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찰청장 퇴진” 요구 강북서장 하극상 파문
고문에 아동 성폭행 겹쳐…수뇌부 인사태풍 촉각
“어떻게 이런 일이….”
채수창 서울 강북경찰서장이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하극상(下剋上)’이 벌어진 28일 일선 경찰들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상명하복(上命下服)을 중시하는 경찰에서 일선 경찰서장이 직속상관인 지방청장을 향해 ‘사퇴’를 거론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채 서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천서 가혹행위 사건을 언급하며 “가혹행위를 하면서까지 실적 경쟁에 매달리게 한 경찰 수뇌부의 잘못이 크다”며 경찰 내 실적주의를 공개 비판했다. 그는 “조현오 청장 부임 이후 서울청의 실적 압박이 더욱 심해졌다”며 조 청장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청장의 실적 압박을 받은 최근 한 달 동안 직원들에게 ‘순찰차 모두 세워도 좋다. 당장 사복 갈아입고 도둑 잡으라’며 독촉했던 것이 가장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평소 성과주의를 중시하는 조 청장의 조직관리에 불만을 품고 채 서장이 돌출행동을 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서울청 고위 관계자는 “강북서의 경우 채 서장이 부임하기 전까지 전국서 실적 평가에서 중상(中上) 정도의 성과를 유지했는데, 채 서장 부임 이후 올 들어 4개월 연속 최하위권으로 밀려났다”고 말했다.
○ 성과주의가 문제?
채 서장은 “나도 실적평가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경찰관이 법 집행 절차 준수, 인권 우선시 등을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하는데도, 검거점수 실적으로 보직인사, 승진을 시키겠다고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성평가를 안 하는 것은 아니지만 등수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며 “실제 경찰이 국민에게 봉사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 검거 건수보다 인권이나 조직 평가 등의 항목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성과주의’는 서울뿐 아니라 전국 경찰이 형사과에서부터 1997년 이후 추진하는 평가 시스템”이라며 “특히 평가방식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해 단순 검거 배점 비율을 줄이고 피해품 회수와 친절도 등 주민만족도를 대폭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조 청장도 28일 “채 서장은 문화 쪽에만 관심을 두고 있고, 서내 식당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현장 순시할 때도 보니 양로원 봉사활동 이런 게 중점 시책이라고 하더라. 그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봉사라는 게 과외시간에 해야지, 근무시간에 하는 게 말이 되느냐. 서장이 무슨 문제냐 하면 업무에 전혀 관심 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 청장은 “경찰이 강도와 절도범을 제대로 붙잡지 않으면 그 피해는 결국 시민과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실적주의는 전부터 있던 것을 지난해 8월 현장 경찰들과의 토론을 거쳐 시민만족도를 평가에 대폭 반영하는 등 문제점을 보완해 지금의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 후폭풍 가능성
이번 사건은 경찰 조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잇따른 아동 성폭행 사건과 양천서의 가혹행위 사건으로 경찰에 대한 시선이 어느 때보다 따가운 상황에서 이번 하극상 논란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경찰관과 관련된 잇따른 사고에 대한 지휘책임론이 본격화돼 경찰 수뇌부에 인사태풍이 부는 것 아니냐고 긴장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혹행위 사건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서울청장이 그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밝혀지지 않은 만큼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선을 그었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번 돌출행동을 경찰의 핵심 간부를 차지한 경찰대 출신들이 외무고시 출신인 조 청장을 견제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경찰대 1기인 채 서장은 1985년 경찰에 입문해 전북 김제경찰서장과 서울청 지하철경찰대장 등을 거쳐 2009년부터 강북경찰서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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