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김마스타] 장기하와 경쟁하는 ‘진짜 인디’, 불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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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2일 18시 15분


● 신구세대를 이어주는 명품인디뮤지션 '불나방'
● 화가이자 가수를 겸업하는 조 까를로스의 뜨끈한 무대

화가이자 가수를 겸업하는 조까를로스.
화가이자 가수를 겸업하는 조까를로스.

'진짜 인디'는 요즘 홍대 앞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인디(독립군)란 한 사람의 머릿속의 발상에서 시작해서 그의 손으로 이어져 무언가 탄생하고, 그의 발을 거쳐 타인에게로 전달되는 새로운 개념의 창작방식을 말한다.

최근 우후죽순 탄생한 인디밴드들의 라이브 공연 포스터에는 출연자 중에 인디라는 이름에 걸맞은 팀은 하나도 없을 정도. 독립적인 작가활동을 하는 뮤지션이란 이제는 대한민국 음악해방구인 홍대 앞에서도 희귀종이 되었다.

이제는 인디 뮤지션이라도 매니저를 두고, 사무실을 통해 자신을 홍보하며, 앨범제작 투자자도 찾아야 한다. 또한 스타가 되기 위해 로열로드(공중파 음악방송 및 대형 록 페스티벌)를 걷고자 바동거린다.

한동안 장기하를 홍대문화의 상징으로 지명하곤 했다. 현재 '시즌2'를 준비하는 장기하는 2010년 대형 페스티벌의 섭외 1순위다. 이런 장기하의 모체는 '눈뜨고 코베인'이란 밴드다. 그런데 조금 허전하다. 장기하의 이미지가 손잡았던 또 다른 시류가 하나 있기 때문이다. 바로 홍대 인디의 살아있는 전설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하 불나방)'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의 출발점은 홍대 인근의 화가였지만 음주가무를 통해 곧장 음악계와 손을 잡는다. 결국 자신의 본질을 숨길 수가 없었던 이들은 20대에 자신만의 스타일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음악을 창조한다. 감히 선언하자면 현실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이고 낭만적인 시선에서 빚어지는 명품 인디음악을 추구하는 홍대의 희귀종에 속한다.

팀의 리더 조 까를로스(본명 조문기)를 주축으로 한 불나방의 출발점은 한강 너머의 중앙대 미대였다. 학교 선후배사이인 조 까를로스와 김간지, 그리고 몬테소리는 어느 날 강을 건너 홍대 앞으로 진입하게 된다. 그리곤 이제는 전설적인 뮤직바인 '살롱 바다비'에 기거하기 시작한다.

10여 년 전 '살롱 바다비'에서 기초를 다진 밴드들은 지금 거의가 대박 뮤지션으로 거듭났다. 그중에 미술계와 음악계에 한쪽 발씩을 담가놓고 다년간 수련 중이던 불나방은 2009년 미니앨범(EP) '악어떼'와 첫 앨범 '고질적 신파'를 출시하고 홍대문화를 대표하는 초신성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불나방은 이제 홍대인디를 대표하는 뮤지션이다.
불나방은 이제 홍대인디를 대표하는 뮤지션이다.

■ 매번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불나방의 무대

불나방은 몇 차례의 멤버교체와 얼터너티브 라틴음악에 기반을 둔 음악적 폼을 기반으로 한다. 이런 불나방의 음악과 활동 스펙트럼은 지금 현재 조 까를로스(보컬/기타), 유미(타악기/드럼), 후르츠김(멜로디언/건반), 까르푸황(베이스), 김간지(타악기/드럼/랩)로 집대성 되었다.

처음 등장했을 즈음 그들의 짠한 노래 '시실리아'와 '불행히도 삶은 계속 되었다'라는 처연할 정도로 구슬픈 노래가 홍대 앞에서 혼자 사는 여성 자취생들에게 어필하게 된다. 이후 발표하는 노래가 족족 독립음악계에서는 상당한 지지를 얻는 기현상이 발생한다. 그 후로 그들의 '포복절도 서스펜스 3차원 퍼포먼스'와 신명나는 음악을 한번 접한 이들은 그들에게 중독 되어 그들의 공연을 마치 싸이월드 클럽으로 안방 드나들듯 하며 챙기는 기현상이 벌어지게 된다.

리드보컬 겸 기타인 조 까를로스는 "연주는 부질없는 것"이라는 명언(?)을 갖고 있다. 누가 들어도 '내가해도 저만큼은 하겠다'는 생각을 품을 정도의 허접한 통기타 실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놀라긴 이르다. 까를로스의 양 날개에 포진한 김간지와 몬테소리가 초등학교 리듬 3종세트(트라이앵글, 캐스터네츠, 탬버린)를 들고 등장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밴드의 공연에서 웅장한 베이스나 드럼이 아닌 소박한 캐스터네츠나 멜로디언이 등장하는 것을 직접 목도하면 "도대체 연주를 하려는 작정일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무대 환경이 좋아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탄탄해진 연주 진 덕분에 이제는 초대형 무대에서도 자신만의 이야기와 화끈한 무대 퍼포먼스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들의 공연장면을 직접 보면 조 까를로스의 노래실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1980년대의 감수성어린 변진섭 내지는 조덕배 스타일의 맛깔 나는 창법과 음색은 어정쩡한 가수들이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얼터너티브 라틴(물론 그런 장르는 없다)이라는 장르를 택한 불나방은 아이러니하게도 홍대 앞에서 가장 독립성과 대중성을 지닌 밴드가 됐다

왼쪽부터 까르푸 황, 후르츠 김, 조 까를로스, 김간지, 유미
왼쪽부터 까르푸 황, 후르츠 김, 조 까를로스, 김간지, 유미

■ 홍대문화의 두 개의 축, 장기하와 불나방

너바나(NIRVANA)의 등장이후 기타 코드 2개만 알면 밴드를 할 수 있다는 풍조가 생겼다.

조 까를로스의 기타 연주 역시 주로 코드 2~3개에 의지한다. 그럼에도 그들의 음반을 음미해보면 골방에 처박혀 만든 것 같지도, 그렇다고 아마추어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은 진정으로 높은 음악성을 지니고 있는 프로 뮤지션인 것이다. 게다가 문학성 있는 가사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후렴구. 저잣거리의 모든 인생사를 녹여낸 듯한 이야기들을 한 움큼씩이나 담고 있는 것이다.

불나방의 열혈 마니아는 4000여명으로 추산된다. 그런 팬들을 몰고 다니는 비결은 '이해하고 즐기기 쉬운 마니아 정신'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소수에게만 어필하는 '골방 음악'이 아닌 신파적인 메시지와 그것을 담아내는 폭풍과도 같은 무대 매너를 갖추고 자기 이름을 파는 진정한 인디정신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은 공연을 '시술'이라고 부른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치료라는 얘기다. 음악의 힘을 믿는 것이다. 여성들이 자주 가는 미용실, 남자들에게는 이발소에 해당하는 그곳을 지향한다. 청중들은 수다를 떨며 마음의 짐들을 내려놓게 된다.

또한 불나방에게 그들의 상징인 수염은 바로 마음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마초적인 이발소의 이미지이며, 어설픈 자본주의의 병폐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투지를 상징하기도 한다.

신구세대를 이어주는 명품인디뮤지션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공연 가운데
신구세대를 이어주는 명품인디뮤지션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공연 가운데

어찌 보면 장기하풍의 원류중의 하나로 보일 수 있는 퍼포먼스와 철저한 무대 진행은 불나방이 오래 전부터 보여주었던 미덕 가운데 하나이다. 잦은 클럽공연과 얼치기 행사에 지친 뮤지션들에게 이들은 매회 불타는 창작열과 지극 정성으로 타의 모범이 돼왔다. 불나방과 장기하는 그렇게 현재 홍대 앞 인디씬을 대표하는 성공사례가 되었다.

장기하가 시즌 2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나방이 좀 더 격정적인 활동을 선보이며 앨범 '고질적 신파(2009. 6월 발매)'의 '석봉아'와 '악어떼'를 부르면서 자극한 것은 정말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며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여 년 전 '부활'과 '시나위'의 공존공생관계를 연상케 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제목과는 반대로 오히려 장기하의 선배인 불나방이 그들의 재충전시간을 벌어주며 뒷받침 해주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 "과연 누가 불나방 오덕이냐?"라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내가 먼저 앞에 나가 "네, 제가 바로 불나방 오덕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느 불나방 팬이 쓴 글로 그들에 대한 소개를 마무리 해본다.

"그리고 오늘 밤에는 새로 발매된 불나방의 아름다운 새 앨범의 CD 뒷면을 이용하여 이 사이에 낀 이물질을 확인하고, 별달리 낀 게 없으면 양치는 가볍게 건너뛰고 꿈나라에서 불나방과 뛰어 놀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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