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자가 서평을 쓸 때 맨 먼저 살피는 것은 독자들의 반응이다. 가장 곤혹스러운 때는 독자들의 반응은 예외 없이 열렬한데, 서평자에겐 그
책이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경우다. 이럴 때는 서평자가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게 옳다. 대중의 지성에 반해 한 개인의 판단이 반대쪽에 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말콤 글래드웰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김영사 펴냄)는 필자에게 적지 않은 고민을 안겨줬다. 이
책의 저자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역량을 인정받은 사람이다. 미국 경영 분야에서 영향력 있는 저자 10인의 한 명으로 실제 그가 쓴 책들이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었다. 필자도 그중 한 사람이다. ‘블링크’와 ‘아웃라이어’는 필자에게 책 읽는 내내 번뜩이는 영감을 선물했고, 다 읽은
뒤에도 깊은 여운을 남겨준 역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정도의 기대를 충족해주지 못했음을 우선 고백해야겠다. 이 책이 다른 저자의 책들과 비교해서 부족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다만 저자가 쓴 다른 책의 완성도에 비해 그렇다는 얘기다. 이 책 역시 전작들처럼 일상의 다양한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문제들을 전면에 부각하는 방식을 택했다.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는 저널리스트 출신 작가의 강점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것으로 유명한데, 산발적인
정보를 연결해 하나의 어젠다로 만들어나가는 능력은 흡사 ‘밤에 빛나는 별’ 같다. 저자의 전작들처럼 이 책도 우리가 어딘가에서 본 듯한 내용과
이야기를 소개한다. 하지만 그는 그 이야기들에서 중요한 맥락을 짚어내고 의미를 되새기는 능력이 탁월하다. 책 제목 역시 그렇다.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는 개가 보는 세상과 우리가 보는 세상이 다르다는 뜻을 내포한 은유적 표현이다. 사람은 늘 자기가 보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한다는
것.
예컨대 과거 미국에선 금발 염색이 정숙한 여염집 아낙네가 할 일이 아니었지만, 화장품 회사 로레알은 ‘당신은 소중하니까요’라는 카피와 함께
아이를 대동한 중산층 부부가 염색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인식의 대전환을 일으켰다. 책에 등장한 내용은 아니지만, 최근 애플의 아이폰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많은 사용자의 욕구가 제조사들이 만들어낸 복잡한 기술에 있지 않고 당장 내가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제품에 있음을 간파해
시장에서 대승했다. 반면에 자신의 앞선 기술만 뽐내면 소비자가 알아서 구매욕을 느낄 것이라 생각한 제조사는 패했다.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여기 있다. 개가 보는 세상과 주인이 보는 세상이 다르고, 개가 하는 행동의 의미와 주인이 이해하는 의미가 다르듯
세상의 모든 일은 내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눈으로 보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늘 자기완전성의 오류를 가지고 살아간다. 내게
보이는 대로 다른 사람도 이해하리라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내가 상대하는 것은 타인이고 내게 무엇인가를 주는 것도 타인이다. 사회는
타인과의 관계이고, 기업은 소비자와의 관계다. 이 책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는 이런 중요한 논점을 환기했다는 측면에서 읽기와 소장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블루오션 전략’처럼 키워드 하나로 모든 것이 이해된다는 점은 약점이다. 불루오션이 무엇인지 아는 독자에게 책의 모든
내용은 이를 설명하기 위한 곁가지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도그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저자의 전작들에서 보이지 않았던 지나친 듯한
일반화와 다소간의 견강부회도 옥의 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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