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성향-신변 샅샅이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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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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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익씨 경찰수사 11개월 기록 살펴보니

노사모 아니냐… 이광재와 관계… 출퇴근 시간…

사이버수사대 수사의뢰 후
진전없자 동작署넘긴 정황

전 KB한마음 대표 김종익 씨(사진)의 수사기록에는 김 씨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로부터 대통령 비방 동영상을 유포했다는 명예훼손 혐의뿐만 아니라 개인의 신변문제에 이르기까지 먼지떨이식 표적 사찰을 받았다는 흔적이 역력하다.

300여 쪽 분량의 수사기록에는 2008년 11월 17일 윤리지원관실이 명예훼손 및 횡령 혐의로 서울 동작경찰서에 김 씨를 수사의뢰할 때부터 지난해 10월 19일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리기까지 11개월간의 조사 내용이 담겨 있다. 2008년 11월 17일 윤리지원관실 원모 사무관은 김 씨를 수사의뢰하는 공문과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른바 ‘쥐코’ 동영상 CD 1개, 동영상을 분석한 10여 쪽의 자료를 동작경찰서로 보냈다.

윤리지원관실은 이 사건의 진행상황 보고서와 결과보고서도 첨부했다. 보고서에는 당시 국민은행 인사담당부행장 남모 씨를 만나 김 씨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약속받았고, 김 씨가 대표이사로 있던 KB한마음에서 회계자료와 디스켓을 임의 제출받았다는 사실이 적혀 있다. 또 김 씨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핵심 멤버로 활동했으며 회사 공금으로 3600여만 원의 상품권을 구입해 횡령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돼 있다. ‘쥐코’ 동영상에 대한 사찰이 개인비리 여부와 정치적 성향에 대한 뒷조사로 이어진 셈이다. 윤리지원관실이 2008년 9월 먼저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구두(口頭)로 수사를 의뢰했다가 진전이 없자 11월엔 다시 동작경찰서에 의뢰한 정황도 있다.

사건을 넘겨받은 동작경찰서는 지난해 1∼3월 김 씨를 두 차례 참고인으로 불러 진술조서를 쓰게 하고 마지막 한 번은 피의자 신분으로 불렀다. 보통 수사기관에서는 증거가 어느 정도 확보된 혐의 부분에 한정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하지만 김 씨에게는 규명되지 않은 의혹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질문이 던져졌다. △노사모에 가입한 사실은 없나요 △이광재 국회의원과는 아는 사이인가요 △후원금을 기부하고 있는 단체가 있나요 △(인터넷사이트) 서프라이즈를 방문해서 글을 올린 사실이 있나요 △노사모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며 촛불집회에도 적극적로 참여했음에도 거짓 진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등이다.

경찰은 김 씨의 횡령 혐의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공인회계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회삿돈으로 상품권을 구매한 것이 불법성이 없는지 확인했고, KB한마음에서 우수사원으로 표창을 받거나 직원 격려행사 때 상품권을 받은 직원 6명도 불러 일일이 우수사원으로 뽑힌 것이 맞는지, 이 상품권으로 무엇을 했는지 자술서를 쓰게 했다. 또 일부 직원에게는 김 씨의 성격과 업무스타일, 출퇴근 시간 등 하루 일과, 인터넷 활용도, 촛불집회 참석 여부, 현 정부에 비판적인지 등을 캐물었다.

이 사건은 처음엔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가 담당 경찰관이 교체되고 기소 의견으로 바뀌어 지난해 3월 10일 검찰에 송치됐고, 7개월이 지난 뒤 혐의 사실은 인정되지만 초범이고 동영상을 직접 제작한 것은 아닌 점 등을 참작해 기소유예 결정이 내려졌다.

한편 경찰청은 동작경찰서가 총리실의 수사의뢰를 받은 뒤 검찰에 송치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문제점이 없었는지 9일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김 씨 사건과 관련해 동작경찰서로부터 내사 착수 외에 내사 종결, 재조사 착수, 입건 등 모두 4차례에 걸쳐 보고를 받았고 서울경찰청은 경찰청에 입건 때만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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