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생. 올해 27살인 연기자 최재환에게는 벌써부터 ‘명품조연’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영화는 2004년 데뷔작인 ‘말죽거리 잔혹사’부터 ‘비열한 거리’, ‘화려한 휴가’ ‘숙명’ ‘비스티보이즈’, ‘국가대표’까지. 드라마는 ‘마왕’, ‘식객’, ‘카인과 아벨’, ‘파스타’, 그리고 방송을 앞두고 있는 MBC 주말드라마 ‘글로리아’까지 출연한 작품만 서른 편이 넘는다.
그정도 경력이면 이제는 주연에 욕심을 내 볼 만도 한데 최재환은 지난 해 자신을 스타덤에 오르게 해 준 영화 ‘국가대표’ 이후 오히려 조연에 더 욕심을 내고 있다. ‘글로리아’에서도 극 중 주 무대가 되는 나이트클럽 ‘추억 속으로’의 웨이터 박동철 역할을 택했다.
“지금까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웨이터 역할을 꽤 했었어요. 가장 자연스럽게, 그리고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역이라면 전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글로리아’의 박동철은 비록 분량은 많지 않지만 열려 있는 인물이거든요. 정해지지 않고 만들어가는 캐릭터가 매력적인 것 같아요.”
여러 작품을 통해 웨이터 역에 이미 익숙한데도 그는 지금까지 보여준 웨이터들과는 또 다른 연기를 준비 중이다.
“말투나 행동의 변화로도 충분히 다른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잖아요. 이번에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조금은 어눌한,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도 한없이 작아지는 캐릭터에요. 오지랖이 넓어 구박을 받기도 하고.”
그는 영화 ‘국가대표’ 이후 부쩍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지고, 캐스팅 제의도 많아졌다고 했다. 실제로 사람들을 의식하고 행동하는 자신의 모습을 더러 발견할 때도 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대사 한 마디 없던 단역에서 대사가 한 줄, 두 줄 늘어날 때의 짜릿함과 감동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연을 욕심내는 것은 아직 과분한 일이라며 웃었다.
“‘국가대표’가 지금의 저를 알리는 데 최고의 역할을 해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김용화 감독께서 그러셨죠. ‘국가대표’가 저의 인생을 바꾸는 영화는 아니라고. 그저 제가 좀 더 나은 배우가 되는 계기를 제공해 줄 작품일거라고. 감독님의 말씀이 자칫 건방질 수 있는 저에게 큰 가르침을 준 것 같아요. 어쩌다 잡을 수 있는 것들을 쫓다 눈앞에 있는 것을 놓치지 말자고 결심했죠.”
그는 요즘 데뷔 초 출연했던 작품을 찾아서 보고 또 본다. 새 작품을 앞두고 그토록 연기가 하고 싶어 고향 고창에서 상경한 그 때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아직 연기 철학을 논하기엔 어리지만 나름의 규칙은 있어요. 내가 맡은 캐릭터는 언제나 사랑스러워야 한다는 철칙이요. 어쩌면 세상의 루저일 수 있지만 제 연기로 그 캐릭터가 사랑스러워 보일 수 있다면 전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고, 또 할 거예요.”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사진|임진환 기자 photolim.dom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