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열린 남아공월드컵은 운영의 묘에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번 월드컵을 되돌아봤다.
○쏟아졌던 오심
유독 오심 논란이 많았던 대회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나름대로 좋은 판정을 내려줬다”고 자평했지만 축구계의 시선은 그 반대였다.
상당수 경기에서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 쏟아졌다.
독일-세르비아의 조별리그 경기 때 나온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퇴장, 브라질-코트디부아르전에서 나온 루이스 파비아누의 핸드볼 파울로 시작된 득점, 잉글랜드-독일의 16강전에서 프랭크 램파드의 사라진 골 등 두고두고 회자될만한 오심들이 속출했다.
오프사이드가 득점으로 둔갑된 것도 여러 차례다.
램파드의 골이 들어갔다면 잉글랜드는 독일을 추격할 수 있었다. 물론, 최적의 화면을 확보하기 위해 수많은 카메라를 설치해 예전 같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장면이 곳곳에서 잡힌 탓이란 이유도 나오지만 기본적으로 심판 자격에 의문이 남는 것은 사실이었다.
○자블라니에 울고 웃고, 혼합잔디에 울고
첨단 기술이 적용돼 만들어진 공인구 자블라니는 최대 골칫거리였다.
제조사인 아디다스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선수들이 최고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고 설명했으나 선수들은 “동네 슈퍼마켓에서 산 볼보다 못하다”고 혹평했다.
그나마 공격수들은 다행. 골키퍼들에게는 악몽 그 자체였다.
잉글랜드 골키퍼 로버트 그린은 미국전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했다. 평범한 볼이 갑자기 튀어 오르며 방향이 바뀐 탓. 궤도가 수시로 바뀌며 방향 예측이 어려웠다는 평가도 많았다. 고지대로 인한 환경적인 변수도 적용할 수 있지만 대회 초반 득점이 예전 대회에 비해 지나치게 적어 전문가들이 이례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혼합잔디도 문제로 제기됐다.
폴로콰네의 피터 모카바 스타디움, 넬스프루트 음봄벨라 스타디움 등 몇몇 구장 그라운드의 인조잔디가 군데군데 천연잔디에 섞여 만들어져 골키퍼들은 여간 애를 먹지 않을 수 없었다. 볼이 잔디 성분이 바뀌는 지역에서 불규칙 바운드로 튕기며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이었다. ○ 불안한 치안, 시끄러운 부부젤라
불안한 치안은 내내 걱정이었다. 선수단은 물론, 취재진과 일반 팬들도 강도의 표적이 됐다. 유니폼 등을 도난당했던 것으로 알려진 잉글랜드대표팀은 막상 범인이 호텔 청소부였다는 소식을 보고받고 아연실색했다는 후문.
한국과 같은 조에 편성됐던 그리스와 아르헨티나 대표팀도 크고 작은 도난을 당했다. 심지어 일본 방송사의 여성 아나운서들은 대회 개막을 앞두고 “강도와 강간 때문에 (남아공에) 못 가겠다”고 말해 남아공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국내외 취재진도 마찬가지. 밤에 홀로 다니지 못할 정도로 최악의 치안이었다. 디지털 카메라와 노트북 등 고가의 장비들은 도난당했고, 이를 신고해도 경찰들의 무사태평한 모습에 이중고를 겪었다. 포르투갈 기자들은 4성급 호텔에서 권총 강도를 당해 장비 일체를 빼앗기는 사태도 발생했다.
엄청난 소음을 내는 남아공 전통 악기 부부젤라에 대한 논란도 컸다. BBC 등 몇몇 방송사들은 부부젤라 소리를 줄이고 중계를 하는 방안을 따로 모색했을 정도였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통 악기를 이용해 응원하는 것은 문제없다”며 찬성하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경기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받은 선수들은 “고막이 터져나가는 줄 알았다”고 고통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