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농촌을 바꾼다]<2>전남 강진 도룡리 ‘뉴 하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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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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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머금은 ‘하멜 마을’ 외국인 머물게”

“와, 색이 참 아름답네요.”
“한국어로는 쪽빛이라고 합니다. 깊은 바닷빛이지요.”
“정말 멋지고 재미있습니다.”
“염색물 튀지 않게 조심하세요.”

27일 전남 강진군 병영면 도룡리 마을회관 앞에서 염색체험을 하고 있는 유럽의 미술작가와 주민들. 작가들은 한 달 동안 ‘하멜과 강진의 만남’을 모티브로 설치미술작품을 만들고 주민들은 이를 도룡마을의 문화자원으로 활용하게 된다.오른쪽 사진은 하멜과의 인연을 기념하기 위해 강진군 병영면에 세워놓은 네덜란드 풍차.
27일 전남 강진군 병영면 도룡리 마을회관 앞에서 염색체험을 하고 있는 유럽의 미술작가와 주민들. 작가들은 한 달 동안 ‘하멜과 강진의 만남’을 모티브로 설치미술작품을 만들고 주민들은 이를 도룡마을의 문화자원으로 활용하게 된다.오른쪽 사진은 하멜과의 인연을 기념하기 위해 강진군 병영면에 세워놓은 네덜란드 풍차.
27일 오후 전남 강진군 병영면 도룡리. 30가구에 60여 명이 사는 곳. 70%가 60대 이상인 이 한적한 시골 마을이 한바탕 시끌벅적해졌다. 이곳 주민들과 파란 눈의 이방인들이 한데 모여 열심히 염색을 하고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온 설치미술작가 예츠케 페르후번 씨는 염색물을 들이며 “쪽빛이 참 곱네요”라고 되뇌었다. 염색을 마친 뒤 폴란드 출신의 아그니스카 비간스카 씨가 주민들과 함께 국악을 연주했다. 사람들의 어깨가 들썩거렸다.

도룡리 입구엔 ‘347년 만의 재회-뉴하멜표류기’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하멜의 고장인 강진군 병영면. ‘하멜 표류기’의 저자인 헨드릭 하멜이 1653년 일행 36명과 함께 제주도에 표류한 뒤 1656년부터 1663년까지 살았던 곳이다.

병명면의 도룡마을이 하멜과의 새로운 만남을 통해 문화와 소통의 마을로 변신하고 있다. 이날 작업은 문화관광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공동 추진하는 ‘문화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농촌’ 프로젝트의 일환. 네덜란드 프랑스 포르투갈 독일 영국 에스토니아 한국의 작가 15명과 한국인 기획자 등 20여 명이 참가하는 ‘뉴하멜표류기’ 프로젝트다.

이들은 지난 주말부터 8월 22일까지 이곳에 머물며 미술작업을 한다. 하멜과 강진의 만남을 예술적으로 해석한 뒤 이를 토대로 야외 설치, 아트 영상, 벽화 등의 작품을 만들어 마을에 설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강진과 병영을 국내외적으로 주목받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기획을 이끄는 김병수 이음 대표는 “농촌에 숨겨진 예술성을 발견하는 물꼬를 트겠다”며 “이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국내 외국인들이 꼭 찾고 싶어 하는 마을로 변신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설치미술. 서양과 동양 사람의 얼굴을 조각해 서로 마주 보게 설치하겠다는 작가도 있고, 마을의 개울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만들겠다는 사람도 있다. 모두 동서의 만남이고 화합을 의미한다. 한국작가 손민아 씨는 돌 347개를 갖고 작업한다. 손 씨는 “돌은 시간을 상징한다. 347년 만의 재회를 기리기 위해 돌 347개를 갖고 작업을 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등 7개국 미술가 참여 마을 전체 벽화-설치작품 꾸며

한 달 동안 이들은 염색체험, 국악 같이 배우기, 무너진 돌담 잇기, 사랑방 손님 등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한다. 매주 2회씩 진행하는 사랑방 손님 프로그램은 특정 나라를 정해 외국 작가와 주민들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자리. 작가들이 자기 나라의 음식을 준비하기도 하고 주민들은 이 요리법을 배우기도 한다.

이 같은 과정은 모두 도룡리의 미래를 위한 문화 인프라 구축이다. 8월 21일엔 설치미술 작품을 공개하고 감상하는 ‘뉴하멜 파티’를 연다. 야외 설치작품 관람 투어, 유학생 풍물패 공연, 마을 잔치가 펼쳐진다. 김 대표는 “이 행사엔 약 400명의 외국인과 관계자, 작가, 주민들이 참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8월 말 참여 작가들은 작품을 도룡리에 놓고 떠난다. 중요한 것은 이때부터다. 김 대표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에게 이 같은 프로젝트와 이 마을을 널리 알릴 것이다. 그래서 도룡리를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이 꼭 찾아가볼 만한 곳으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내년엔 음악축제도 열고 마을회관에 구판장을 개설해 기념품을 팔고 간단한 유럽식 음식도 팔 계획이다. 그래서 외국 작가들에게 유럽 음식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 작가들은 한 달 동안 열쇠고리 손수건 수건 각종 선물용 디자인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주민들은 이 같은 인프라를 토대로 도룡리를 대표적인 외국인 관광지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염색-국악 프로그램도 마련 세계에 자랑할 관광명소 꿈

이장을 맡고 있는 김성우 씨의 말.

“이번 사업으로 관광객이 두 배 이상 늘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마을이 어떻게 변신할 수 있는지 다른 농촌지역에 보여주고 싶습니다. 우리 마을의 집 한 곳에 도서관을 만들어 관광객들이 이곳에 와서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김 이장은 사투리 민속박물관인 와보랑께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관광 인프라와 콘텐츠가 하나둘 늘어나고 있는 도룡리. 남도 강진 농촌마을의 변신이 시작된 것이다.

강진=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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