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 효과 위력 송영길 이광재 안희정 김두관… 6·2선거후 단숨에 리더로 김민석 등 ‘486층’도 두꺼워 486이 넘어야 할 벽 정세균 정동영 손학규 등 거물급 중진 영향력 건재 운동권 이미지도 벗어나야
6·2지방선거에서 40대 후보가 민주당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해내면서 야권에 세대교체론이 거세게 불고 있다. 주역은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1963년생),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이상 1965년생) 등 40대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이다. 무소속으로 당선됐지만 친민주당 성향인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도 51세(1959년생)로 역시 야권 세대교체론에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기존 야권 리더들의 참모 역할 및 ‘후계자’ 이미지에 머물렀던 386세대 출신 소장파들이 이제 지방권력의 핵심을 차지하고 일약 대권주자 후보군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당 안팎에 포진해 있던 40대 정치인들도 8월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통해 단숨에 리더그룹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에 따라 야권에서는 “486(40대, 80년대 학번, 1960년대생) 시대가 도래했다”란 말이 나온다. 이들이 차기 대선에서 야권의 현존 리더들에게 도전장을 낼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1970년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등장했던 40대 기수론에 빗댄 ‘신(新) 40대 기수론’도 등장했다.
민주당의 새로운 지도자 그룹은 8월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선인 최재성 의원(45), 전대협 의장 출신으로 ‘386의 아이콘’으로 일컬어졌던 임종석 전 의원(44), 동교동계 대변인 격으로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포럼 대표(47) 등이 일찌감치 최고위원 도전 의사를 표명했다.
최 의원은 18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6·2지방선거에서 확인된 국민의 뜻은 지역감정에 의존하는 정치, 보스에 충성하는 정치를 그만두라는 것”이라며 “세대융합, 이념융합, 정책융합의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임 전 의원은 “6·2지방선거의 선전을 이어 수권정당의 기틀을 닦기 위해서는 20대와 소통하고 30, 40대를 대표하는 지도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전 의원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49),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43) 등 40대 지도자의 출현은 세계적인 정치 트렌드다. 우리도 이젠 전문성, 도덕성,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40대 리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는 지난주 영국 보수당의 사례를 들면서 “민주당에서도 40대의 당 대표가 나와 세대교체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39세에, 진보정당이 아닌 보수당 당수로 선출된 캐머런 영국 총리처럼 민주당에서도 40대가 지도부에 포진해야만 2012년 정권 창출이 용이해진다는 논리다.
이들 외에도 민주당에는 당내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486의 층이 두껍다. 김민석 최고위원(46), 강기정 의원(46), 오영식 전 의원(43), 윤호중 수석 사무부총장(47), 이인영 전 의원(46), 우상호 대변인(48), 김유정 의원(41), 백원우 의원(44) 등은 이번 6·2지방선거의 기획, 전략을 주도했다.
한편 민주노동당에서도 여성이자 40세의 초선 의원인 이정희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해 세대교체를 꾀하고 있다. 다음 달 3∼7일 실시되는 당 대표 투표에 나선 10여 명의 후보 가운데 현역 의원은 이 의원뿐이어서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야권의 ‘486’은 대부분 1980년대 학생운동권에서 조직운용과 전략수립 등을 익힌 뒤 제도정치권에 들어가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을 거치며 현실의 정치권력을 직간접적으로 학습했다. 특히 일부는 집권여당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 장성민 전 의원) 등의 핵심 포스트에서 국정 경험을 쌓았다.
그러나 민주당 486들이 뛰어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상당히 높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운동권 출신 특유의 편협성과 이념적 치우침은 정치인으로서는 취약점으로 꼽힌다. 또한 이들 중 상당수가 정치권 입문 이후 기성 정치인 세대와 그다지 다를 것 없는 행태를 보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개혁성과 쌍두마차 격인 도덕성에서 우월성을 견지하지 못한 채 ‘현실 정치’의 오물을 묻힌 점은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다. 안희정, 이광재 당선자 등 상당수 486 정치인들이 정치자금법 등 돈과 관련한 전과를 갖고 있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민주당 내에는 ‘40대 기수론’ 자체에 대한 거부 반응도 적지 않다. 차기 대선을 비롯한 지도자 경쟁에서 486들이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의원, 손학규 전 대표, 천정배 의원 등 기존 야권 거물 정치인들을 넘어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천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486 인사들을 언급하면서 “지난 2년 동안 민주당이 그토록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는 분들도 있다”고 비판했다.
캐머런 영국 총리의 경우 보수당에서 오랫동안 정책전문가로 활약했고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젊은 시절의 인권활동에 더해 상원에서 뛰어난 의정활동을 했고 최고 엘리트로서 안정감과 정책콘텐츠를 갖춘 것이 대권을 거머쥔 주요인이 됐다. “단순히 젊다는 것으로 승부를 낼 수만은 없다”는 데 민주당 486들도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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