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에서 ‘이변’을 이끌어낸 핵심 주체는 단연 19세부터 20, 30대의 젊은 유권자들이었다. 그동안 한국 정치의 공적 담론에서 비켜나 있는 것으로 보였고, 대통령선거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거에 무관심한 듯했던 2030 유권자들이 ‘표심의 세대교체’를 이룬 것이다. 그들은 왜 이번에 투표장으로 대거 몰려갔으며, 왜 상당수가 여당 후보에게 등을 돌렸을까. 2030 유권자들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투표해서 뭐해”는 옛말 전지원(24·여·고려대 총학생회장·경제학과 4학년)
선거를 앞두고 친구들은 “더 이상 우리가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말들을 했다. “투표한다 해서 무슨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라고 했던 과거와는 매우 달랐다. 또 작가 이외수 씨 등 유명 인사들이 ‘투표 인증샷’을 올리면 선물을 준다고 하는 등 친구들 사이에 ‘선거 즐기기’ 분위기가 형성됐다. 나를 비롯한 친구들이 가장 유심히 본 것은 후보들의 공약 중 대학생 정책이었다. 등록금이 워낙 비싸다 보니 대학생 정책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내 경우엔 각 자치단체장이 대학생 거주시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지원책을 약속하고 있는지, 그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를 유심히 봤다.
인터넷 통해 정치이슈 살펴 김건우(20·가톨릭대 국제학부 1학년)
6·2지방선거는 내가 유권자가 되어 맞은 첫 선거다. ‘정치 형성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도 했다. 우리 지역구 한나라당 의원의 사무실을 찾아가 얘기를 나눠봤을 정도다. 후보들을 판단하기 위해 선거공보물을 꼼꼼히 살펴봤다. 내 주변의 실생활에 대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판단해 봤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 관해선 다산콜센터,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주변의 쉼터 등 시장 재임 기간에 변화를 이룬 것에 대해,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 관해선 공약과 토론회를 유심히 살펴봤다. 친구들은 선거 기간 트위터를 활용했지만 나는 주로 미니홈피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후보들과 정치 이슈에 대한 견해를 점검해봤다. 이번 선거 때 내 주변에선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은 ‘우리나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는 분위기였다. 나도 투표를 했다는 인증샷을 미니홈피에 올렸다.
정책에 내 생각 반영 원해 송재원(21·여·서울대 생명과학부 2학년)
처음 행사하는 투표권이어서 꼭 투표하고 싶었고, 내 생각을 투표에 반영하고 싶었다. 후보들의 선거 공보물을 투표 전 1시간가량 읽었다.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교육 정책과 복지 정책이었다. 교육 정책에 있어서는 무상급식 문제를 눈여겨봤다. 주변의 친구들도 거의 다 투표했다. 자연스럽게 “꼭 하자”란 분위기가 형성됐다.
與 해온 일 평가 필요성 느껴 변지홍(31·공인회계사)
정부 여당이 해온 일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는 공약, 후보들의 모습을 보고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를 판단했다. 후보 개개인의 공약보다는 소속 정당에 무게를 뒀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평가, ‘대안 야당’이 어느 곳인지를 생각해 봤다. 특히 눈여겨본 정책은 실업과 경제 문제였다. 아마도 30대라면 누구나 관심이 있는 부분이 아닐까. 자치단체장의 정책이 내 실생활에 미칠 영향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후보들의 공약이 짧게는 1, 2년 후, 길게는 10년 후 내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상상해 봤다.
심판론 우선… 정책 잘 안봐 박인식(28·은행원)
나는 민주당 지지자가 아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을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에 표를 줬다.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안 추진, 금산분리 완화 등 대부분 정책이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한명숙 후보에 대한 검찰 수사도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투표할 때 오로지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를 심판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굳이 야당에서 그런 주장을 하지 않아도 그래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바빠서 정책은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서울시장 선거의 경우 한명숙 후보가 ‘친환경 무상급식’을 공약한 반면 오세훈 후보는 ‘디자인 서울’을 내세웠다는 정도만 기억이 난다. TV 토론도 본 적 없다. 선거 공보물은 너무 많아서 읽어보기 귀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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