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정-가결은 바늘구멍]
친이 30명 모여 부의해도
사실상 직권상정에 기대야
친박 “표결해도 반대표”
[안건 올리는 자체로 신경전]
상임위 부결됐는데 또 부의
민주 “관행 어긋난다” 비판
실제론 36차례 전례 있어
세종시 수정법안이 22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부결돼 통상적인 입법 절차로는 수정안이 소멸될 처지에 놓였다. 하지만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 주류 진영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결된 수정법안을 국회법 87조에 따라 본회의 표결에 부칠 방침이어서 세종시 수정법안을 둘러싼 막판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 본회의 상정 ‘첩첩산중’
한나라당은 세종시 수정법안의 본회의 부의를 당론으로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의원들의 자발적인 동의를 구하는 모양새를 취할 계획이다. 본회의 부의에 필요한 최소한 인원은 30명. 세종시 수정법안에 찬성해 온 친이계 의원들이 적극 나설 태세다. 이날 친이계 정태근 의원은 “원내대표단도 본회의 부의에 긍정적이고 표결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의원이 많다”며 “30명 서명은 어렵지 않다”고 장담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일부는 세종시 수정법안의 본회의 부의에 반대할 것으로 보이나 친박계 의원들이 본회의 표결 자체를 물리적으로 저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절차에 따른 것이라면 본회의에서 논의하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되더라도 표결 절차를 밟으려면 의사일정에 이 법안을 올려야 한다. 이러한 상정 절차를 놓고 여야는 정면충돌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본회의에 부의되면 자동 상정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민주당은 “여야 원내대표의 사전 협의가 없는 안건은 의사일정에 올릴 수 없다”는 주장이다. 막판 여야 원내지도부의 물밑 절충 여부가 주목된다.
○ 야당, 표결 저지 어떻게?
일단 세종시 수정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야당은 표결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수정법안에 반대하는 야당과 한나라당 친박계가 공조해 본회의 개회 자체를 막는 방안이 있다. 야당과 친박계 의원들이 힘을 합쳐 본회의에 불참하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표결 자체가 안 될 수 있다.
본회의 표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291명의 과반(146명 이상)이 참석해야 한다. 수정안에 반대하는 민주당(84명) 자유선진당(16명) 미래희망연대(8명) 민주노동당(5명)과 친박계 의원이 불참할 경우 나머지 한나라당 의원이 모두 참석해도 표결 절차를 밟기 어렵다. 표결이 무산되면 이 법안은 사실상 폐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일부 야당이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표결 저지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끝내 표결에 들어가더라도 현재 의석 분포상으로는 수정법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수정법안 가결엔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지만 야당과 친박계 의원 170여 명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 찬성표 과반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친박계 현기환 의원은 “국회법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 상정이 되고 부결이 확실한 상황에서 표결이 이뤄진다면 표결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국회법 87조 적용 사례 많다”
수정법안의 본회의 상정이나 표결과 관계없이 한나라당의 법안 본회의 부의를 놓고 여야의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상임위에서 부결된 의안을 본회의에 부의하는 방식이 “국회 관행에 맞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한나라당은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한 사례가 많다”고 맞선다.
제헌국회 이래로 상임위 가결 없이 본회의에 부의하는 국회법 87조 적용 사례는 모두 36건에 이른다. 이 중 32건은 표결을 거쳐 14건이 가결, 18건이 부결됐다. 4건은 상정되지 않고 폐기됐다. 17대 국회에서도 ‘자이툰부대 이라크철군 촉구결의안’이 상임위 통과 없이 본회의에 부의된 일이 있다.
당시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 등 30여 명은 2005년 5월과 2006년 11월 등 두 차례에 걸쳐 이 결의안을 본회의에 올렸지만 상정되지 않고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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