하려면 도의회부터 설득해야 하니 시간이 걸리고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4대강이나 GTX 등 토목공사도 필요한 것이고 외자기업, 대기업이 있어야 중소기업도 있고 일자리도 생긴다. 모두 반대만 해선 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도지사로서 최대한 도의원들을 설득해서 도정을 이끌어 나가는 게 또한 나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몸을 낮추고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겠다.”

―민선 5기 경기도정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일자리 창출과 복지정책 실현으로 요약된다. 민선 4기 동안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해 일자리를 많이 늘렸다. 지난 4년간 전국 일자리의 76%가 경기도에서 늘어났다. 수도권 규제는 계속 철폐해 나갈 계획이다. 그만큼 복지정책도 중요하다. 무한돌봄사업을 통해 위기가정을 많이 구조했다. 보육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복지사업을 좀 더 설명한다면….

“2008년 경기도가 처음 실시해 전국으로 확대된 위기가정 무한돌봄사업을 확대하겠다. 2014년까지 2000억 원을 들여 18만 가정에 혜택을 주겠다. 또 31개 시군에 무한돌봄센터를 만들어 종합복지기관으로 성장시키겠다. 특히 저출산과 관련해 보육도 크게 중요한 부문이다. 24시간 아이돌봄사업을 위해 시간연장형 보육시설을 3000개로 늘리고 직장보육시설의 지원도 강화하겠다. 예산 4000억 원을 들여 미취학 결식아동을 책임지고 가정파견보육교사제도 확대하겠다.”

―경기도 주민의 출퇴근 교통난이 심각하다.

“교통지옥이다. 이 때문에 지하 50m에서 시속 200km로 달리는 수도권 GTX를 추진하는 거다. 현재 3개 노선 174km를 추진 중인데 그러면 동탄에서 강남까지 18분, 일산에서 강남까지 22분이면 도달한다. 또 제2자유로와 성남대로 등 9개축에 124.7km의 간선버스급행체계(BRT)를 구축하고 외곽순환버스를 운행해 출퇴근 교통난을 해소하겠다.”

―경기북부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지적이 많다.

“길이 뚫리면 개발이 가속화된다. GTX를 6조 원을 들여 고양∼파주, 의정부∼양주∼동두천 구간(75km)으로 연장하겠다. 2020년까지 6조 원을 투입해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과 군사시설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겠다. LCD산업클러스터, 섬유소재산업 육성, 대학을 비롯한 연구시설을 유치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교육국’을 신설할 정도로 교육에도 관심이 많은데….

“우선 경기도교육청과 중복업무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현재 88개 대학에 33만 명의 대학생이 있는데 숙박시설이 큰 문제다. 대학생 2만 명을 수용하는 기숙사 건립에 250억 원을 지원하겠다. 또 학생들이 안심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4000억 원을 들여 도내 50개 이상의 고교에 기숙사를 건립하겠다.”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경기도의 대북사업은 어떻게 되나.

“천안함 사건은 명백한 북한의 기습테러다. 이를 두고 설왕설래하는데 친북한 반정부세력들이다. 왜 그들은 북한의 인권과 독재를 얘기하지 않나. 교육이 잘못됐다. 남북의 대치 현실을 인식하고 정확한 실상을 이해하는 게 진정한 통일교육이다. 대북사업은 지금은 올스톱이다. 우선 국내의 탈북자 정착과 취업을 돕겠다.”

김 지사는 15, 16, 17대 국회의원으로 내리 3선에 성공했고 이어 경기도지사를 연임해 5번의 선거를 모두 이겼다. 그는 한나라당 내에서 보수이념에 충실하면서도 오랜 기간 노동운동을 한 탓에 친서민적 정서도 갖춘 독특한 지형의 인물이다. 이번 선거 얘기를 들어봤다.

―한나라당 참패를 어떻게 보나.

“하루 전날만 해도 좋은 결과를 예상했다가 갑자기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나와 한나라당 모두 정말 충격이 컸다. 그러나 민심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집권세력인 정부나 청와대, 한나라당 모두 국민과 소통하는 데 실패했다. 4대강이나 세종시 변경 추진이 왜 필요한지 적극적으로 나서서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없다. 내 일이 아니고 나 몰라라 한다. 국민을 더 겸손하게 섬기라는 채찍의 뜻으로 생각하고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는 크게 앞섰는데 왜 이런 결과가….

“민심의 바닥은 낮은 곳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뒷골목에 있는 여론이 어떤 흐름인지 우리가 잘 몰랐던 거다. 한나라당에는 이런 민심을 읽어낼 시스템이 없었다. 한나라당의 확고한 이념과 정강정책, 공약, 실천지침을 만들고 이를 교육하고 홍보하는 제대로 된 인재양성 기능이 없다. 미국 공화당의 ‘리더십 인스티튜트’ 같은 정치학교를 만들어 운영할 필요가 있다.”

―유시민 후보에 대한 평을 한다면….

“전국적인 인지도도 높고, 특히 젊은층에게서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세상물정 모르는 비현실적 대학생 같은 얘기를 한다. 현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좋겠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승(辛勝)했다. 향후 대통령 선거에서 잠재적 경쟁자인데….

“대권 도전은 아직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4년 임기를 채울 것이다. 도지사로서 경기도민을 잘 섬기는 데 모든 힘을 집중하겠다. 오 시장은 경쟁자라기보다는 서울시장으로서 저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 경기도에 대한 인식은 아직 서울의 변두리라는 생각들이 많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약력
△경북 영천(58세) △경북고, 서울대 경영학과 △15, 16, 17대 3선 국회의원(부천 소사) △한나라당 17대 총선 공천심사위원장 △민선4기 경기도지사(2006년∼현재)

3개 노선 174km GTX 건설 ‘30분 생활권’으로
■ 金지사 공약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6일 동아일보와 한국정치학회 매니페스토연구회에 제출한 5개 주요 공약 중 대표적인 핵심 공약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이다. 경기도내 어디든 30분 안에 갈 수 있도록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3개 노선 총 174km의 GTX를 2018년까지 완공하는 게 목표다. 김 지사는 30개 대규모 환승센터를 만들어 GTX∼기존철도∼버스∼승용차 등과 연계하는 교통체계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한국정치학회 채진원 사무국장(정치학 박사)은 “교통인프라 확장엔 보상 문제 등이 따라서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며 “갈등 요인을 줄이기 위해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덕로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교통을 원활히 하는 것은 도민들을 편리하게 하지만 장기적으로 수도권 과밀화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지사의 두 번째 공약인 신(新)경기산업벨트 공약은 △첨단융복합산업벨트 조성 △서해안권에 동북아 관광허브 구축 △평택항의 환(環)황해권 국제물류비즈니스 거점화 계획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해 세종대 이 교수는 “사업 종류가 너무 많고 복잡한 데다 상당수는 민자 유치를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위기가정을 배려하는 내용의 ‘무한돌봄사업’ 확대 공약은 검증된 기존 사업을 바탕으로 해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장기적으로 이 사업이 지속되려면 재정 확보 방안이 충실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기북부 방면에 GTX 노선을 연장하는 내용을 포함해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 군사시설 재배치구역의 체계적 개발 △경기북부 특화산업 단지 조성 공약은 경기도내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정책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김 지사는 또 맞벌이 가정, 저소득 가정 자녀를 위한 ‘꿈나무 안심학교’를 확대 운영하고 부모안심 기숙학교를 31개 시군에 50개 이상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하봉운 경기대 교수(교육행정)는 “진보 성향의 김상곤 교육감이 평준화 확대, 초중학생 무상급식 실시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김 지사도 교육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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