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인석 씨(60·사진)가 12년 만에 연극무대로 돌아온다. 6일 개막하는 ‘메카로 가는 길’(송선호 연출)을 통해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 문제를 극화해온 아톨 푸가드가 1984년 발표한 희곡을 무대화한 번역극이다. 푸가드는 서 씨의 연기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순간을 환기시키는 극작가였다. 1978년 초연무대에서 서 씨와 이승호 씨가 출연한 뒤 200회 최장기공연의 신화를 연 ‘아일랜드’도, 그 이듬해 전무송 씨와 공연한 ‘핏줄기’도 푸가드가 원작자다.
“‘아일랜드’에 출연할 때는 정말 헝그리 정신에 불탔죠. 2년 전 이미 탤런트로 데뷔했지만 머리를 빡빡 밀고 흑인 분장을 위해 매일 먹물을 온몸에 뒤집어써 일상에선 거지 취급을 받을 정도였어요. ‘핏줄기’에서도 백인 형 역은 전무송 선배가 맡았고 전 흑인 동생 역이라 또 고역을 치렀죠.”
1973년부터 극단 실험극장에서 연기력을 갈고닦은 서 씨는 이후 주로 TV에서 활약하며 연기 인생의 고비마다 연극무대를 찾았다. ‘빛과 그림자’ ‘TV손자병법’으로 인기를 얻은 그는 1998년 연극 ‘나도 출세할 수 있다’ 출연을 전후해 ‘삼국기’ ‘태조 왕건’ ‘무인시대’ 등 사극 연기로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배우로서 또 인간으로서 전환기에 접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출연제의가 들어왔고 또 푸가드의 작품이어서 반가웠습니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생각으로 일부러 경기 용인 수지의 집에서 대학로 연습장까지 버스와 지하철로 통근하며 두 달간 연습에만 몰입했습니다.”
푸가드의 작품이지만 ‘메카로 가는 길’은 정치극도 아니고 2인극도 아니다. 촌부들의 편견에 맞서 자신만의 세계를 지키려는 괴짜 노파 헬렌(예수정)를 중심으로, 도시에서 온 그의 젊은 대변자 엘사(원영애)와 전통과 상식을 지키려는 목사 마리우스(서인석)의 대립을 통해 ‘신이 없어도 구원은 가능한가’라는 인간 본질의 주제를 다룬 연극이다.
“올해 말 실험극장 50주년 기념공연 한 편에 출연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리어왕’이나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인생의 깊이가 묻어나는 배역으로 관객을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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