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에선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민심이 두 달도 안돼 실시된 7·28 재·보궐선거에선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줬다. 전국 단위 지방선거와 재·보선이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까다로우면서도 냉혹한 민심의 흐름을 다시 한번 보여준 것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이번 재·보선 결과는 1개월 후면 임기 반환점을 맞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및 여야 관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시계추 민심’
이번을 포함해 두 차례의 선거에서 결과적으로 승패를 주고받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민심이 어느 한쪽으로 고정돼 있지 않고 변화무쌍하다는 점을 절감했다.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승리를 안겨줬던 민심은 6월 지방선거에선 한나라당의 ‘독주’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고 이번 재·보선에선 ‘승리의 오만’에 빠져 당권다툼에만 골몰한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물론 민주당의 공천 잘못도 선거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 한 재선의원은 “공천 갈등 등으로 기존 조직이 전혀 가동되지 못해 이번엔 참패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일찍부터 나왔다”면서 “입으로는 ‘정권 심판론’을 외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행동과 실천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면서 이번 선거가 거꾸로 ‘민주당 심판’의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집권 중후반기 민심을 얻기 위한 치열한 기세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오 당선자는 한나라당 내 친이(친이명박)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국회 차원에서 지원하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여 민주당과의 충돌도 예상된다. 윤진식 당선자도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기조를 입법화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자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당분간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야권 후보 단일화가 성사된 지역에서 정권 핵심 인사들에게 패함으로써 야권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정권 심판’ ‘4대강 사업 중단’ 등 구호가 퇴색하고, 대여(對與) 투쟁의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 ○ 국정기조 가다듬는 MB
이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비교적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차근차근 집권 중후반기 국정운영을 가다듬을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6월 지방선거에선 현 정부에 대해 회초리를 들었지만 이번에는 힘을 좀 실어줄 테니 잘 해보라고 격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운영 철학을 꿰뚫고 있는 최측근인 이재오 당선자와 윤진식 당선자가 원내 진입에 성공함으로써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집권 중후반기 국정운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전기를 맞았다. 우선 8월 둘째 주 정도로 예상되는 개각의 폭과 규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개각과 관련해 가장 큰 관심사는 정운찬 국무총리 교체 여부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3차례에 걸친 정 총리의 직간접적인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재·보선 이후로 판단을 ‘보류’했던 만큼 조만간 교체든 유임이든 가닥을 잡아야 한다. 이 대통령은 8월 초로 예상되는 여름 휴가 기간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과의 협의를 거쳐 정 총리 교체 문제에 대한 최종 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 교체 여부에 대한 이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재·보선 선전으로 정 총리도 유임 쪽으로 기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결국 ‘총리 교체’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좀 더 높다고 여권 핵심관계자는 전했다. 당정청 쇄신에 대한 국민들의 근원적인 요구가 바뀌었다고 볼 수는 없다는 차원에서다.
개각 발표 시점은 여름휴가 시즌을 넘긴 9, 10일경을 예측하는 이들이 많다. 이 대통령은 친(親)서민 국정기조 구현과 세대교체를 개각의 핵심 콘셉트로 설정했으며 인선 작업도 상당부분 진척시킨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개각에 이어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집권 중후반기 국정운영 구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뉴 스타트’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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