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새 한일관계 위해 “日의 사죄 필요” vs “경협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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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한일강제병합 100년, 양국관계는…
동아일보-아사히 공동여론조사

[日의 과거사 사죄는]
韓 97%-日 30% “불충분”
일본인 55% “충분” 응답

[일왕의 한국 방문]
韓 59% 찬성-31% 부정적
학생-20대이하 찬성 많아

한일강제병합 100년과 동아일보 창간 90주년을 맞아 동아일보가 일본 아사히신문과 공동으로 실시한 ‘한일관계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결과 역사를 바라보는 한일 간 인식의 차이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니 사죄한 뒤 좋은 이웃으로 함께 살아가자”는 피해자(한국인)와 “사죄는 어느 정도 했으니 경제·기술 협력 등으로 발전적인 관계를 형성하자”는 가해자(일본인)의 생각이 대조를 보였다.

○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포함해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 한국인은 94.2%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해 ‘해결됐다’는 응답(3.5%)을 압도했다. 이는 성별 연령 학력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같은 경향을 보였다. 현재 한일 관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89.9%가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일본인은 52%가 ‘해결되지 않았다’, 39%가 ‘이미 해결됐다’고 응답했다.

2005년 한국 동아일보, 일본 아사히신문, 중국 사회과학원이 공동 조사한 ‘한중일 국민의식 여론조사’에서도 한국인의 응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응답(95%)이 ‘해결됐다’는 답변(5%)을 크게 앞섰다. 10년 전인 2000년 한일미중(韓日美中) 공동조사에서도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한 한국인은 89.4%였다.

하지만 일본인의 응답은 식민지 지배에 대한 책임에 부담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5년 전 30%로 나타났던 ‘이미 해결됐다’는 응답이 이번 조사에서 9%포인트 늘어났다. 2000년 조사에서도 일본인의 31.3%가 이미 해결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해결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5년 전 60%에서 52%로 8%포인트 줄었다.

○ ‘일본의 사죄’에 대한 엇갈린 평가

‘한일강제병합과 한반도 식민지 지배에 대해 일본이 충분히 사죄했는가’라는 설문에서 ‘그렇다’고 대답한 한국인은 1.2%에 불과했으나 ‘그렇다’고 대답한 일본인은 55%였다. 일본인의 절반 이상이 ‘식민지배에 대해 지금까지의 사죄로도 충분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셈이다. ‘사죄가 불충분하다’고 응답한 한국인은 96.5%, 일본인은 30%로 나타났다.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의 책임 있는 태도를 바라는 한국인의 요구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은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다”는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의 담화를 계승하고 있다고 말해 왔으나 이 담화는 병합 과정의 불법성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게다가 조선이 청이나 러시아의 속국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강제병합을 선택했다는 이시하라 신타로 일본 도쿄지사의 발언 등이 끊이지 않으면서 한국인들을 자극하고 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식민지 피해 보상에 대한 문제에도 그대로 연결된다. ‘일본이 식민지 피해자 보상 문제를 재검토해야 하는가’라는 설문에서 한국인의 89.3%는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일본인은 30%만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은 한국인은 7.5%였고 일본인은 57%였다. 한국인은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고 사죄도 충분치 않으니 피해 보상도 재검토돼야 한다’고 말하는 반면 일본은 ‘과거사는 일정 부분 해결됐고 사죄도 한 만큼 피해 보상을 재검토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 일왕 방문에는 유연

일왕의 한국 방문에 대해선 한국인의 58.6%가 찬성 의사를 나타내 ‘시기가 이르다’는 부정적인 반응 31.3%보다 높았다. 모르겠다거나 응답을 하지 않은 한국인은 10.1%였다. 거의 모든 계층에서 찬성 의견이 높았다. 특히 찬성은 학생(63%) 계층에서 높았고 자영업(38.3%) 계층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높았다. 연령별로는 20대 이하(62.1%)의 찬성 비율이 가장 높았고 40대(38.0%)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학생과 20대 이하 연령층에서 일왕의 방한에 거부감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일본 대중문화와의 교류 등 일본과의 접점이 넓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일본인의 경우 일왕의 방한에 찬성 62%, 반대 22%로 한국인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실시한 동아일보 여론조사에서도 한국인의 64.2%가 일왕의 방한에 찬성했고 31.1%가 시기상조라고 응답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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