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중률 100%의 족집게 문어와 저주의 대명사 축구 황제 펠레가 남아공 월드컵 종착역을 앞두고 뜻밖의 의견 일치를 보았다. 문어의 신기(神氣)가 강할까, 아님 펠레의 저주가 다시 한 번 발휘될까.
12일 열리는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월드컵 결승에 앞서 다양한 예측이 쏟아지고 있다. 화제의 중심은 단연 문어 ‘파울’이다. 독일 오버하우젠 해양생물박물관 수족관에 있는 파울은 9일 스페인의 우승을 예측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 국기가 그려진 유리상자 2개 중 스페인 상자를 열어 홍합을 먹었다.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에 생중계된 파울의 예측을 보며 스페인 팬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앞서 진행된 3, 4위전 예측에서는 독일이 우루과이를 꺾는 것으로 점쳤다.
이번 월드컵에서 파울의 명성은 대단했다. 독일의 조별리그와 4강전까지 6경기 결과(4승 2패)를 모두 맞혔다. 특히 생중계 카메라 앞에서 독일이 스페인과의 4강전에서 진다고 예언한 뒤 정확히 들어맞은 것이 백미. 이후 독일 팬들은 “구워 먹자” “삶아 먹자” “상어 수족관에 넣어 버리자” 등 위협적인 말을 쏟아냈다.
이에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파울을 보호하기 위해 안전요원을 보내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스페인 환경장관은 “유럽 이사회 장관회의에서 파울의 안전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거들었다. 결승에서 스페인의 손을 들어준 걸 보면 스페인 각료들의 따뜻한 마음에 파울이 감복했는지도 모를 일.
하지만 이견도 만만치 않다. 또 다른 동물 예언가인 싱가포르의 앵무새는 네덜란드의 우승을 점쳤다. 4강 진출 팀과 스페인의 결승 진출을 맞힌 것으로 알려진 ‘마니’라는 앵무새는 영국 로이터통신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국 국기가 그려진 두 장의 카드 중 네덜란드 국기 카드를 입에 물었다.
게다가 연이은 예측 실패로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것 같은 펠레가 8일 브라질 라디오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스페인이 최종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국민들로서는 가슴이 내려앉는 말. 저주의 대명사로 통하는 펠레지만 2006년 월드컵 이탈리아 우승과 유로2008 스페인 우승 등 결승전 예측은 비교적 잘 맞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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