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변한 것 없고 선구안 좋아졌을 뿐”지난주 5경기에서 4개 아치를 뿜으며 홈런 단독 1위로 올라선 롯데 이대호(28)는 5일 현재 타율 0.372에 24홈런, 77타점, 109안타로 타격·홈런·최다안타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타점에서 팀 선배 홍성흔(87개)에 10개 뒤진 2위에 머물러 있지만 한화 류현진(다승·방어율·탈삼진)과 함께 투·타 동반 트리플크라운(타격·홈런·타점)을 달성했던 4년전 영광을 재현할 기세다. 류현진 역시 다승 등 3개 부문에서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다.
2006년, 이대호는 타율 0.336에 26홈런 88타점을 기록하며 공격 3관왕을 차지했다. 그가 보는 2006년과 2010년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더 가파른 페이스
그는 현재와 같이 팀이 78경기를 치렀던 2006년 8월 5일. 타율 0.323에 17홈런, 55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이택근(당시 현대·0.337)에 이어 2위, 타점은 55개로 3위(1위 삼성 양준혁·58개)였다. 홈런만 17개로 1위였다. 올 시즌 기록이 4년전보다 얼마나 더 빼어난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대호는 “4년전에는 시즌 막판에 가서야 트리플크라운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면서 “내가 생각해도 훨씬 페이스가 빠르다. 홈런수만 봐도…”라고 했다. 4년 전, 30홈런을 넘기지 못했던 그는 “그 때 기록이 저조하다고 트리플크라운 자체에 대한 의미가 저평가 됐을 때 서운했던 게 사실”이라며 “아직까지 50경기 이상이나 남아있다. 또다시 트리플크라운을 하겠다는 욕심 같은 건 부릴 때도 아니고, 갖고 있지도 않다”고 했다.
○동료들 덕을 보고 있다
그는 “4년전과 기술적으로 달라진 건 거의 없다”고 했다. 주변 평가 역시 비슷하다. 단, 선구안이 4년전보다 더 좋아졌다는 게 공통적인 시선. 기술적으로 큰 변화가 없지만 예전보다 상대 투수들의 견제는 더 심해졌다. 이대호는 “확실히 심해진 건 사실이지만 성흔이형이나 가르시아의 덕을 많이 보고 있다”고 했다. 2006년 롯데 타선에는 이대호 외에는 ‘무서운 타자’들이 없었지만, 앞뒤로 버티는 홍성흔과 가르시아가 맹활약하면서 투수들의 정면승부는 되레 늘었다는 말이다.
○지구 끝까지 따라가겠다
홍성흔과의 타점 경쟁에 대해 “지구 끝까지 따라가겠다”고 했다. 트리플 크라운에 대한 욕심? 아니다. “다른 팀 선수였다면 지금 이런 얘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대호는 “성흔이 형과 내가 타점에서 끝까지 경쟁을 하게 된다는 얘기는 우리 팀이 점수를 많이 내고 이긴다는 말이다. 그래서 성흔이형을 따라가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지금 개인타이틀에 의미를 둘 필요는 전혀 없다”고 재차 강조한 그는 “팀이 이제 4위에 올랐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기분도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