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인격돌' '시끄돌' '비글돌'…예능프로그램에서 얻은 훈장들
● 예능 프로그램 솔직하게 임하지만 과장된 기사에는 상처
● 염원했던 1위 달성, 새로운 목표는 '음원 1위'
사진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승호(23) 지오(23) 이준(22) 천둥(20) 미르(19), 그룹 '엠블랙(MBLAQ)'의 다섯 남자는 공통점이 많다. 전원 A형이고 승호를 제외한 나머지 멤버는 누나가 있다. 그리고 다섯 명 모두 말이 짧다.
22일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21층 스튜디오에서 만난 엠블랙은 여느 그룹들과 달랐다. 대부분의 그룹들은 기자의 질문에 멤버 중 한 명이 대표로 답하는데 이들에겐 대표가 없었다. 누군가 먼저 말문을 열면 모든 멤버가 한 마디씩 한 뒤에야 답이 완성됐다. 그러다 얘기가 산으로 가기도 했지만 그것이 엠블랙의 매력이었다.
▶ "벌레 없고 더운 물 잘 나오는 숙소 어디 없나요?"
- 두번째 싱글 앨범 '와이(Y)'로 인기 상한가를 치고 있어요. 기분이 어때요? "좋죠!"(멤버 전원)
- 6월 초에는 음악 프로그램에서 1위도 했죠. 이전 인터뷰들을 보면 1위를 하고 싶다고 여러 번 말했던데요. "가수라면 누구나 1위에 대한 욕심이 있죠."(지오) "사실 1위하면 소속사에서 숙소를 바꿔준다고 해서요."(승호) "지금 숙소엔 벌레가 많거든요."(미르) "얼마 전엔 거미도 봤어요."(천둥) "모기는 기본이고 바퀴벌레 알이 부화한 것도 봤어요. 숙소에서 파브르 곤충기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지오) "게다가 더운 물도 잘 안 나와요. 두 사람이 씻으면 온수가 바닥나서 막내들은 찬 물로 씻어야 해요."(승호)
승호는 "숙소생활 초반에는 온수가 끊긴다는 것을 몰라 항상 막내 3명이 찬 물로 씻었지만 사실을 알고부터는 물을 절약해 4명까지는 온수를 쓰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래도 마지막 한 명은 찬물로 씻고 있다고.
- 대체 숙소가 어디에 있기에…. "위치는 좋아요."(미르) "집도 아주 넓어요. 43평"(천둥)
1위를 차지하자 소속사는 약속대로 지금의 숙소를 부동산에 내놨다. 승호는 "24평이어도 좋으니 방음, 욕실만 좋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 1위한 뒤 '비 사장님' 반응도 궁금해요. "멤버들이 모두 모여 전화를 드렸죠. 그랬더니 '좋냐?' 그러셨어요. 그리고 '이제 1위도 했으니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하셨죠."(승호)
- 술자리 제안이 데뷔하고 처음이었어요? "네!"(멤버 전원) "이번에도 말만 하시고 다음날 일본행 비행기 타셨어요. 그것도 3개월짜리로."(승호)
- 그러고 보니 타이틀곡 '와이(Y)'는 '비 사장님'이 자신의 다음 앨범을 위해 아껴뒀던 곡으로 알려졌는데요. "맞아요. 비 형님께서 '와이'를 들려주시고는 '너네 줄까?' 물어보셨어요. 이 곡이라면 무대 위에서 멋진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달라고 했죠. 비 형님은 노래가 완성되면 이미 머릿속에 무대 위에서의 퍼포먼스까지 그려 두고 있는 편이에요. '와이'도 이미 구상이 끝났을 텐데 주저 없이 내주셨어요."(지오) "아무래도 엠블랙은 비가 만든 그룹이다보니 타이틀곡만은 비 형님이 만든 곡으로 하고 싶었어요. 데뷔곡 '오 예'도 비 형님이 주셨고요."(승호)
가수 비의 노래 중에 엠블랙이 부르면 더 멋지게 소화할 것 같은 곡이 있냐고 묻자 멤버들은 4월 발매된 스페셜 앨범 중 '힙 송(Hip song)'을 꼽았다. 연습실에서 지치고 힘들 때는 멤버들끼리 '힙 송'을 부르곤 한다고.
▶ '시끄돌' '비글돌'…예능 프로그램에서 얻은 훈장들
2009년 10월 데뷔한 엠블랙은 여느 아이돌 그룹처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무대 위에선 '시크돌' 카리스마를 보여주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주저 없이 망가진다. 지오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미지 관리 하라고 잔소리하던 비 형님도 우리를 포기했을 정도"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 멤버들이 모두 예능 감각이 뛰어난 것 같아요. "아니요!"(전원) "그저 솔직한 모습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방송하고 있어요. 조혜련 선배님께서 '방송은 많이 하는 사람 앞에 장사 없다. 많이 하면 할수록 는다'고 조언해 주셨죠. 그 말에 큰 힘을 얻었어요."(지오)
- 예능 출연하면서 얻은 별명도 많죠? "근육바보."(이준) "MC하고 싶은 야망이 많이 보인다고 '야망 천둥'이요."(천둥) "저는 눈이 송아지 같다고 방아지."(미르) "전 데뷔했을 때 수염 있었다고 바야바(1970년대 방영된 외화 '내친구 바야바'의 주인공으로 털 많은 짐승)." "저는 좋은 별명인데… 피아노 잘친다고 양쇼팽이요."(승호)
스스로 망가지지 않으면 멤버들이 도와준다. 지오가 "승호는 일본 야쿠자들처럼 몸매가 푸근하다고 '양쿠자'로도 불린다"고 귀띔했다.
- 무대 위에선 '시크돌'인데 알고보면 '개그돌'이라고도 하던데요. "그런 별명들 많아요. 무대 위와 실제 모습이 달라서 '이중인격돌', 시끄럽다고 '시끄돌', 멤버들이 자주 아프다고 '식(sick)돌', 성격이 번잡스러운 견종 비글을 닮았다고 '비글돌'…"
수많은 별명은 '예능돌' 엠블랙의 눈부신 활약상을 입증한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애로사항도 있을 것이다. 멤버들은 자신들의 말이나 행동을 과장한 기사를 볼 때는 당혹스럽다고 했다.
"제가 모 프로그램에서 아이스크림 먹고 실신했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는데 사실 재미를 위해 일부러 누워있었던 거에요. 그 기사보고 제가 깜짝 놀랐죠."(이준) "저는 엄청납니다. 제가 방송에서 그렇게까지 말한 게 아닌데 어느 순간 보면 제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으로 되더라고요."(미르) "더 웃긴 건 방송 촬영하면 다음날 제작진들이 재밌는 내용을 추려서 보도자료로 배포하시잖아요. 그래서 기사는 나왔는데 막상 방송에서는 편집되고 해당 내용이 없을 때도 있어요. 과장된 기사가 나갔더라도 방송을 보시고 오해를 풀곤 하시는데 이렇게 편집이 되면 오해를 풀 길이 없으니 회의감까지 느꼈어요."(지오)
지오는 특히 그룹 '티아라' 소연과의 열애설(?)이 가장 억울했다고 꼽았다.
"여자 연예인에게 전화해서 스피드퀴즈를 내는 코너가 있었는데 오전에 촬영한 코너였어요. 이른 시간이라 깨어있는 연예인들이 많지 않거든요. 여러 여자 연예인들에게 전화했는데 소연과 연결이 됐어요. 소연이가 장난으로 제가 밤마다 전화해서 귀찮게 한다고 했죠. 그 상황이 앞뒤 자르고 기사화됐고, 방송에서는 편집되면서 제가 소연이 스토커처럼 돼 버렸는데 해명할 수도 없고…."
지오가 꽤 억울해 보였는지 승호가 거들었다.
"역으로 기사 한 번 내주시면 안될까요? 소연이 지오를 좋아해서 역이용 한 거라고"(승호) "(장난스럽게) 사실 소연이가 절 좀 좋아하는 것 같아요."(지오) "이러다 '사실 소연이 나를 좋아한다고 기사 써달라고 했다고 지오가 부탁함'이런 기사 나가는 거 아니야?"(승호)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제는 멤버들 스스로 '편집점'을 만들어 오보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말도 안되는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면 바로 '코카콜라 나이키 아디다스'를 외쳐요. 그렇게 하면 편집이 되더라고요."(지오) "오디오 편집은 힘들거든요. 전 워낙 성격이 직설적이라 상대방이 자주 당황해요. 침묵이 이어지면 어쩔 수 없이 편집되죠."(승호) "저는 문제가 되겠다 싶으면 말을 아예 안 해요. 한번 말하기 시작하면 끝없이 말하고 싶어지거든요."(천둥) "저는 제가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실수했다고 생각할 때도 있는데 신기하게도 문제가 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이준)
▶ 친누나, 비스트 관련 질문은 이제 그만
2009년 10월 싱글앨범 '저스트 블랙(JUST BLAQ)'으로 데뷔한 엠블랙은 하루 차이로 데뷔한 '야수돌' 비스트와 비교되곤 한다. 팬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도 "비스트 멤버들과는 정말 친한가요?" "비스트에게 약 오를 때도 있나요?" 식이다.
- 팬들이 궁금해 하던데… '비스트'에게 약 오를 때도 있나요? "준형이랑 고등학교 선후배이고 지금도 친해요. 같이 활동하니 재밌고 즐거운데 아무래도 같은 가수이다 보니 비스트가 먼저 1위했을 때는 약이 올랐죠. 정말 울 뻔 했어요. 또 비스트가 저희보다 두 번째 싱글 앨범을 먼저 냈거든요. 연습실하면서 TV를 통해 비스트 활동하는 모습 봤을 때는 부러워 죽겠더라고요."(승호)
멤버들 표정을 보니 '언제나 받는 그 질문' 식상하다는 표정이다. 데뷔하고 100번 넘게 인터뷰를 했다니 지루할 법도 하다.
- 인터뷰에서 받기 싫은 질문도 있나요? "천둥, 미르는 친누나들 관련된 질문을 너무 많이 받았어요. '엠블랙 미르' '엠블랙 천둥'인데 '고은아 동생 미르' '산다라박 동생 천둥'이 되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요."(승호) "솔직히 '비스트'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도 불편해요. 두 그룹 다 신인이고 같이 성장하고 있는데 라이벌로 삼으면 서로에게 해만 되잖아요. 같이 데뷔해서 친하게 잘 지내고 있는데 그런 기사가 나가면 저희를 팬들 사이에서 갈라놓는 느낌도 많아요. 그래서 일부러 친하다고 많이 표현하고 있어요."
방금 전 '비스트에게 약 오르는 순간'을 질문한 기자가 뜨끔했다. 반면 멤버들은 "하고 싶은 말은 묻지 않아도 하는 성격이라 특별히 인터뷰에서 받고 싶은 질문은 없다"고 밝혔다.
▶ 음악 프로그램 1위했으니 다음 목표는 '음원 1위'
'시끄돌' 멤버들은 음악 얘기가 나오자 '시크돌'로 돌아왔다. 싱글앨범 '저스트 블랙(JUST BLAQ)'으로 데뷔한 엠블랙은 '오예(Oh Yeah)' '굿 러브(G.O.O.D Luv)'로 얼굴을 알렸다. 이어 지난달 발표한 '와이'로 인기그룹 반열에 올랐다.
- 음악 프로그램 1위도 차지했고 팬들은 '최상의 무대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던데요. "평가와 상관없이 저희는 만족스러웠던 무대가 없어요. 10번 공연하면 그 중 2번 정도 괜찮게 했다 싶은 정도에요."(승호)
- 이제 1위도 차지했는데 다음 목표가 궁금해요. "'음원 1위'요. 사실 음악 프로그램 1위는 팬들의 투표 결과가 많이 반영되잖아요. 이제는 노래만으로 평가받는 '음원 1위' 해보고 싶어요."(지오)
- 후속곡 활동할 예정인가요? "아직까지는 '와이' 반응이 좋아요. 방송 순위가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으니 순위가 떨어지기 전까지 2, 3주는 더 활동하고 싶어요. 그런데 순위가 내려가고 회사에서 당장 내일부터 후속곡 활동하라고 하면 말 들어야죠."(승호) "생방송 중에 '와이' 중단하고 믹스해서 바로 후속곡 할 수도 있어요."(지오)
끝까지 장난기를 유지하는 멤버들이다. 멤버들은 "'원 베러 데이(One Better Day)'로 활동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곡을 리패키지 앨범에 담아 다시 활동할 수도 있다"며 "어떤 곡이든 더 멋진 모습 보여드릴 수 있는 곡으로 정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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