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이 끝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20세 이하 여자 축구 대표팀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한국은 26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열린 U-20 여자 월드컵 8강전에서 북중미 강호 멕시코를 꺾고 4강 신화를 썼다. 태극낭자들은 남아공에서 사상 최초로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의 쾌거를 달성한 ‘오빠’ 태극전사들과 닮은 점이 많아 눈길을 끈다.
○ 지소연, 슈팅 빠르고 순간스피드 탁월
독일 알렉산드라 포프(7골)에 이어 득점 2위(6골)인 지소연(19·한양여대)의 별명은 ‘여자 박주영’. 이번 대회를 통해 ‘여자 메시’ ‘축구 여제’ 등의 별명도 얻었지만 ‘여자 박주영’이 원조다. 지소연 본인도 “해외 스타 가운데는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은퇴)을 가장 좋아하고 국내 선수 가운데는 박주영(모나코)이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지소연은 14일 스위스전에서 골을 넣은 뒤 박주영의 ‘기도 세리머니’를 재현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둘 다 순간 스피드가 좋고 반 박자 빠른 슈팅이 최대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또 “첫 번째 볼 터치에서 드리블, 슈팅까지 이어지는 동작이 물 흐르듯 유연해 수비수들이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빠르고 예리한 프리킥 능력도 공통점. 박주영은 남아공 월드컵에서 프리킥으로 한 골을 뽑았고 지소연은 이번 월드컵에서 프리킥으로 두 골을 넣었다.
○ 부지런하고 헌신적… 김나래와 김정우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2골을 터뜨려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이현영(19·여주대)은 ‘블루 드래건’ 이청용(볼턴)의 판박이다. 스트라이커 출신인 이현영은 이번 대회에선 측면공격수를 맡아 남아공 월드컵에서 2골을 넣은 이청용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박기봉 여주대 감독은 “두 선수 모두 볼 컨트롤이 좋고 스피드가 뛰어나다. 타고난 축구 센스 역시 눈에 띄는 공통점”이라고 밝혔다. 겸손한 성격도 닮았다. 항상 또래 사이에서 최고였지만 입버릇처럼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축구밖에 모르고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4강 신화의 숨은 주역 김나래(20·여주대)의 플레이를 보면 남자 대표팀 김정우(광주)가 연상된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부지런하고 헌신적인 플레이가 닮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대인마크가 뛰어난 점도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먼 거리에서 쏘는 묵직한 중거리슛도 두 선수가 가진 장점.
○ 큰키에 순발력… 문소리는 정성룡 보는듯
이번 대회에서의 선전은 공격력도 막강했지만 탄탄한 수비력이 한몫했다는 평가. 그 중심엔 측면수비수 서현숙(18·한양여대)이 있다. 한양여대 이상엽 감독은 “현숙이는 체구가 작지만 침착하고 영리하다. 위치 선정도 탁월해 공격수에게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남자 대표팀의 이영표(알 힐랄)가 연상되는 건 이 때문. 서현숙이 가장 존경하는 축구 선수도 이영표다.
골키퍼 문소리(20·울산과학대)는 매 경기 결정적인 선방으로 팀에 안정감을 가져다 줬다. 175cm의 큰 키에다 순발력까지 좋은 그는 남아공 월드컵에서 주가를 높인 골키퍼 정성룡(성남)과 닮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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