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얼굴에 물뿌리고… “××야” 욕하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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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경찰인권침해사례 공개

지난해 10월 10일 밤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소란을 피우다 연행돼온 A 씨가 경찰서 형사과 당직실에서 수갑을 찬 채 조사를 받고 있었다. “난 잘못한 거 없다니까요!” A 씨가 항의하자 마주앉아 있던 경찰관은 물이 담긴 컵을 들었다. A 씨는 “경찰이 마시던 물을 얼굴에 뿌렸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인권위는 “경찰이 물을 뿌리지 않았다고 했으나 폐쇄회로(CC)TV 기록에 피의자가 얼굴을 돌린 상황 등이 있어 컵에 든 물을 뿌린 것으로 판단된다”며 해당 경찰관에게 경고하도록 권고했다.

인권위는 4일 발간한 공보(제8권 제2호)에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있었던 경찰의 위압적인 조사 태도나 오인 체포 등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를 모아 공개했다. 권고 사례에는 진정인 조사 과정에서 욕설을 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B 씨는 “지난해 9월 11일 한 경찰서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다가 반말과 인격 모독적인 말을 듣고 모멸감을 느꼈다”며 진정했다. 인권위는 B 씨가 제출한 녹음파일 등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해당 경찰이 “니가 인마 자세가 그렇잖아. ××야, 말투가 ××야”라고 욕설을 했다고 밝혔다. 또 이 경찰은 “조용히 해. 인마. 조사는 내가 하는 거야. 묻는 말에만 대답해. 대꾸하지 말고”라고 말하는 등 고압적인 자세를 보였다.

C 씨의 아버지는 “경찰이 지난해 6월 골목에 쓰러져 있던 아들을 정확한 신분 확인 없이 비슷한 나이의 동명이인 벌금미납자로 오인해 검찰로 이송했다”며 “검찰도 서류만 확인하고 구치소로 옮겨 72일간 구속됐다”고 진정서를 냈다. C 씨는 벌금미납 지명수배자로 붙잡혀 지난해 6월 28일부터 9월 7일까지 구치소에 수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C 씨가 경찰에 인적사항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내가 벌금미납자가 맞으니 노역장으로 보내달라”고 했지만 인권위는 “경찰이 신원 확인절차를 밟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해당 경찰서와 검찰청에 재발방지 대책과 해당 직원에 주의 조치할 것을 각각 권고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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