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루저스피릿⑧ 인디시트콤 감독 맡은 윤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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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7일 15시 00분


인디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감독 윤성호

● 구하라 없어도, 할 수 있는 '구하라' 시트콤
● '구하라'의 목소리 공효진? 차기작이 더 주목되는 '인디계 이단아'


지난 5월 24일 시작된 인디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이하 '구하라')는 여러모로 낯설다. '뭔가 있어 보이지만 어쩐지 어색한' 제목과 '간간히 아는 얼굴도 있지만 솔직히 이름은 잘 모르는' 출연진은 독립영화 같기도 하고, 5분 내외의 에피소드가 연속 이어지는 점은 과거 MBC '한뼘 드라마'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별다른 홍보 없이 온라인으로 무료 상영된다는 형식은 전례 없이 신선하다.

그리고 이 시트콤에는 '전례 없지만 왠지 친숙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다크서클 같은 스모키 화장을 하고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무명 배우나 성인용 스팸메일 발신자 '김하나'씨에게 두근거리며 답장을 보내는 목사 등은 실제로 대한민국 가까운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출생배경: 엄마는 은하해방, 아빠는 오피스, 존경하는 삼촌은 김병욱, 친애하는 이모는 영애씨, 좋아하는 사촌은 럭키루이, 친구는 우익청년, 고마운 건 인디밴드, 이상형은 구하라. 여러분이 업어 키우세요. -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홈페이지 소갯말 가운데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2류 매니저 재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사진은 재민 역의 황제성(왼쪽)과 재민이 담당하는 배우 혁권 역의 박혁권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2류 매니저 재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사진은 재민 역의 황제성(왼쪽)과 재민이 담당하는 배우 혁권 역의 박혁권

▶ "카라 구하라의 팬"이라는 윤 감독의 '구하라'

"카라 구하라의 팬"이라는 윤성호(34) 감독은 시트콤 '구하라'를 만든 사람이다. 앞서 영화 '은하해방전선'(2007)을 통해 '인디영화계의 스타' '주목할 만한 젊은 감독' 등등의 수식어를 얻은 그는 '하이킥'의 김병욱 PD를 존경하며 '막 돼먹은 영애씨'를 비롯해 미드 '오피스' '럭키루이'를 챙겨보는 시트콤 애호가다. 그가 "인디영화도 있는데 인디 시트콤이 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출발해 만든 '구하라'는 웬만한 드라마 한 회 차 제작비에도 못 미치는 총 제작비 1500만원을 들인 최초의 '인디시트콤'이 됐다.
촬영장에서 연기자들과 함께 리뷰중인 윤성호 감독(오른쪽)
촬영장에서 연기자들과 함께 리뷰중인 윤성호 감독(오른쪽)

-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라는 타이틀이 프랑스 감독 장 뤽 고다르 영화랑 같던데…

"고다르 영화를 좋아하긴 하는데, 그 영화를 생각하고 제목을 단 건 아니다. 고다르 영화의 제목은 의역이 잘못 된 걸로 알고 있다.
그저, 제목 아홉 글자가 굉장히 와 닿았다. 우리나라, 아니 세계의 문제가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자꾸 뭔가를 구해주려다 보니까 생기는 거 아닌가.(웃음) 그리고 사실, 개인적인 사연도 있다. 오랫동안 사귀던 친구랑 헤어졌는데 그 친구가 카라 구하라와 어떤 점에서 좀 닮았다. 그래서 힘든 나를 '위로 할 수 있는 자'가, 바로 '구하라'라고… 나 힘든데 구해주세요, 그런 뜻이다.(웃음) 실제 시트콤에도 실연 이후 느끼는 감정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 아직 예고편하고, 에피소드 몇 개만 봐서는 내용을 잘 모르겠다.

"재민(황재성)이라는 인물이 이번 시즌의 주인공이다. 재민은 끈 떨어진 배우를 건사하는 매니저인데 자꾸 뭔가 일이 잘 안 풀린다. 매니저로서의 고충이 이야기의 한 축이고, 나머지는 가족들을 비롯한 재민의 개인사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재민의 전 부인 구하라가 있다."

- 전 부인이 구하라? 설마 진짜 카라 구하라가 나오는 건 아니겠지?

"안타깝게도 이름만 구하라다.(웃음) 전 부인은 나올 듯 말 듯 하는데 결국 목소리만 나온다."

- 그럼, 목소리는?

"정말 유명한 분, 스타라는 정도만 얘기하겠다.((웃음) 아마 우리나라 관객이 가장 좋아하는 여자배우라고 해도 될 것 같다."

- 전도연?
"하하, 그분은 칸에 다녀오셔서…힌트를 주자면 선머슴 같은 이미지다."

인터뷰 당시까지는 극비(?)에 부쳐졌던, 그 여배우는 공효진으로 밝혀졌다. 공효진의 목소리는 에피소드3 전화 통화를 비롯해 시즌 1에서 종종 등장할 예정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요청은 했지만 "설마 (해줄 거라는) 기대는 않했다"는 그 스타배우는 거마비도 안될 출연료와 그다지 크지 않은 비중에도 불구하고 "시나리오가 재밌다"면서 흔쾌히 출연해줬다고 한다.

인디영화계의 기대주 윤성호 감독
인디영화계의 기대주 윤성호 감독
- 크레딧을 보면 출연진을 분류하는 방법도 그냥출연, 우정출연, 특별출연 등 다양하더라.

"별다른 의미 없다. 그냥 모두 거마비 정도만 받고 출연해주는 건데, 누구는 유명하니까 '특별출연' 누구는 '찬조출연' 이럴 수 없어서 모두 의미를 부여했다."

- 현재 촬영은 어느 정도 진행됐나?

"촬영은 이미 다 끝났다. 지난 2월에 인디스토리(제작사)랑 인디시트콤 포맷에 대해서 얘기하고 난 후 바로 촬영해서 3월이 되기 전에 다 끝났다. 배우 옷이 두꺼운 것도 다 그런 이유다. 어쨌든 그 뒤에는 편집을 어떻게 풀지 고민하느라 시간이 걸려서, 결국엔 5월에 배급하게 됐다. 물론 중간 중간에 기회가 되면 에피소드를 끼워 넣을 생각도 하고 있어서, 원래 에피소드는 12개였지만 앞으로 더 늘어날 것 같긴 하다. 비유하자면, 피자는 이미 완성됐지만 토핑은 주문이 올 때마다 다양하게 만들어서 넣을 예정이다."

- 총 예산이 1500만원이면 부족하지 않았나?

"에피소드가 12회지만 에피소드 한편 당 길이는 5분 이 안돼서 다 더하면 60분 정도 된다. TV 드라마의 한 회 정도 분량이 시즌 1인 셈이다. 그래서 많이 힘들진 않았다. 다만 욕심을 부리면 예산이 지금보다 딱 두 배만 커지면 좋겠다. 현재 스태프가 부족한 건 아니었지만 몇 명 더 고용하면 더 좋을 것 같고, 배우도 거마비로 지금보다 딱 두 배만 더 줘도 덜 미안할 거 같다."

- 인디시트콤의 수익모델은 뭔가?

"아직은 없다. 처음에 수익모델을 생각하지 말자고 했다. 지금까지 호흡이 짧은 연작이 온라인으로 나온 적이 없었으니까, 우리로서는 이번 경험에서 얻은 데이터 자체가 수익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또 퍼뜨리는 방식도 SNS마케팅이 답인지 아니면 여전히 주류매체를 대상으로 홍보 하는 게 맞는지… 등등.
또 나 같은 연출자의 경우 영화를 만들기 까지 기다려야하는 시간이 긴데 다른 매체를 통해서 연출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배우 역시 품을 크게 들이지 않고 인지도를 확보하면서 연기할 기회를 얻는 거다."

- 시트콤이 공개된 지 한 열흘 지났는데 반응은 어떤가.


"예상했듯 폭발적이진 않다. 봤던 사람들은 재밌어하는데, 확실한 채널이 없으니까 좀 더디다. 엽기 동영상 같은 것은 순식간에 몇 만 명이 볼 수 있지만, 시트콤은 좀 다르다. 서사가 만들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한 거 같다. 예컨대 '무한도전'도 처음엔 인기가 없다가 나중에 캐릭터가 자리 잡힌 후 시청률이 올랐다. 캐릭터가 만들어지고 그 캐릭터끼리의 역학관계가 생기면,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하게 되고, 그러면서 호기심이나 애정도 생긴다. 그런 마니아층이 1만 명 정도가 작품을 꾸준히 보게 된다면, 50만이 한번 싹보고 빠지는 것보다 낫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 한 윤성호 감독은 대학을 졸업 할 때까지만 해도 영화를 직업으로 삼을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졸업 직전인 2002년 학교 과제로 복학생 친구들과 만든 단편영화 '삼천포 가는 길'이 우연히 영화제에서 상을 타게 되고(그는 "당시 유튜브가 있었다면 영화제 출품 대신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휩쓸리듯" 8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영화를 전업으로 삼게 됐다고 한다.

"글로 치면, 신춘문예 말고 독자 투고, 블로그 같은 걸로 좀 유명해진 케이스다. 내가 쓴 글에 댓글도 달리고 기사에서 인용도 되면서, 다른 월간지 같은데서 원고청탁도 받게 되고…이러다 보니, 어느새 문필가가 됐다고 해야 하나.(웃음)"

- 그래도 블로거에서 직업작가가 되려면, 어느 순간은 결단이 필요 했을 텐데?

"대학 졸업할 무렵에야 뭔가 만들고 표현하는 재미를 알게 됐다고 할까. 당시엔 20대였으니까, 서른이 되기 전까지 몇 년을 더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일을 하게 되면서 만난 사람들이 참 좋았다고 할까. 뭐랄까, 학교나 회사 친구야 소속이 같으니까 어쩔 수 없이 맺어진 관계라면 여기(독립영화) 사람들은 인생에서 최초로 내가 선택해서 만난 커뮤니티와 친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것들에 매혹된 거 같다. 몇 년 후에는 이것도 해답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땐 이미 깊게 들어와서 전직할 수도 없게 됐다.(웃음)"
학창시절 감독을 꿈꾸지 않은 윤감독은 아주 우연한 기회를 통해 연출자의 길을 걷게 됐다.
학창시절 감독을 꿈꾸지 않은 윤감독은 아주 우연한 기회를 통해 연출자의 길을 걷게 됐다.

-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영화감독이라고 불리는 게 맞을까.

"전에는 '영화감독' 이라는 표현이 왠지 버거워서 괜한 조어들을 만들어 스스로 붙이곤 했다. 가령 '미디어 플레이어' 라든지 '동영상 작가' 라든지… 그런데 이제는 영화감독이라도 담담히 소개한다. 사람을 관찰하고 서사를 만들어서 카메라로 찍고 리듬으로 편집해서 사람에게 공개하는... 그 일련의 과정이 영화고, 그걸 지휘하는 사람으로 계속 살고 싶으니까 영화감독 맞다."

- 감독으로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건 '은하해방전선' 때부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글쎄. 솔직히 '듣보잡' 아닌가? 아직 대중적인, 대중친화적인 작품을 생산한 거 같진 않다. 물론, 한 때는 의도적으로 지양하기도 했고 또 관심이 없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이젠 지양이 아니라, 오히려 지향한다."

-(대중적인 것을) 지양에서 지향으로 변한 계기가 있을 듯 하다.

"연애할 준비가 안 돼 있을 땐 잠깐 합석만 하고 싶었는데, 이제 같이 살 준비가 되었다고나 할까. 상대(관객)와 희노애락을 나누고 싶게 됐다. '은하해방전선' 이후부터인데… 하려면 잘해야겠단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대중과의 교감보다 '다른 발언' '다른 표현' 을 추구하는 프로젝트들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 보통 이름 앞에 늘 '독립영화의 얼굴' 식으로 꼬리표가 붙는다. 그런 게 부담스럽진 않나?

"아니, 독립영화의 얼굴은 양익준 감독(영화 '똥파리' 감독)이고… 나는 머리?(웃음) 그런 부담은 없다. 그런 말들이 큰 효용이 없다는 걸 이젠 알고 있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처음에는 영화사에서 마케팅 하는 것에 무척 민감했다. 꾸준히 음지에서 활동하신 선배감독들 앞에서 창피하기도 해서… 나이도 서른이 넘었는데 왠 독립영화계의 기린아며 악동이냐고 항의도 하고.(웃음) 사실 남들은 신경 쓰지도 않는데 혼자 겸손을 가장해 자기포장하고 싶었던 거였다.
어떤 경우, 독립영화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더 큰 무대로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될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더라. 그 역시 필요 없는 걱정이다. 작품이 재미있으면 서로 데려가려 할 거다. 영화시장은 어쩌면 너무나 신자유주의적이라, 어차피 평판 관리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인터뷰 내내 윤성호 감독은 조근조근 리듬감 있는 말투로, 적절한 비유와 유머를 섞어 답변했다. 앞서 EBS 시네마 천국의 MC를 맡았고, 영화제 등에서 종종 사회를 보기도 하는 그는 영화잡지에서 고정 칼럼리스트를 맡을 만큼 말과 글에 뛰어난 감독 중 하나다. 그의 작품에는 감독을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영화 '은하해방전선'에서는 그의 분신으로 보이는 주인공 영재가 등장한다. 영화감독인 영재는 달변가지만 한 때 연애와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실어증에 걸리기도 한다.

- 말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언어 감각이 뛰어난 것 같다. 한편으로는 그것에 대한 결벽이나 죄책감 같은 것도 가진 것 같다.

"글쎄다, 어릴 땐 말을 잘 못해서 부모님이 웅변학원에 보냈을 정도다. 인생 중 20여 년 간을 구석에서 조용히 관찰하면서 사람들을 파악했다. 대학 때까지도 무척 내성적이었는데 영화 만들면서 달라진 거 같다. 영화는 협업에 가까워서 사람들을 만나 설득할 일이 많다.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사회화, 혹은 사회성 있는 모습을 전시하다보니까 조근조근 말을 잘한다는 얘기까지 듣게 된 거 같다. 이젠 가끔씩 나 자신에게서 과거에 내가 관찰하며 비웃던 '말 많고 모순된'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데, '아 내가 제일 심하구나' 싶다.(웃음)"

- 영화 '은하해방전선'도 그렇고 이번 시트콤 '구하라'도 그렇고 어떤 면에서 감독의 연애 경험이 작품의 주된 동기가 된 거 같다. 앞으로도 감독의 연애 경험이 주 소재가 되는 건가?

"이제 그렇게 이야기 할 때는 지난 거 같다. 한 때는 (영화를) 늦게 시작해서 잘 모른다, 내 얘기밖에 할 게 없다는 식으로 변명했었는데… 이젠 자기 인생에 대해 '무단전제 재배포' 하는 것은 그만 둘 때가 된 거 같다. 연애 이야길 해도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할 거 같고. 이젠 뭔가 다음단계로 나가야 할 것 같다."

- '구하라' 시트콤 외에 현재 준비하고 있는 영화가 있는가.

"조만간 대구를 배경으로 장대높이뛰기를 하는 여자 육상선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큰 규모 영화는 아니고, 지원을 받게 돼서 하는 영화다. 사실, 시트콤처럼 작은 걸 했으니까 조금 호흡이 긴 영화를 준비해서 대중영화로 개봉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는데 (영화를 만들) 기회가 자주 생기는 것도 아니고, 언제 또 스타디움 같은 걸 빌려서 육상 영화를 해보겠나. 이번 영화에서는 될 수 있는 한 말을 줄이고 형식적인 실험을 해보려고 한다."

- 말이 많은 건 윤성호표 영화의 장점 아닐까.

"높이뛰기 할 때는 말이 없지만, 경기 후 술자리에서는 말을 할 거다.(웃음)"
윤성호 감독의 데뷔작인 ‘은하해방전선’
윤성호 감독의 데뷔작인 ‘은하해방전선’

- 앞서 '은하해방전선'은 소통에 대한 이야기였다. 앞으로 영화에서 담고 싶은 이야기는 뭔가.

"'은하해방전선'때는 좀 순진하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가 커뮤니케이션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꼭 그렇지 않은 거 같다. 사실, 커뮤니케이션은 다 잘 할 수 있는데 각자 다른 욕망이 있으니까 자꾸 잘 못 알아듣는 척 하고 그런 거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만들 영화에는 욕망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 어떤 감독들은 영화를 만들면서 좀 더 '좋은 사람'이 돼 가는 것 같다고도 하던데, 동의하나?

"난 아닌 거 같다. 영화라는 게 표현을 성취하는 경로고, 과정이다. 안 그런 영화도 있지만, 대부분 영화는 자기 알아달라는 얘기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민폐를 끼칠 수밖에 없다. 만들고 홍보하는 과정에서 좀 더 뻔뻔해져야 하고, 그러다보면 사람이 좀 더 피폐해지는 거 같다. 나만은 그러지 말고 인격적으로도 예쁜 사람으로, 양수겸장 해야지 생각은 했지만 쉽지 않다."

-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 작품을 만들려고 하는가.

"예상치 못한 것에서 짜릿한 순간들을 경험하게 된다. 최근에 달라진 점은 배우에게 의지하게 됐다는 거다. 예전에는 배우를 도구로 여기고 디자인 하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농사짓는 거 같다고 할까. 씨를 뿌리니까, 그냥 (영화가)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느낌이다. 내 생각 속 어떤 부분을 배우가 완벽하게 살려주는 것 같은 느낌. 그런 것들 때문에 짜릿해서 온몸에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

- 관객들이 자신의 작품을 어떻게 봐주면 좋겠나.

"울을까 웃을까 망설였다네… 하는 마음으로."(웃음)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는 매주 월요일 오전 8시 업로드 된다. 현재 에피소드 1, 2, 3과 윤 감독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인 '자매품' 에피소드 '노봇노섹스'(NO VOTE NO SEX)가 공개된 상태.
당분간은 '구하라' 덕분에 월요병에 시달리는 직장인들도 '울을까 웃을까 망설이며' 월요일을 맞게 될 지도 모르겠다. 홈페이지 http://indiesitcom.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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