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세 임태희 대통령실장 내정… 세대교체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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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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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적’ 청와대 스타일 부드럽게 바뀔까

정정길실장보다 14세 젊어 靑 “국민 변화 요구 반영”
“무리하지 않으면서 합리적” 의견수렴 능력 높게 평가
MB비서실장만 세번째 “쓴소리 하겠나” 지적도

차기 대통령실장으로 내정된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이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소통과 화합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과천=변영욱 기자
차기 대통령실장으로 내정된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이 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소통과 화합을 통해 정치적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과천=변영욱 기자
임태희 고용노동부 장관이 청와대의 면모일신이라는 과제를 안고 대통령실장직을 맡았다. 청와대 실무자들은 내정 사실이 발표된 8일 “무리하지 않으면서 합리적인 사람”이라며 일단 그의 리더십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임 내정자에게 맡겨진 제1과제는 청와대의 일하는 방식 개선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부 안팎에서 “이명박 정부 국책과제의 콘텐츠가 나쁜 게 아니다. 너무 직선적으로 일하는 방식이 달라지면 좋겠다”는 평가가 자주 들려오고 있다. 4대강 살리기 등 사업을 추진하면서 종종 일방통행으로 오해받는 업무추진 방식 탓에 ‘안 맞아도 될 매’를 맞는 일은 없애 달라는 주문이다.

임 내정자는 54세로 정정길 현 대통령실장(68)보다 14세가 젊다. 50대 대통령실장의 등장은 이명박 정부 내부에 ‘세대교체’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다음 주 후반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수석비서관급 인선이나 7월 말로 예상되는 내각 개편 때도 ‘젊은 청와대와 내각’을 점치는 이가 많다. 이동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국민이 원하는 변화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차원에서 젊은 실장을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임 내정자는 대통령실장 제의를 받기 전후에 “모든 것을 걸고 일하고 반드시 결실을 보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주변에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지역구(경기 성남 분당을) 의원직을 포기하는 문제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한 측근은 “그는 지역구가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지역이므로 선수(選數)를 늘리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 실무 책임자라는 직무에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임 내정자의 듣는 능력과 조용한 실천력에 주목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임 내정자를 신뢰하게 된 계기 가운데 하나는 그가 제안했던 ‘타운 미팅’이었다. 2007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금융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 대학생, 무주택 신혼부부 등을 이명박 후보가 직접 만나 서민의 고민을 듣도록 한 방식이었다. 한 관계자는 “현장을 발로 뛰면서 어려움을 생생하게 들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뜻에 딱 맞는 소통채널이었다”고 기억했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대북 비밀특사의 역할도 주어졌다. 현직 노동부 장관의 신분이었지만 그는 싱가포르로 날아가 북한 당국자를 만나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했다.

중도보수 성향으로 평가되는 임 내정자는 10년 의정활동 동안 극단적 선택이나 강경한 발언과는 거리를 둬 왔다. 야당과 접촉하는 과정에서도 ‘대화가 되는 상대’라는 평가를 얻어 왔다. 박근혜 당 대표 시절 대변인을 지낸 임 내정자는 한나라당에 호남 출신 의원이 전무했던 17대 국회에서 이른바 ‘서진(西進)정책’을 앞장서 실천했다. 호남에 제2의 지역구 갖기 운동을 벌였고, 목포 홍보대사로 위촉받아 목포대교 건설 등 현안 해결에 발 벗고 나섰다. 하지만 그의 부드러운 성품과 공무원 경력을 들어 ‘쓴소리를 잘 못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온다. 집권 후반기의 시중여론을 이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겠느냐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그의 측근들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직후 한나라당 의원들이 최병렬 대표의 중도하차를 요구하자 당시 최 대표의 비서실장이던 임 내정자가 “물러나는 게 맞다”며 대표에게 고언한 사례 등을 제시한다.

임 내정자는 2007년 대선후보비서실장, 2008년 초 당선자비서실장으로 이미 이 대통령을 두 번이나 보좌했다. 그가 이 대통령과 깊은 인연을 맺은 것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 마무리된 뒤부터다. 그는 당내 경선 때는 ‘중립’을 선언했다. 그 때문에 여권 내에는 임 내정자가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과정에 기여한 게 별로 없다는 인식도 없지 않다. 한 관계자는 “당선은 우리가 시켰지만 중요한 자리는 남들이 갖는다는 부정적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임 내정자가 당과의 관계를 풀어갈 때 이런 평가를 정치적으로 잘 넘어서는 것도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동아일보 변영욱기자

▼ “소통-화합 우선… 박근혜 前대표도 포함”

任내정자 간담회
“7일 대통령 만나 결심 밝혀 의원직 포기 크게 고민 안해”

임태희 대통령실장 내정자는 8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통령실장으로서 할 일은 국민의 마음과 요구를 국정에 반영하는 것이며 그 요구가 바로 화합과 소통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임 내정자는 “우리 사회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많은 갈등을 겪고 있다”며 “어떤 해법이 가장 좋은지 소통을 통해 찾을 것이며 (소통과 화합에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관계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용노동부 출범, 유급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 정착 등 숙제가 많아 다른 데(대통령실장직)에 관심을 두지 않고 고용노동부 일을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국민적 기대를 안고 출범한 현 정부가 지금 어려운 상황에 있고 이를 이겨나가는 데 내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인지 다시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권 출범에 중요하게 참여한 나로서는 정부의 성공을 위해 무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어제(7일) 오전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뵙고 대통령실장 자리를 맡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임 내정자는 “이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지금 중요한 현안이 많으니 힘들겠지만 당정과 협력, 소통하는 일을 맡아서 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국회의원직을 포기하게 된 데 대해 “서산대사가 입적할 때 읊으신 시 중에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생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나는 것)란 구절이 있다”며 “의원직이든 지역구든 원래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실장 자리가 위상은 높지만 향후 정치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어떻게 일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고용노동부 장관이 됐을 때 주변에서 ‘임태희는 끝났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 정운찬 국무총리 후임 문제를 의논했느냐’는 질문에 “그냥 답변을 피했다고 써 달라”고 말했다. 반면 청와대 인사에 대해서는 “화합과 소통의 기조가 반영될 것”이라며 “내가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은 아니지만 사회통합수석실 신설도 이런 이심전심(以心傳心)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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